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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2. 24. 08:46

이코노믹 마인드, 마테오 모테를리나 도서2009. 2. 24. 08:46

마지막에 얻는 것은 경험의 과실이 아니라 ,경험 그 자체이다 / 월터 페이티

최근에 접한 말로, 마음에 와 닿아 팀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낼때 꼬리말을 달았던 어구다. 사실 이 말은 여러가지로 해석 수가 있다. 결과라는 산물보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단순히 산물인 지식보다는 경험으로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말로 비추어질 수도 있다. 이 명언을 하면서 월터 페이티라는 사람은 경험 그 자체에서 보람을 느끼고, 즐기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인생의 한 순간순간을 타오르는 불꽃처럼 살라고 충고한다. 영화 '굿 윌 헌팅'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맷 데이먼을 두고 '지식만 가득찬 애송이'라고 비꼰 것처럼, 우리는 2001년 월드시리즈에서 9회말에 루이스 곤잘레스가 끝내기 안타를 쳤다는 사실을 아는 것보다, 그 장면을 보고 또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삶은 느끼고, 인지함으로써 행복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코노믹 마인드'라는 책은 인지심리학을 통해서 사람들의 경제적인 사고를 들추어내고 있다. 책의 뒷부분의 다소 무료하고 지루한 파트에서는 뇌의 여러 부분들에 대한 기능들을 다루었고, 큰 그림에서 보자면 '감정'을 다루는 한 파트와 '이성'을 다루는 다른 파트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사람들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을 적절히 조율하고, 그런 사실을 아는 것이 효과적인 선택을 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 책의 주제라면 주제다.

책의 머릿말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올바른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사실, 그 방법을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신체가 그렇게 할 필요를 느끼는 게 필요하다.' 공감하는 말이다. 느낌과 열정과 같은 감정적인 부분들은 우리들의 선택에서 많은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틀린 줄 알면서도 '과소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나 경제적으로 비합리적인 것을 알면서도 불필요한 상품을 구입하는 것과 같다. 과연 우리는 그 감정을 어느정도 선까지 용인해야 하며, '이성'에 비해 '감정'은 정말 쓸데없는 것인가.

내가 자주 가는 인터넷 사이트인 엠바다라는 야구사이트의 자유게시판에 한 남자분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20대의 삶을 사는 젊은 청춘이 사랑에 허우적대며, 자신의 일을 소홀히하고 미래를 설계하지 못하는 것이 한심하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수 많은 댓글이 달렸다. 여러 의견들이 있었고, 공감하는 사람보다는 반대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비율로 따지면 7:3에서 8:2 정도가 될 듯 싶다. 20대에 사랑을 해본 그들은, 물론 경험에 따라 결론도 달라지겠지만, 그 감정이라는 것이 굉장히 소중하며, 그 경험 자체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나 역시 20대의 사랑이라는 것은 20대에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또 할 수 있다고 한다고 해도, 20대와는 또 다를테니까. 삶은 가치를 어느 곳에 두느냐에 따라 가는 방향이 달라진다. 그것은 완전히 개인의 선택이며, 개인의 선택은 언제나 존중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심리학. 사람은 사람의 두뇌를 잘 모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는 100중에 겨우 1과 2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철학적인 접근에서처럼 우리는 자유롭게 사고하는 것이 아닌 프로그램화된 생각의 시나리오를 그대로 따르는 것일수도 있다. 뇌를 부분별로 기능을 구분짓기도 하지만, 더 세밀하고 더 깊이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분히 행동의 통계로 '경향성'을 규정짓는 행동 심리학과는 달리 뇌의 활동과 연계를 짓는 인지심리학은 그런 면에서 굉장히 모호하다고 생각한다. 행동의 심리학은 내 행동의 결과와 비교해보면 흥미로움이 있으며, 내 자신의 경험이 그러한 심리학의 이론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지만, 인지심리학은 결정적인 해답이 결여되어 있는 느낌이 있어 흥미롭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대체적으로 소비를 하는 부분에 있어서 심리적인 분석은 공감대가 형성이 되었다. 물론 어떤 부분에서는 나 같은 경우 그러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것 같지만, 대체적으로 그런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단정짓는 부분이 있어서 공감이 안되었으나, '다른 사람들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측면에서 받아들였다. 몇개의 관심가는 예제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편도선 절제 수술을 받지 않은 11세 이하의 아이 100명을 상대로 진찰을 하면 의사가 45%가 수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수술이 필요없다고 진찰받은 아이를 데리고 다른 병원에 갔더니 그 중에서 다시 45%가 수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물론 이게 심리학적인 문제에서 접근을 해야 되는건지, 멀쩡한 사람도 환자로 만들어서 사업을 해야 하는 병원의 목적 차원에서 접근을 해야될지 의아하긴 했다. 

더불어 50만원을 주고 핸드폰을 살때, 대상 제품이 한개일때와 여러개일때의 판단이 달라진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비교 대상이 일단 생기면, 없을때의 '빠른 결정'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되고, 많은 경우는 아니겠지만 그러한 '선택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선택을 포기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또한 긍정의 질문과 부정의 질문에서 보는 답변의 차이도 어느정도 공감한다. '아' 다르고 '어'다르다는 말은 괜히 나온게 아니니까. 똑같은 자료를 가지고 설득력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심리학적 지식이 필요한 것이고. 주식을 하는 사람들이 항상 현재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못하는 것도 거론되었다. 항상 최초의 매입 시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이익을 보았을 경우는 빨리 매도를 하고, 손해를 보았을 경우에는 회사가 망할때까지 함께하게 된다. 다른 이야기로 함께 망한다.
 
네장의 카드 함정에도 깜빡 속았다. E와 K, 4와 7자가 씌여진 카드가 있다. 앞선 두개의 카드의 뒤에는 숫자가 적혀 있고, 뒤의 두 개의 카드의 뒷면에는 알파벳이 적혀 있다. 자, 여기서 문제.

"한쪽 면에 모음이 적힌 카드의 뒷면에는 짝수가 있다."

이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뒤집어봐야 할 카드는 어떤 것일까? 한번 답을 찾아보기 바란다. 나는 틀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E와 4를 뒤집는다고 한다. 하지만 답은 E와 7을 뒤집는 것이다. 질문 자체가 '거짓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접근 방식이 그렇게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수능 언어영역 문제를 풀듯이 약간의 말장난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직관적으로 인지해서 빠른 판단을 했을때, 이처럼 틀릴 수 있다는 사례를 든 것이다. 나름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다른 내용은 이렇다. 친구에게 동전의 앞면 혹은 뒷면에 얼마를 걸지 물어보고 동전을 던져보라. 이번에는 이미 동전을 던졌지만 결과는 아직 모르는 상태에서 얼마를 걸지 물어보라. 사람들은 첫번째보다 두번째 경우에 돈을 적게 건다. 이미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이 확률을 낮추기라도 하는 것 같다. 다른 말로 하면 꼭 이뤄져야만 하는 한 가지 사실 때문에, 어떤 사건을 어떤 식으로, 아니 꼭 하나의 결과가 나오도록 콘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떤 기도나 특별한 정신 집중을 통해서라도 말이다. 높은 숫자가 나오길 바라면서 주사위를 던질 때는 힘껏 던지고, 1이나 2가 나오게 하려면 주사위를 살짝 던지는 경우와도 비슷하다. 그럴 것 같기도 하고, 아닐 것 같기도 하고. 

'세상에서 가장 긴 페널티킥'이야기는 나름 흥미가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봐야 페닐티킥에서의 확률은 변하지 않는다. 결코 빨리 결정한다고, 또는 더 신중하게 오래 생각한다고 해서 확률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또 재미있는 문제하나. 축구화 한 켤레와 축구공의 값은 모두 합해 110유로다. 축구화의 값은 축구공의 값보다 100유로 더 비싸다. 축구공은 얼마일까? 다른 표현으로 축구공과 농구공은 합해서 11000원이다. 축구공의 값이 농구공보다 10000원이 비싸다면 농구공은 얼마일까? 화폐의 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을때와 그렇지 않을때 서로의 대답은 달라질까. 여튼 아무생각이 없이 있다간 자칫해서 틀리기 쉬운 문제다. 감정적으로 먼저 인지를 하고, 이성적으로 뒤늦게 판단을 하게 된다는 결론. 처음엔 틀렸고, 다시 생각해보면 맞다. 

책의 부제로 '99% 경제를 움직이는 1% 심리의 힘'이라고 했는데,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 감정과 이성의 조합체인 인간이 선택에 있어서 합리적이지 못한 이유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순간적인 인지를 통한 판단과 신중한 사고를 통한 판단의 차이를 이야기했다. 다소 지루한 마음에 뒷부분을 소홀히 읽은 것이 아쉬운 면은 있다. 다만 심리학은 통계이고, 심리학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것이 자신의 주된 공략대상이 아니라면 무엇보다 경험이 중요하다. 같은 상황에 처해보는 것과 느껴보는 것.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예측은 무의미할 수가 있다. 다른 사람들의 통계를 한껏 가져다가 예측을 했다고 해도, 정작 나도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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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ri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