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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1. 11. 08:43

철학 콘서트, 황광우 도서2009. 11. 11. 08:43

철학을 이해할 깜냥은 전혀 못되지만, 가볍게 풀어씌여진 철학관련 책들을 읽다 보면 '마음의 안정'을 얻게 되기도 하고, 생각을 달리 해보기도 한다. 하루하루 아둥바둥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이 일견 하찮게 느껴지기도 하고, 좀더 원대한 꿈과 이상을 품어보고픈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사진 한장을 음미해볼 수 있는 시대가 아닌, 1초에 수십여장의 필름들이 자취를 감추는 '초속'의 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사고하고 사색했던' 옛 철학자들을 한번씩 만나는 경험은 분명 차분하다 못해 평화롭기까지 하다. 

대학 입시를 치르던 시절 당시 논술이 큰 이슈였다. 과거 학력고사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대체하면서 분별력이 예전같지 않았고, 학생들의 다양한 '가능성'과 '능력'을 가늠해보는 잣대로 '논술'과 '면접'이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매김하던 시기였다. 곳곳에 논술학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난 후 모두들 논술과 면접에 매진하였다. 광주에 '플라톤 논술학원'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동생이 꽤 오랜시간 그 곳에서 공부를 했다. 당시 아마도 학원 원장선생님이 이 책의 저자이신 황광우 선생님이셨을 것이다. 뵌 기억이 없는 분이라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다소 어색하지만, 동생은 학원의 수업에 꽤나 만족하였던 듯 싶고, 영향도 많이 받은 듯 싶다. 

우연히 서점에서 이런저런 책들을 살펴보다가 '철학콘서트'라고 하는 책을 발견했고, 저자를 확인하는 순간 읽어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철학이라고 하면 왠지 어렵고 난해한 책들이 주류를 이루는데, 이 책은 왠지 마음편하게 한번 읽어볼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크라테스에서 노자까지 총 10명의 철학가 내지는 사상가들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게끔 구성되어 있다. 곳곳에 저자의 생각이 스며들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마음 속에 간직하고 싶었던 문구들을 정리해본다. 

'여러분은 덩치가 크고 혈통이 좋은 말입니다. 그러나 크고 굼뜬 말입니다. 이런 말에게는 착 달라붙어 괴롭히는 등에가 필요합니다. 나, 소크라테스는 여러분의 등에인 것입니다.' - 소크라테스, P38

'나는 언제나 나의 이성적 사유에 입각하여 가장 올바른 것으로 판단되는 원칙만을 따르며 살았네. 이 원칙 준수의 결과가 사형 선고일지라도 나는 원칙을 포기할 수 없다네. 아이들에게 겁을 주어 설득하듯 투옥과 재산 몰수, 죽음으로 나에게 압력을 가하더라도 나는 나의 길을 갈 것이야. 사람들의 평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올바른 사유가 중요한 것이지. 어영부영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훌륭하게(eu) 아름답게(kalos) 올바르게(dikaion) 사는 것이 중요한 것야.' - 소크라테스, P42

'어이, 크리톤, 아스클레피오스 신에게 내가 닭 한마리를 빚졌네. 기억해 두었다가 갚아주게.' - 소크라테스, P47

'친구는 모든 것을 공유한다네(Friends have all things in common). 아무도 생필품 이외의 사유재산을 소유해서는 안되네. 만일 집과 땅과 돈을 사유한다면 통치자의 지위를 포기해야 하네." - 플라톤, P65

'죄수와 횃불 사이에는 무대 높이의 회랑이 동굴을 가로질러 설치되어 있다. 이제 이 회랑 뒤에서 누군가가 인형극 놀이를 한다고 상상하자. 돌이나 나무로 만든 동물 모형, 사람 모형을 담장 위로 들고 지나가는 것이다. 죄수는 횃불에 의해 투영되는 모형의 그림자만을 볼 뿐, 실재의 모형을 본 적이 없지. 인형극을 연출하는 사람들이 대사를 읽을 경우, 죄수는 모형의 그림자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인식할 게야.' 

'이제 죄수의 손목을 이끌어 동물 밖으로 연결되는 가파른 통로로 안내해봄세. 햇빛이 찬연히 부서지는 곳으로 그의 몸을 끄집어낸 순간, 죄수의 눈은 너무 밝은 광채 앞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할 것이야. 그가 지상의 사물을 분별하려면 상당한 적응 기간이 필요해." - 플라톤, P70

'제자들이여, 나는 너희가 집착을 여읠 수 있도록 뗏목의 비유를 들어 설하겠다. 어떤 사람이 긴 여행을 하다가 강가에 이르러 이렇게 말했다. '이 언덕은 위험하지만 저쪽 언덕은 안전하다. 뗏목을 만들어 저쪽 언덕으로 가자.' 뗏목을 만들어 안전하게 저쪽 언덕에 이른 뒤 생각했다. '이 똇목은 나에게 큰 공을 세웠다. 이 뗏목을 버리는 것은 아깝지 않은가? 나는 이 뗏목을 머리 위에 이고 가겠노라.' - 석가, P84

'자공 : 백이와 숙제는 어떤 사람이옵니까?'
'공자 : 옛 현인이시다'
'자공 : 그들도 인생을 후회했을까요?'
'공자 : 인을 구하여 인을 얻었으니, 무슨 후회가 있었겠느냐?', P119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섭섭해하지 않으면 이것이 군자의 마음이 아닌가?" - 공자, P125

'3일 동안이나 나와 함께 있으면서 아무것도 먹지 못한 이들을 보노라니 내 마음이 아프다. 아무것도 먹이지 않고 이대로 돌려보내면 집으로 가는 길에 쓰러질까 걱정된다.' - 예수, P141

'오늘 밤 수탉이 울기까지 세번 너는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 예수, P145

'동호의 배 위에서 나누었던 정이 꿈결 속에 되살아나니, 봉은사까지 따라와 묵은 하룻밤의 뜻이 더욱 깊게 느껴집니다. 서로 취해 말없이 바라보며 천리의 이별을 다 이루었습니다. 손수 쓰신 편지와 아울러 시 한편을 받으니, 마치 다시 얼굴을 대하는 듯하여 참으로 위로되고 다행스러움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 퇴계, P153

이슬 머금은 풀잎 곱게 물가에 피어나고
작은 연못 깨끗하여 모래 한 점 없다네
구름 노니는 하늘에 새가 나느니
지지배배 제비야 물결 일지 말거라 - 퇴계, P155

'사람들로 하여금 도둑질을 하게 하는 요인이 따로 있습니다. 바로 양입니다. 예전에는 얌전하고 조금씩 먹던 유순한 양들이 이제는 무서운 식욕으로 사람까지 먹어치우고 있습니다.' - 토마스 모어, P180

'유토피아에서는 사유재산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사회에 대해 열심히 일합니다. 유토피아에서는 모든 것이 공동의 소유이므로 결핍의 공포가 없습니다. 유토피아에서는 돈이 사라졌고, 아울러 돈을 벌려는 열망이 사라졌기 때문에 돈으로 인한 많은 범죄가 사라졌습니다. 금전 사용은 종말은 사기, 절도, 강도, 말다툼, 분규, 반란, 살인, 배신, 독살 등 많은 범죄의 종말을 의미합니다. 돈이 사라지면 돈으로 인한 불안, 긴장이 사라집니다. 그렇습니다. 가난, 그것이 돈의 결핍을 의미한다면 화폐의 소멸은 가난의 소멸을 의미할 것이다.' - 토마스 모어, P193

'물론 그는 공공의 이익을 추진하려 하지 않으며, 그가 어느정도 공공의 이익을 추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가 외국 산업보다 국내 산업을 선호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안전을 위한 것이다. 그가 국내 산업의 생산물의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것도 아직 자신의 이득을 위한 것이다. 그리하여 다른 많은 경우처럼,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그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추진하게 되는 것이다.' - 애덤 스미스, P205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은 다음 두 조건을 만족시키도록 조정되어야 한다. 1. 그 불평등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리라는 것이 합당하게 기대된다. 2. 그 불평등이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 직위와 직책에 결부되어야 한다.' - 롤스(정의론), P218

'거미는 직포공이 하는 일과 비슷한 일을 하며 꿀벌의 집은 많은 건축가를 부끄럽게 한다. 그러나 가장 서투른 건축가라도 가장 훌륭한 꿀벌보다 뛰어난 점은, 그가 집을 짓기 전에 미리 자기의 머리속에서 집을 짓는다는 것이다. 노동 과정의 끝에 가서는 그 시초에 이미 노동자의 머릿속에 존재하고 있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노동자는 자연물의 형태를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자기가 의식하고 있는 목적을 자연물에 실현하는 것이다.' - 마르크스(자본론), P228

'세상에 다시 없이 착한 것은 물이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도우면서 다투지 않는다. 사람들이 머물기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문다.' - 노자, P273

'나에게 애지중지하는 보물 세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자애요, 둘은 검소요, 셋은 감히 세상에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 노자,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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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ri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