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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7. 8. 22:28

[SBS스페셜] 개미들의 쩐의 전쟁 방송2010. 7. 8. 22:28

요즘 나는 나름 즐겁게 살고 있다. 종종 마시는 술에 진한 '쓸쓸함'이 담겨 있기도 하지만, 다시금 고민없이 사는 삶으로 돌아왔다. 양재동에서 명동으로 돌아온지 한달이 지났는데, '그때는 그때대로, 지금은 지금대로' 좋은 점들이 있고, 누릴 점들도 있다. 친구 이상으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지인이 가까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살면서 내가 누리지 못한 일들도 때로 존재하겠지만, 대신 나에게 주어진 행운과 축복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낀다. 

나이 서른이 되자,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털어서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었다. 모두 털어봤자 얼마 안되는 돈이었지만, 처음 뛰어드는 개미에게 적은 돈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과감하게 '풀 베팅'을 했고, '일희일비'의 시간들이 몇달간 지속되었던 것 같다. 한동안은 모든 신경이 그쪽으로만 쏠려 있어, 일을 하고 있는 중에도 머리 한켠에서는 '위를 향해 치솟는 빨간 그래프'를 마음껏 상상하곤 했었다. 평일 쉬는 날 하루종일 주식 매매창을 띄어놓고 '단타치기'를 해 본적도 있엇다. 그러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본의아니게 장기투자자로 변신하여 1년이상 '포스코'를 쥐고 있다가 올 초에야 모두 팔아치웠다. 가끔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있는데, '주식을 하는동안 유일하게 좋았던 점은 '내일을 기다리는 하루하루'를 살았다는' 것이다. 오늘 장이 끝나면 내일 장이 기대되어 어떨때는 설레는 마음으로 잠이 드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다. 

취업을 한 후 친구들이 모여서 '게임'이나 '연애' 이야기를 하지 않고, 주식이나 부동산 이야기에 열을 올릴 때도 묵묵히 침묵을 지키면서 전날 읽었던 '소설책' 스토리나 떠올리는게 고작이었고, 점심 시간을 틈타 회사동료들이 펀드 이야기로 꽃을 피울 때도, 책 읽다가 스르르 졸리면 낮잠이나 즐기던 20대 후반의 나였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30이라는 나이가 주는 부담감 때문인지, 경제관련 지식을 쌓고 싶었다. 어린시절 아버지는 항상 21세기 지식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외국어 능력과 경제지식, IT 기술을 꼽으셨었고, '지식 축적의 끝엔 깨달음이 있다'고 믿는 나의 신념에 따라 투자의 성공, 재테크의 성공을 위해 초석을 다지고 싶었더랬다. 몇권 안되지만,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들도 선별해서 읽으려고 노력했었다. '몹쓸 인내'와 '지치지도 않는 변덕'에다가 금융위기의 충격이 더해지니 '에라 모르겠다, 그냥 편하고 소박하게 살자'는 '마지노선 인생철학'으로 회귀했었다. 

요즘 슬며시 '돈 욕심'이 고개를 든다. 인류의 발명품 중 가까이 하면 할수록 독이 되고 마는 가장 못된 것 중 하나지만, 자본주의 사회의 '진리'임을 부인할 사람 몇이나 될까. 모두가 당장 쓸 큰 돈이 필요해서, 로또를 꿈꾸는 것은 아니다. 때론 '소신'대로 살 수 있는 바탕이 되고, 삶을 관조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넘치면 삶을 망칠 수도 있지만,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주식시장 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일들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카오스'지만 다시 한번 그 '혼돈 속의 법칙'을 찾아내는데 흥미를 느낀다. 이번에는 적은 돈으로 나름 내공을 기르는 과정을 거치고자 한다. '로또'도 반가운 일이겠지만, 무엇보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경제'이기도 하니까. 

의정부에 '시골국수'라는 간판이 달린 국수집이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시골국수'라는 필명을 쓰며 한때 재야고수로 이름을 날린 투자자의 아내되는 분께서 운영하는 국수집이라고 한다. '시골국수'라는 분은 몇년전 주식투자의 실패로 삶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버리셨다고 한다. 방대한 지식과 명석한 판단력으로 여러차례 강의도 하셨던 분이라고 하니 그 분의 사례는 '주식투자자'들을 한층 더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사건이 아닐까 싶다. 지식과 경험이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고, 한 순간의 판단착오 혹은 실수가 패가망신 더 나아가 '생의 비관'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하니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때 남부럽지 않게 넉넉하게 사셨다는 아내되는 분의 말씀을 들으니, 안쓰럽기도 하면서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기적이게도 하루하루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뭐든지 몰입하면 '이성'을 잃게 되는 수가 있다. 지나치게 집착하면 '현실'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투자면허증' 발급을 통해 검증된 사람만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시골의사' 박경철씨의 일갈에는 '조급함'과 '초조함'의 노예가 되기 십상인 나약한 인간 본성을 향한 '안타까움'이 담겨 있다. 지식도 지식이지만,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만이 '혼돈'에 휩쓸리지 않는다. 명심 또 명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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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ri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