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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마음이 떠났으나 헤어지지 못해 시간만 질질 끄는 오래된 연인처럼 오클랜드 에이스와 프레몬트시는 그렇게 2년의 세월을 흘려보냈다. 2006년 초겨울 에이스와 프레몬트시는 그들의 장밋빛 비전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다. 이미 그 전부터 꾸준한 논의가 이루어져왔을터이고 오랜기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어쩌면 다소 성급하게 그 만남을 공론화했는지도 모른다. 처음 그 계획을 세상에 알렸을때 에이스는 2010년이면 새로운 구장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체념에 체념을 거듭한 끝에 2009년이 시작되었음에도 아무것도 결정난 것이 없었고, 미루고 미루어 2012년에는 개장했으면 하고 지친 바램을 안고 있었다. 결국 에이스의 구단주 류 울프는 기다림에 지쳤다고, 그래서 새로운 짝을 찾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결국 프레몬트에 새로운 구장을 건립하려던 에이스의 꿈은 2년여만에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이유인 즉슨 구단주 울프의 이야기처럼 ‘결론없는 논쟁의 순환’으로 인해 앞길도 캄캄하기 때문이다. 구장 건립지를 결정했으나, 교통 대란을 우려한 시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었고, 프레몬트 내의 다른 곳으로 옮기려는 생각만 표출해도 사람들은 집값이 떨어질까봐 안절부절이었다. 메이저리그 팀을 보유한다는 자부심은 온데간데 없이 야구장이 단지 핵폐기장이나 하수 처리장 취급만 받는 꼴이었다. 결국 산호세로 가는 징검다리 정도로 프레몬트를 활용하려는 에이스의 속셈이 너무 얄미웠던 것일까. 프레몬트의 시민들은 결국 에이스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오직 프레몬트의 시장만이 ‘10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세기의 찬스를 놓쳐버렸다’고 한탄할 뿐이었다.

에이스와 프레몬트시의 이별은 많은 야구팬들이 안타까워할 뉴스임은 분명하지만, 에이스가 마냥 우울한 것은 아니다. 왠지 비빌언덕을 충분히 마련해 놓고 프레몬트에 이별을 통고한 것인지 누가 아는가. 물론 새로운 기회가 많다고 해도, 경제위기의 한파 속에 어마어마한 야구장 건립 비용은 팀을 유치하려는 희망 도시들에게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솔로가 된 이후로 다시 에이스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오클랜드시는 마음이 떠나버렸던 에이스에게 여전히 애정을 갖고 있다. 오클랜드의 론 델럼스 시장은 커미셔너 버드 셀릭에게 서한을 보내 오랫동안 에이스를 아끼고 지원해 준 오클랜드시의 야구에 대한 헌신(?)을 모른척 해서는 안된다고 호소했다. 마치 준비라고 하고 있었던 것처럼 오클랜드시는 에이스의 새로운 구장 건립을 목표로 새로운 위원회 구성을 마쳤다. 이번에야 말로 기필코 에이스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에 또 다짐중이다.

견우와 직녀. 오클랜드와 산호세는 그런 사이다. 서로가 원하면서도 주변의 반대에 부딪히고, 또 눈치를 보느라 맺어지지 못했었다. 이번 에이스와 프레몬트시의 이별에 가장 쾌재를 부르고 쪽은 산호세일지도 모른다. 이번 기회에 에이스를 산호세 안으로 끌어들여 명실상부한 ‘산호세의 메이저리그팀’을 만들기를 원한다. 산호세의 시장과 일부 의회 멤버들이 곧바로 움직임을 재개하였고, 4월 7일 의회 회기가 시작될때 이 문제에 대해서 거론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시장은 지금 이 시점에서 구체적인 움직임을 위해 공공비용을 허비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하지만, 충분한 공감대와 지지기반을 이끌어내는 것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는 북부 캘리포니아 베이 지역의 북부와 남부를 대표하며 대도시권을 형성하고 있지만 소득수준과 도시의 성장속도를 감안한 프랜차이즈 밸류가 샌프란시스코에 크게 밀리지 않고, 도시상주 인구규모로만 따지면 오히려 샌프란시스코보다 크다. 산호세는 100만 가까운 인구가 상주하는 미국내 10위권의 도시이고, 샌프란시스코의 80만여 인구로 13번째로 큰 도시이다. 


물론 그 외에도 메이저리그 구단을 유치하고픈 도시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포틀랜드와 샌안토니오, 라스베가스와 같은 곳이 이미 거론된 적이 있었고, 대체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산호세의 프로축구팀의 구단주이기도 한 에이스의 구단주 류 울프는 베이지역에 머물고 싶어한다. 이제 에이스에게 남겨진 길은 대략 네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미우나 고우나 정든 오클랜드에 잔류하는 것, 자이언츠의 강력한 반대를 뚫고 오매불망 산호세에 새로운 둥지를 트는 것, 아니면 새크라멘토와 같은 근교 지역을 물색하는 것, 마지막으로 ‘굿바이, 베이’다. 울프는 구체적으로 특정 지역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산호세’가 여전히 첫 번째 타켓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게만 된다면, 21세기 들어 신개념의 마케팅으로 LA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한 LA 엔젤스 그리고 볼티모어의 반대를 극복하고 미국의 수도를 점령한 워싱턴 내셔널스에 이은 제3의 성공 스토리다. 물론 순수하게 비니지스적 측면에서다.

산호세를 둔 자이언츠와 에이스의 쟁탈전 제2라운드가 임박한 셈이다. 뜬금없이 ‘동반자적인 관계’를 앞세우면서 땅을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에이스가 자이언츠 입장에선 몹시 못마땅할 수도 있다. 더불어 에이스의 구단주 류 울프와 절친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커미셔너 버드 셀릭은 얼마전 MLB도 이제 ‘연고지역의 범위와 기준’에 대해 보다 융통적인 마인드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돌려 해석하면, 연고권에 연연하지 말고 프랜차이즈를 두고 자유롭게 경쟁하라는 이야기다. 맥고완 할배 대신 자이언츠의 새로운 구단주를 맡은 뉴콤은 과연 어떤 입장을 취하게 될지, 산호세 시민들은 정녕 메이저리그 구단이 그들의 팀이 되는 것을 열렬히 환영하게 될지, 아직은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렇다면 자이언츠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에이스에게 양보를 하는 것은 어떨까, 물론 자이언츠가 그래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고, 누구도 그러지 않는다고 자이언츠를 비난할 순 없다. 나 역시 팬 입장에서 오랜 전통의 명문구단 자이언츠의 지속적인 성공을 바라고, 배리 본즈와 같은 슈퍼스타를 지켜낼 수 있는 경제적인 기반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에이스와 같은 경쟁력있는 팀들이 동등하지는 못할지언정 어느정도의 프랜차이즈 기반을 확보하기를 바라며, 더불어 베이 지역에서 두 팀이 공존하려면, 두 팀의 성공을 동시에 가능토록 하는 가장 합리적인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자이언츠의 마켓이 그리 크지 않다고 이야기를 할때 늘상 자이언츠와 에이스가 베이지역의 팬을 양분한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나, 양분이라는 표현보다는 ‘에이스의 기생’ 정도라면 적절한 표현이 될까. 매년 구단가치를 평가하고 있는 포브스의 2008년 ‘The Business of Baseball' 자료를 참고하면, 같은 베이지역을 연고로 하고 있지만 두 팀의 프랜차이즈 밸류는 큰 차이를 두고 있다. 자이언츠는 193M으로 휴스턴(194M), 시애틀(193M) 등과 10위권을 형성하고 있고, 에이스는 98M으로 밀워키(99M), 미네소타(103M) 등과 비슷한 프랜차이즈 규모다. 에이스보다 더 프랜차이즈 밸류가 낮은 팀은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플로리다의 두 형제 레이스와 말린스 뿐이다. 물론 프랜차이즈 밸류가 단지 상주인구의 수와 소득 수준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고, 에이스가 산호세에 자리잡는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최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는 워싱턴 내셔널스를 봐도 엑스포스 시절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프랜차이즈 밸류만큼은 레인저스와 타이거스를 넘어서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는 각각 메이저리그 팀을 보유할만한 프랜차이즈 밸류를 지니고 있고, 베이 지역의 두 팀이 공존을 위해서는 편중된 영역의 재조정이 필수적이다. 동서로 나누어진 현재의 상태를 남북으로 나누거나, 버드 셀릭의 말처럼 연고지역의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남부 베이지역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사정은 NFL도 마찬가지다.  최근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와 오클랜드 레이더스 역시 새 구장 신축 문제로 떠들썩한데, 두 팀중 한팀을 남부 베이지역인 산호세로 옮기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진행중에 있다. 메이저리그의 규정으로 얽혀있는 실타래를 푸는 것은 산호세 시장의 말을 빌리자면 그 누구도 아닌 에이스의 구단주인 울프가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일이다. 메이저리그 전반에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고, 주인장인 자이언츠를 설득해야 한다. 에이스의 새구장 신축 문제를 둘러싸고 다시한번 베이 지역이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지금 당장 해결책이 제시되거나 그런 움직임이 활발하게 펼쳐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올해 안에 에이스가 또다른 만남을 준비하고, 그 해답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 과연 ‘산호세 어슬레틱스’는 탄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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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ri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