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난 너를 사랑하는 걸까, 김혜남 도서2009. 5. 11. 09:09
연애 문제라면 자다가도 번쩍 눈을 뜰 정도로 연애학(?)에 심취해있는 친구 녀석의 집에서 빌려온 책이다. 보통 '연애'라고 하면 그 유쾌하면서도 달콤한 속성 때문에 진지하게 고민해서는 안될 문제로 간주되거나, 한가한 사람들이나 공부(?)하는 것으로 취급되는데, '연애'를 하는 동안 느끼는 인간의 감정이 굉장히 변화 무쌍하고, 심리학의 한 부분인 것을 감안하면 그냥 지나치기 힘든 매력이 있다. 이런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스스로 연애에 있어서 '경험 미숙'임을 자처하거나, 보편적으로 '사랑'이라는 단어가 주는 순수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염려에서, (이런 부류의) 책과는 거리를 두어 왔다. 굉장히 효과가 있다가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많지만, 전쟁을 치르는 듯한 '작전'과 '전술'이 난무하는 '연애'는 너무 팍팍해 보였기 때문이다.
단지 '사랑이야기'를 소재로 한 것이 아니더라도, 다른 여러 부류의 책들이 널려 있었는데도, 그리고 '사랑' 책들과 거리를 두며 살아왔던 기존의 입장에서 선회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와 '우리는 사랑일까'를 접했던 덕분이다. 예전에 읽었던 '금성에서 온 여자, 화성에서 온 남자'와는 또다른 느낌의 신선한 접근으로 재미있게 보았었던 책이다. 그저 '연애'를 잘하기 위해서가 아닌, 남녀의 이런저런 행동들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이 신선했다.
'심리학'이 인간 행동의 다양한 패턴을 통계를 통해 분석하기 때문에, 즉 스스로의 행동 양식을 다른 사람들의 보편적인 그것과 비교해볼 수 있는 장점 때문인지 흥미로운 반면, '정신분석학'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차원이 아닌 '병을 고치는 방도'로만 활용되는 느낌이 있어 딱딱하다. 행위를 분석하는데 있어서도 '그런 심리가 있을 수도 있다'고 가정하기보다는 '그런 심리가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고, 그릇되었다면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한다. 작가가 정신분석학 의사라는 점에서 철학을 전공한 알랭 드 보통의 책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사랑은 '병을 진단'하듯이 서술되어 있다. 책에 따르면 사실 사랑을 하는 우리들 대부분이 '사랑병'에 걸린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사랑은 어느정도는 '멀리있기'가 중요한데, 어렸을때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애정결핍으로 사랑을 갈구하게 되고, 어렸을 때 보호를 많이 받은 사람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노력보다는 '받기만 하는 사랑'에 집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랑도 적당히 해야 하고, 질투도 적당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작가 노희경이 쓴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시가 생각났다. 책을 쓴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는 바도 많지만, 결혼 생활을 오래 지속하기 위해 스스로 마음을 잘 컨트롤한다는 개념에서의 사랑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누군가를 절실히 보고 싶고, 미친듯이 사랑하고픈 젊은 열정들에게 사랑은 자신을 지키지 못할 정도로 마음을 열고 온 힘을 다하고, 결국 그 사랑을 지키지 못해 상처를 받곤 하지만, 그럼에도 또다른 사랑을 찾아 나섬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같은 과정을 되풀이하면서도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것이 바로 '사랑의 굴레'이며, 우리들의 삶이란 이야기다. 다만 어떤 사랑을 방식을 선택하는가는 개인의 자유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