[애니메이션] 몬스터 주식회사, 픽사 애니2009. 1. 13. 13:57
픽사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 이미 공인 베스트 작품 중에 하나인 몬스터 주식회사를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라따뚜이, 월E로 이어지는 최신작에 버금가는 작품으로 픽사 특유의 상상력과 유머코드, 그리고 지루하지 않는 스토리와 개성있는 캐릭터를 선보였다. 특히나 현실세계와는 다른 세계를 그린다는 점에서 많은 창조와 상상의 작업이 필요했으리라 여겨진다. 괴물들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캐릭터 제작의 정성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영화를 보지 않았음에도 이미 수십번은 접한 적이 있는 주인공 설리와 와조스키. 영화 속 전형적인 듀엣으로 알콩달콩 자신들에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한번쯤 싸우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과 장난도 치면서, 고민도 하면서... 진지하고 다소 경직된 설리보다는 활기에 차 있고, 즐거움을 알 것만 같은 와조스키의 캐릭터가 더 마음에 들었다. 설리가 자신과의 지난 시간과 우정은 아랑곳하지 않은채 아이를 구하는데 열중임에도 불구하고, 와조스키는 그 섭섭한 마음을 이겨내고 결국엔 그 우정을 지켜냈다.
여담이지만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뱀 종류의 괴물들은 다소 징그러웠다. 악역으로 등장하는 도마뱀은 왠지 실제 도마뱀 껍질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와조스키의 연인 셀리아는 머리카락에 뱀을 달고 다녀서 거북스러웠다. 다만 뱀들이 와조스키에게 키스를 퍼부을때는 다소 귀여울 뻔 했다는ㅋ
아이들을 놀래켜서 그 스크림 소리를 몬스터 도시의 동력으로 활용한다는 개념에서, 웃음소리로 그 전략을 바꾸는 시나리오는 참신하다. 어떻게 보면 '악'을 통해서 생존해 나가야만 하는 그 공동체의 속성을 변화시킬 거리를 찾지 못할 경우 영화는 중간에 길을 잃고 만다. 몬스터 도시에 전력 공급은 절대절명 생존의 문제이고, 패러다임이 전환하지 못하는 상태라면 지속적으로 그 길을 찾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회사의 회장과 도마뱀 괴물은 아이들을 납치해서 지속적인 전력생산을 꾀할 계략을 세우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웃음 소리를 통한 전력 생산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창출되었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었다. 다만 설리와 와조스키는 처음부터 그러한 대안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다만 어쩌다 정이 들게 된 아이를 구하는 데만 여념이 없었다. 그 점은 곧 둘의 목적 자체가 큰 밑그림을 가진 것이 아니라 다소 지엽적인 차원에 있었고,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듯'이 결론이 술술 풀렸다.
몬스터와 인간을 뛰어넘어 공통적으로 존재했던 사랑과 공존의 마음. 맹자의 성선설처럼 매우 자연스럽고도 원초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것은 곧 자신만의 공동체를 위해 다른 공동체를 배척하는 '공존'의 개념을 상실한 척박한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요즘 이스라엘을 보면, 미쳐 날뛰는 한 마리의 도마뱀 같다. 오죽했으면, 유태인 학살, 더 나아가 말살을 꿈꾸었던 히틀러가 선견지명이 있었느니, 그때 모두 제거해 버렸어야 되느니.. 하는 말들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겠는가. 과거에 어려운 역사를 경험해 보았던 나라가 그런 잔혹하고도 비인도적인 학살을 저지르고 있기에 그 충격은 더하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국제 사회의 여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학살을 지속하고 있으며, 국제 경찰국가라고 하는 미국의 수장은 그에 동조를 하고 있으며, 여러 여타 강대국은 입으로만 떠들뿐 그저 강건너 불구경하고 있다. 결국 그런 미친 짓을 막을 수 있는 제어장치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진정 슬픈 일이다. 차인표가 영화 '크로싱'에서 외쳤던 것처럼 진정 그 땅에는 예수란 없단 말인가. 여기까지.
좋은 영화 보고 느닷없이 망할 이스라엘이 생각이 나긴 했지만, 몬스터 주식회사. 만점을 주고 싶은 애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