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

« 2024/5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2010. 10. 19. 08:48

클릭, 아담 샌들러, 케이트 베킨세일 영화2010. 10. 19. 08:48

일, 가족 그리고 삶

삶은 참으로 여러 순간순간들로 구성이 된다. 개인에게 있어 행복이라고 하는 '가치'는 다양한 형태로 염원되고 또 이루어진다. 경험과 철학, 가치관에 따라서 개개인에 따라서 다른 형태를 띄고, 한 사람에게서도 시기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난다. 소설과 영화 등 다양한 대중문화의 작품들은 '행복'을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하면서 여러 에피소드들을 그리고 있다. 영화 '클릭'은 전체적인 스토리의 흐름이 경쾌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와 가정 사이에서 톱니바퀴 다람쥐처럼 살아가는 한 남성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자못 진중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게임을 좋아하는 시절에 자신만의 도시를 건설하는 '심시티'라는 게임, 과거 '프린세스 메이커'를 시발점으로 하는 자녀 양육 게임, 나만의 팀을 만들어서 리그를 치르는 'OOTP' 등을 즐겨 했었다. 모두 가상의 세계에서 내 뜻대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조율해가는 게임들이다. 지금도 수많은 형태로 그런 게임들이 가지를 치면서 번지고 있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가상 현실을 원하는 수요는 그만큼 더 늘어날 것이다. 영화 '클릭'의 아이디어는 바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삶을 지배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는 전제로부터 출발한다. 한편의 UCC를 만들듯이 자신의 삶을 편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빨리 감기도 하고, 일시정지하기도 하고, 미래의 어느 시점으로 날아가기도 하는 등. 귀찮은 면도와 샤워를 안해도 되고, 잔소리를 피해갈 수도 있으며, 현재를 일시정지해 놓은 상태에서 잠시 과거로의 여행까지 할 수 있다. 그야말로 현실을 '가상 현실'로 탈바꿈시켜주는 만능 리모콘을 소유하고 싶은 현대인들의 바램을 기막히게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에서는 삶의 순간순간들의 행복과 감사함을 인지하지 못한 채 불만에 쌓여서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리모콘을 사용했을 경우 어떤 미래가 닥치는지를 하나의 시나리오로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가족의 소중함을 모르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의무에만 충실하려는 수동적이고도 세속적인 삶이 어떤 위험한 미래를 내포하고 있는지도. '휴머니즘'과 '가족애'야말로 삶에서 가장 소중하고도 행복한 가치라는 것이 영화의 최종 메세지다.

딴지를 걸자면, 모든 영화가 마찬가지겠지만 시나리오의 전개상 간과된 부분들이 있다는 점이다. 마치 일확천금으로 횡재한 사람은 모두가 망할 수 밖에 없다는 귀결처럼, 리모콘을 소유한 사람은 시간을 낭비할 수 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는 것 같다. 이를테면 리모콘에서 되감기가 된다면 삶을 다시 살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될 것이지만 누구나 생각했을 그런 기능은 없고, 단지 과거의 어느 시간으로 회귀해서 회상하는 것만 가능하다. 더불어 치명적으로 생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없는 기능으로 자동 프로그래밍 기능이 있다.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을 기억했다가 훗날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동작시키는 기능이 바로 그것이다. 리모콘으로 자신의 삶을 마음대로 조절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100% 사용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리모콘의 결함이 삶을 실패로 만드는 가장 큰 이유인 셈이다.

도박과 스포츠 베팅의 경계

모든 '베팅'은 도박일까. 사실 도박이라는 것을 규정하기도 쉽지 않다. 베팅하는 절대 금액의 많고 적음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장소와 시간에 따라서 구분을 지어야 할지, 도박을 즐기는 그룹과 집단을 놓고 따져야 할지. 무엇하나 분명치 못하다. 아무 생각없이 요행만을 믿고 이름도 잘 모르는 코스닥 기업에 투자하는 것과 튼튼해 보이는 말에게 투자하는 '경마 베팅'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답이 없다.

그것을 규정하는 잣대가 개개인에게 허락이 된다면 개인적인 기준은 이렇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상대적인 투자 금액이다. 여유자본의 일정비율 이상을 넘지 않는 선에서 '베팅'을 한다면 도박보다는 하나의 '놀이'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투자가 맹목적이냐, 분석적이냐가 일단 중요하다. 투자를 생업으로 삼는 '전문투자자'의 경우 투자금액의 비율이 굉장히 높지만, 맹목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투자의 성격을 띈다.

하지만 인간의 심리는 '도박'과 '투자'의 구분을 두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놀이들이 종국에는 '도박'을 변해 큰 화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그러고자 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인간의 심리라는 것이 결국은 점점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되고, 큰 바램을 갖게 되고, 몰입하다보면 비이성적인 현실인식과 상황 판단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그러한 심리 컨트롤이야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도박'과 '투자'의 경계를 가로짓는 가장 큰 기준점이 될 것이다.     
:
Posted by retri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