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플로리다 말린스 야구2007. 3. 8. 18:25
2003년 플로리다 말린스를 담은 영상을 구했다. 당시 나는 펠리페 알루가 지휘봉을 잡은 첫해였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응원하고 있었다. 2002년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했던 자이언츠는 본즈를 위시해 나름 탄탄한 전력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디비전시리즈에서 플로리다 말린스를 만났다. 말린스는 동부지구에서 와일드카드를 통해서 올라왔고, 전체적인 면에서 샌프의 우세가 점쳐지던 시리즈였다.
제이슨 슈미트가 완봉승을 거두며 서전을 2-0으로 마칠때만 해도 샌프의 쉬운 시리즈 승리가 예상되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말린스가 내리 3경기를 스윕하며 내셔널리그 챔피언쉽 시리즈에 진출했고, 감독으로서, 선수로서 첫번째 우승을 노리던 알루와 본즈의 꿈은 물거품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감독과 선수였는데 아쉽게 되었다. 호세 크루즈 주니어의 결정적인 실수 등 지는 팀은 언제나 신의 외면을 받는다.
플로리다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쉽 시리즈에서 컵스를 물리쳤고, 월드시리즈에서는 양키스에 승리하고 창단 10년만에 두번째 우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그 10년의 기간동안 2번 우승을 달성한 팀은 오로지 뉴욕 양키스(4번)밖에 없었고, 굳이 92년까지 포함시켜도 토론토가 간신히 이름을 올릴 정도였다. 컵스의 저주라고 불리는 관중의 파울볼 캐치 등 여러모로 말린스에게는 운이 따랐고, 그것이 곧 우승으로 이어졌다. 역시 우승은 실력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다.
97년 첫우승 당시의 말린스는 호화멤버로 장식한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하지만 03년의 우승은 적은 팀연봉의 젊은 패기로 고액연봉자로 치장된 뉴욕양키스를 침몰시켰다는 점에서 야구팬들의 마음을 후련하게 해주었다. 나 역시 언제나 그렇듯이 포스트시즌에서는 무조건 반양키스 팀을 응원하는데, 플로리다의 우승 역시 그런 점에서 짜릿함이 있었다. 특히 브래드 페니, 마크 레드만, 조쉬 베켓, 돈트렐 윌리스의 선발진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했고, 그 중에서도 조쉬 베켓은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잠재력을 120% 발휘해 줌으로써, 그 이름을 야구팬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05년 말린스가 카를로스 델가도와 4년 장기계약을 맺었을때, 델가도는 메이저리그 선수중에서도 으뜸으로 좋아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말린스에 많은 관심을 갖었었다. 굉장한 퍼포먼스 그 자체로 야구에 대한 감동을 주었던 본즈와는 달리 델가도는 그야말로 인격을 갖춘 멋진 신사이고, 또 그라운드에서는 리더이자 해결사이다. 비록 1년만 머무르고 다른 팀으로 이적을 했지만, 델가도가 말린스 유니폼을 걸치던 그 기자회견의 모습은 잊지 못할 것이다. 새로운 팀이 뉴욕메츠이기 때문에, 메츠를 응원하지는 않지만, 그와 별개로 델가도는 델가도다.
샌프와 오클랜드와 피츠버그를 거쳐 나는 다시 말린스로 돌아왔다. 그동안의 변덕처럼, 또다른 팀이 나타날지도 모르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2003년의 말린스 우승은 나를 비롯한 많은 야구팬들에게 한여름 시원한 한 줄기 비와 같은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