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25. 12:30
연애편지의 기술, 모리미 도미히코 도서2010. 5. 25. 12:30
책은 종종 혹은 자주 뜻하지 않는 행복을 선사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가는 따뜻함을 맛보기도 하고, 때론 정적을 파괴하는 파안대소, 어떨 때는 짐짓 심각한 고민을 함께하는 것과 같은 미간의 찡그림이 함께한다.
'연애편지의 기술'이라는 다소 유치한 제목의 소설이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 좋을 것 같아 기분전환겸 선택했다. 외딴 곳에서 연구를 하는 주인공이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과 서신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극적인 스토리보다는 담담하게 일상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 나갔고, 청춘, 사랑, 연애, 미래에 대한 고민 등이 적절히 섞여 있었다. 초반부를 읽으면서 약간 코드가 들어맞는 것 같지 않아 다소 지루한 면도 있었으나 멋진 피날레로 말미암아 오히려 초반부의 어리숙한 내용들이 말미를 위한 포석이 아니었는가 싶을 정도였다.
그 피날레라는게 바로 필살의 '연애편지 완성본'이었다. '연애편지 대행업체 사장'을 꿈꾸노라고 이야기하는 주인공의 터무니없는 바램조차 현실성있게 느껴진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장문의 편지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적절한 곳에 단어들이 고르게 잘 배치된 느낌이었다. 아주 잘 조립된 레고조각처럼. 어언 10년전 고백을 위해 27장을 썼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을때 기겁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녀석 역시 필력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아니면 한달간 고민에 고민을 더한 역작이던지.
연애편지라는 것이 어떤 대단한 사랑의 언어로 점철된 특별한 고해성사가 아니라 일상적인 언어로 솔직담백하게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물론 그 드러냄이라는 것도 저 멀리서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 다가갈라 치면 사라지는 무지개처럼 아늑하고 여운이 있는 드러냄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직접적인 사랑 고백보다도 훨씬 어려운 일인 셈이다. 마음이 담겨 있어서 상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야 하고, 위트가 담겨 있어서 상대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르게 해야 하고, 추억이 담겨 있어서 상대의 눈가에 아련한 빛이 서리게 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책의 말미에 완성된 연애편지는 굉장한 수작이다. 사랑이 단지 단어 몇개의 나열로 불쑥 생겨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작은 사랑이 담겨 있는 곳이라면 묘약처럼 그 크기를 부풀어오르게 하는 힘이 있을 것이다.
앞서 편지는 단지 필력이 아닌 마음가짐에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읽히고자 씌여진 글을 일기와는 다르다. 우선 상대방을 깊이 이해해야만 하고, 이기적이어서도 안된다. 오랜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어린아이같은 스스로가 참 부끄럽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연애편지의 기술'이라는 다소 유치한 제목의 소설이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 좋을 것 같아 기분전환겸 선택했다. 외딴 곳에서 연구를 하는 주인공이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과 서신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극적인 스토리보다는 담담하게 일상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 나갔고, 청춘, 사랑, 연애, 미래에 대한 고민 등이 적절히 섞여 있었다. 초반부를 읽으면서 약간 코드가 들어맞는 것 같지 않아 다소 지루한 면도 있었으나 멋진 피날레로 말미암아 오히려 초반부의 어리숙한 내용들이 말미를 위한 포석이 아니었는가 싶을 정도였다.
그 피날레라는게 바로 필살의 '연애편지 완성본'이었다. '연애편지 대행업체 사장'을 꿈꾸노라고 이야기하는 주인공의 터무니없는 바램조차 현실성있게 느껴진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장문의 편지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적절한 곳에 단어들이 고르게 잘 배치된 느낌이었다. 아주 잘 조립된 레고조각처럼. 어언 10년전 고백을 위해 27장을 썼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을때 기겁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녀석 역시 필력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아니면 한달간 고민에 고민을 더한 역작이던지.
연애편지라는 것이 어떤 대단한 사랑의 언어로 점철된 특별한 고해성사가 아니라 일상적인 언어로 솔직담백하게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물론 그 드러냄이라는 것도 저 멀리서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 다가갈라 치면 사라지는 무지개처럼 아늑하고 여운이 있는 드러냄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직접적인 사랑 고백보다도 훨씬 어려운 일인 셈이다. 마음이 담겨 있어서 상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야 하고, 위트가 담겨 있어서 상대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르게 해야 하고, 추억이 담겨 있어서 상대의 눈가에 아련한 빛이 서리게 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책의 말미에 완성된 연애편지는 굉장한 수작이다. 사랑이 단지 단어 몇개의 나열로 불쑥 생겨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작은 사랑이 담겨 있는 곳이라면 묘약처럼 그 크기를 부풀어오르게 하는 힘이 있을 것이다.
앞서 편지는 단지 필력이 아닌 마음가짐에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읽히고자 씌여진 글을 일기와는 다르다. 우선 상대방을 깊이 이해해야만 하고, 이기적이어서도 안된다. 오랜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어린아이같은 스스로가 참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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