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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일단 최악의 고비는 넘겼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예상을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했고 시한폭탄 AIG는 우여곡절 끝에 미국 정부의 지원을 얻어냈다.

시장은 정부의 지원 결정에 한편으론 안도의 한숨을 다른 한편으론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역시 AIG는 리먼브러더스와는 급이 달랐다. AIG는 포기하기에는 너무 큰 대마였다.

◇ 특명 'AIG 일병 구하기'

미국 정부는 16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통해 AIG에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FRB는 AIG에 850억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AIG의 400억달러 유동성 요청을 사실상 거부한 지 불과 하루만의 일이다.

15일 FRB는 AIG의 브리지론 요청에 난색을 표명하며 대신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은행컨소시엄으로부터 750억~80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하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은행 컨소시엄 역시 자체 지원에 어려움을 표시했고 민간 차원의 문제 해결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에 결국 이날 오후 미 정부는 AIG 구조에 발벗고 나섰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FRB 의장은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 상하원 지도층 인사들을 잇달아 만났다.

정부의 움직임은 매우 적극적이고 신속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폴슨 장관과 버냉키 의장, 리드 의원 등의 AIG 관련 회의는 이날 오후 6시30분쯤 워싱턴 의사당의 리드 의원 사무실에서 열렸다. 폴슨 장관이 리드 의원에게 전화로 관련 회의를 요청한 지 불과 1시간30분만의 일이다.

◇ 리먼과 급이 다르다

지난 주말 리먼에 대해 전격 청산을 결정한 것과 달리 미 재무부와 FRB는 AIG는 살려내기로 결정했다. AIG는 이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자금조달에 실패해 청산될 경우 금융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리먼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이다.

AIG는 다른 은행과 투자자들에게 580억달러 상당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증권을 포함, 전체 4410억달러 상당의 채권에 대한 부도위험을 줄일 수 있는 파생상품(신용디폴트스왑, CDS)를 팔아둔 상태다. 자금 조달에 실패해 파산 보호를 신청한다면 CDS를 들고 있는 다른 대형기관들의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블룸버그통신은 AIG 파산이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결국 정부는 AIG 지원의 불가피하다는 것을 자인한 상태에서 여론 추이를 한동안 지켜보면서 지원 규모는 가늠한 것으로 보인다.

◇ 골드만-모건, 불안을 덜어내다

살아남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실적 발표를 통해 시장 불안을 다소 나마 희석시켰다.

모건의 3분기 실적은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모건은 이날 분기 순이익은 14억3000만달러(주당 1.32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8% 감소했지만 예상치 주당 78센트는 대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모건스탠리 주가는 이날 장중 1.6% 하락한 29.90달러에 마감했다. 그러나 장마감후 실적이 공개된뒤 시간외 거래에서는 12% 이상 상승세로 급반전했다.

모건스탠리는 당초 17일로 예정된 실적 발표를 하루 앞당겼다. 실적 불안이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분기 순익이 70%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월가 예상치는 상회했다.

골드만삭스의 3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28억5000만달러, 주당 6.13달러)보다 70% 감소한 8억4500만달러(주당 1.81달러)를 기록했다. 월가 예상치는 주당 1.71달러에 불과했다.

골드만삭스는 메릴린치와 베어스턴스가 매각되고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보호를 신청하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비교적 견조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위기 끝'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안은 계속된다. AIG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투자은행들의 실적 개선은 요원하기만 하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AIG의 추가상각에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알트-A 모기지 관련, AIG가 150억달러를 추가 상각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씨티그룹의 조슈아 섕커 애널리스트는 리먼의 청산으로 모기지증권 가격이 급락하면 AIG가 최악의 경우 300억달러나 추가상각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AIG에 대한 지원은 자칫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이 될 수 있다.
상원 금융위원회의 크리스토퍼 도드 위원장이나 리처드 셀비 의원 등은 같은 이유로 정부의 AIG 구조에 공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미 정부는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이어 AIG에게도 공적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미 국민의 세금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정부나 미국인 모두에게 두고두고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결정이다.

금융권은 서브프라임 사태의 첫번째 희생양에 불과하다. AIG에 이어 또다른 금융기관 유동성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차, 3차 피해자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일례로 미 자동차 빅3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포드 모두 이미 혼자만의 힘으로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다.이런 식이라면 정부의 공적 자금 투입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잠시 위기를 넘기는 효과는 있지만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 이후 시장은 충격에 더욱 약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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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ri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