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경제학, 오바타 세키 도서2009. 7. 29. 19:00
'가난한 아빠, 부자 아빠'라는 책이 있는 것으로 안다. 책을 읽어본 적은 없고, MP3 파일로 한두번 들어본 적은 있었다. 착실하고 성실하게 살아가지만 결코 부자가 되지 못하는 아빠의 교육법과 공부는 못하고 제멋대로인듯 보이지만 부자가 된 아빠가 아들을 가르치는 법. 경제적인 관점에서 누가 부자가 될까. 학교에서 배운대로 '저축'이나 하며 착실하게 살아서는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여러가지 면에서 요즘의 삶들은 '교과서'를 거부하고 있다. 어쩌면 교과서란 우리의 공동체가 잘 굴러갈 수 있기 위해 개인들이 지켜야 할 덕목과 규범을 일목요연하게 전달하는 지침서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삶의 질과 공동체보단 또 개인의 가치가 중요해진 요즘 시대에 '교과서'처럼 사는 사람은 이용이나 당하고 피해만 입는 구성원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것을 경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학에서는 저마다 '경제학 개론'을 비롯한 경제입문서적들을 읽고 또 강의로부터 배운다. 사회에 들어서면 '재테크의 정도'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서적들이 우리들을 유혹한다. 그 많은 책들에는 '정석'이라는 말도 많다. 좋은 기업을 찾고, 인내심을 갖으면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주식 투자에서 차트를 믿지 말라는 말은 오래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챠트를 신봉하다가 실패의 쓴 맛을 보았을 것이다.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니까.
버블 경제학은 그런 인간의 속성을 지적하고 있다. 자본이 있는 곳은 늘상 '수요'과 '공급' 뿐이다. 수요와 공급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도 하고, 제거하기도 한다. 아무리 유망하고 거대한 기업이라도 수요가 없다면 존립할 수 없다. 저자는 버블이 금융을 먹여살린다고 주장한다. 시장의 확대를 통해서만 돈은 돈을 먹을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모두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거대한 자산가치를 잘게 잘게 쪼개어서 증권화하여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나감으로써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 가치를 지속적으로 키워나간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이야기이고, 사실이 그렇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혹은 비정상적으로 커진다거나, 또는 갑작스러운 외부의 충격(못, 바늘) 등으로 인해 풍선은 터지게 된다. 풍선이 계속 커지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과연 풍선이 터질 것인가, 터진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될 것인가.
어렸을때부터 우리는 정답을 맞추어야 한다고 강요받지만, 실상 모든 일에 정답이란 없다. 천박한 자본주의의 깃발 아래에서의 진리는 오로지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다'라는 것 뿐이다. '버블'은 곧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자본가들의 '자산 증식'의 한 방편일 뿐이다. 부지런히 일해서 성실하게 사는 것만으로 우리는 부풀어가는 풍선처럼 날아갈 수가 없다. 풍선 위에 올라타던가, 아니면 풍선이 터지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어제의 유행이 오늘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듯이 인간 스스로가 정해놓은 여러 기준에 따라서 가치의 변화가 심하다. 마음의 흐름, 돈의 흐름, 길의 흐름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서글픈 현실은 그러한 속성을 조목조목 알고 있다고 해서, 분명한 현실을 제시하는 여러 책들을 섭렵한다고 해서 뚜렷한 길은 없다는 것이다. 어느 때고 우리는 맑게 개인 고속도로를 달릴 일은 없을 것이다. 언제나 뿌연 국도를 헤매면서 찰나에 선택을 기다리는 것이다. 사고나는 것이 두려워서 추월하는 것도 조심스럽기 마련이지만, 찰나의 순간에 더 빨리 뛰쳐나가는 대담함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럴 일이 과연 일어날지 스스로도 의문스럽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