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6

« 2025/6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2009. 11. 4. 09:10

백야행, 하가시노 게이고 도서2009. 11. 4. 09:10

고수, 손예진 주연으로 오는 19일에 개봉하는 영화 때문에 요즘 많이 알려지고 있는 작품이다. 책이 먼저였고, 그리고 일본에서 드라마로 각색되었고, 이번엔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제작하게 된 모양이다. 처음엔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된 것을 단 2시간 이내의 영화로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의아했으나, 책을 읽고 나니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비해서 오히려 드라마가 각색 과정에서 살이 많이 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로 어떻게 재탄생될지 기대가 된다. 

드라마로 볼때 1편에서 보여준 료지와 유키호의 만남은 개인적으로 '가슴 따뜻'한 장면들이었다. 아직 세상을 경험하기엔 어린 나이에 빠르게 성장해버려, 자칫 소중한 어린시절을 잃어버릴 수도 있었던 아이들에게 둘의 만남만큼은 '순수'와 '동심'이라는 단어를 꺼내볼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가위로 오려 종이꽃을 선물하고, 물에 비친 보름달로 화답했던 '따뜻한 기억'이랄까. 

드라마를 좀 보다가 책으로 읽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샀는데, 그 소중한 장면들은 책에 씌여지지 않았던 내용이었다. 드라마로 제작하다 보니 중간에 필요에 의해서 삽입된 게 아닌가 싶다.

책의 표지에는 '이상한 러브 스토리, 그러나 세상에는 이런 사랑도 있다' 라고 씌여있지만, 실제로 책에서는 두 사람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주는 장면이 거의 없다. 추측을 통해 모종의 '공생관계'처럼 두 사람이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줄 뿐이다. 주위 환경으로 인해 얼그러진 그들의 어린 시절이 그들의 삶에 얼마나 잔인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는지, 그들의 사랑이 어린시절 투명하게 비쳐 아름답게 빛나는 한밤의 '보름달'에 비견될 수 있는 것인지... 사건을 줄기차게 파헤치던 사사가키가 비유는 왠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해당될만한 표현은 없었다. 

'대포새우는 구멍을 파 그 안에서 생활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구멍에서 식객노릇을 하는 놈이 있어요. 문절망둥이라는 생선이죠. 그 대신에 문절망둥이는 보통 구멍 입구에서 망을 보고 있다가 적이 나타나면 꼬리지느러미를 흔들어 안에 있는 대포새우에게 알린다고 합니다. 정말 멋진 콤비네이션이죠. 그걸 공생관계라고 한다던가.'

책의 제목과 전체적인 분위기 관련해서는 책의 뒷표지에 언급된 말로 대신할까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빛의 속성은 거부당함으로써 제 빛깔을 여실히 드러내는 법. 소설의 빛깔은 때론 그 소설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소설의 빛깔을 말한다면 그야말로 '하얀 것'이다. 하얀 옷, 하얀 벽, 하얀 차, 하얀 바지, 하얀 카드, 하얀 치아, 하얀 슈트, 하얀 전화, 하얀 손수건, 심지어 하얀 몸까지.... 그러나 '하얀 것'에도 그 층이 여러 겹이라는 것을 이 소설을 간단히 우리에게 일깨운다. 숱한 '하얀 것'들이 제각기 다른 층의 속성을 드러내며 왠지 사람을 기분을 우울하게 만든다. 급기야 눈물이 흐르는데 그 투명한 눈물조차도 한없이 불투명한 빛깔로 만들어버리는 소설이 바로 '백야행'이다. 아무려나, '하얀 어둠 속을 걷는다'는 것 자체가 빛의 속성-역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일일 것이다.' 
:
Posted by retri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