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키스를 응원하는 르브론 제임스 야구2007. 10. 6. 18:39
미 NBA 클리블랜드 캐밸리어스의 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인디언스와 양키스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이 열리는 제이콥스 필드에 나타났다. 그는 클리블랜드의 홈구장에서 양키스의 모자를 번쩍 치켜올리며, 양키스를 응원하는 자신의 마음을 마음껏 드러냈다. 사진은 아마 양키스가 득점을 올리거나, 안타를 치는 장면이었나 보다. 그의 일행으로 보이는 옆의 한 사람을 제외하면, 나머지 팬들의 얼굴에선 아쉬움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이것으로 인해 클리블랜드 팬들의 실망감이 다소 있었던 모양이며, 내가 즐겨 찾는 사이트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르브론의 행동이 비판받을 일인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니다. 우리는 이런 문제들의 '잘잘못'을 따지는 데 있어서만큼은 한없이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집단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개인의 자유에 대해서는 다소 엄격해지는 경향이 있다. 개인의 호불호를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은 엄밀히 개인의 자유에 맡겨질 문제이다. 물론, 르브론의 행동을 문제삼는 사람들은 그가 양키스를 응원하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클리블랜드의 홈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굳이 이질감을 느끼게 해줄 필요가 있었느냐는 문제 때문에 르브론의 행동이 올바르지 못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가 '잘못'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것이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을 조금더 배려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일 수는 있지만, '옳고 그름'을 따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거주하는 곳이 클리블랜드인 그로서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오랜만에 자신이 거주하는 곳에 와서 플레이를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응당 응원하러 가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물론, 그 결과로 인해 그가 얻게 될 팬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그의 몫이다. '비판'이나 '비난'이 아닌 팬들이 느끼는 '배신감'이라는 이야기다.
단지 기분의 문제일 뿐
역지사지로 생각을 해 보았다. 만약에 내가 응원하는 이종범이라는 선수가 원정 농구경기를 치르는 다른 팀을 응원하기 위해 그팀의 저지를 차려입고 경기장에 나타났다면. 타인이 자신의 기대심리와 반하는 행동을 했을때 느끼는 '실망감'이나 '배신감'이 그 선수에 대한 '짜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이 된다. 당연히 같은 고향에서 태어난 선수가 홈팀에서 플레이를 한다면, 당연히 그 선수도 '같은 입장'일 것이라는 팬들의 기대 심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른 연고를 가진 선수의 경우와는 또다른 개념인 것이다. 이를테면 서울 태생의 장성호 선수라면, 고향팀을 좋아해서 소속팀의 경기가 아닐때에는 서울의 두산을 응원한다거나, 다른 종목의 스포츠 경기라면 자신의 연고팀을 응원하는 게 너무도 자연스럽게 보여질 것이기 때문이다. 르브론의 경우는 전자에 해당한다. 클리블랜드 인근에서 태어나서, 클리블랜드 연고팀에 소속되어 있는 그의 입장에서 팬들은 자연스럽게 '동질감'을 느끼고 싶어한다. 그런 팬들의 기대에 상반되는 그의 행동 때문에 인디언스의 팬들은 충분히 르브론 때문에 '짜증'이 날만도 하다. 그런 팬들에게 르브론의 기호 문제를 운운하는 것 역시 르브론의 행동을 '비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제3자의 시각
클리블랜드의 팬들이 아닌 제3자의 시각, 즉 다른 팀 팬들의 입장은 여러가지 현상을 보일 수 밖에 없다. 양키스 팬들의 경우에는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다. 르브론의 행동을 옹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 행동이 전혀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뿐더러, 클리블랜드 팬들의 기분을 자극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제이콥스 필드에 모인 팬들을 배려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르브론 개인의 '인격'의 문제이지, '잘잘못'을 따질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팀 팬들 입장에서도 각 개인의 입장과 기분에 따라서 그 반응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이를테면 나처럼 양키스를 싫어하고, 상대적으로 스몰 마켓의 팀을 응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르브론의 행동이 꽤나 안타까울 뿐이다. 어찌보면 그가 경기장에 양키스의 캡을 쓰고 나왔다는 사실 자체보다 클리블랜드가 고향임에도 양키스를 좋아하게 된 사실이 더 실망스러운 일이다.
물론 양키스를 좋아하는 사람 만큼 싫어하는 사람도 많긴 하지만, 상대가 양키스이기 때문에 르브론의 행동을 '문제'삼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오늘의 상대가 다른 팀이고, 르브론이 그 상대팀인 보스턴이나 디트로이트, 심지어 캔자스시티의 모자를 쓰고 응원하다고 해도 상황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뉴욕의 한복판에서 슈퍼볼 경기가 펼쳐지고 있을때, 데릭 지터가 뉴욕 자이언츠가 아닌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모자를 쓰고 응원을 위해 스타디움을 찾았다면, 그 역시 팬들이 '실망'할 것은 분명하다.
팬을 배려하는 스타
르브론의 행동이 '비판'받을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팬들에게 르브론을 이해하라고 하기 보다는 르브론이 좀더 자신을 사랑하는 팬들을 배려했으면 어떨까 싶다. 물론 합리적인 팬들은 르브론을 이해하겠지만, '클리블랜드를 사랑하는 팬'들이 르브론에개 향하는 마음을 조금은 거두어 버리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연예인들처럼 스포츠 스타들도 흔히들 '팬들을 사랑'한다고 이야기한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팬들에게 더 사랑받는 선수가 더 인정받고, 가치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으로만 이야기하는게 아니라, 정말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주는 팬들을 사랑하고 보답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진정 르브론이 클리블랜드의 팬들을 사랑한다면, 그들을 위해 자기 자신의 욕심을 조금은 자제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