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항산무항심(유림4편 중), 최인호 도서2008. 1. 16. 18:11
"일정한 재산이 없으면서도 항상 일정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자는 오직 선비만이 그럴 수 있습니다.
'일반 백성과 같은 경우에는 일정한 수입이 없으면 이로 인해 항상 일정한 마음이 없어집니다.'
진실로 일정한 마음이 없어지면 방자함, 편벽됨, 사악함, 사치스러움 등을 하지 아니함이 없을 것이니 그리하여 죄에 빠질 지경에 이른 뒤에야 쫓아가서 백성들을 벌준다면 이는 백성들을 그물질 하는 것입니다.
자리에 있으면서도 백성들을 그물질하면서 어찌 왕도정치를 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때문에 현명한 군주는 백성들의 생업을 관장하되 위로는 부모를 섬기기를 충분히 하며, 아래로는 처자를 기르기를 충분히 하며, 풍년에는 일년 내내 배부르게 하고, 흉년에는 굶어죽는 것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 후에 백성들을 몰아서 선에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니, 그러므로 백성들이 따르기가 쉬울 것입니다.
지금은 백성의 생업을 관장하되 위로는 부모를 섬기기에 부족하며, 아래로는 처자를 기르기에 부족하며, 풍년에는 일년내내 고생하고, 흉년에는 죽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오직 죽음을 구제하기도 부족할까 우려될 것이니, 어느 겨를에 예의를 실천할 것입니까. 이제 전하께서 왕도정치를 행하고자 하신다면 근본으로 돌아가야 할 것입니다."
무항산무항심.
맹자의 경세철학이라고 한다. 문득 책을 읽다가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라서 적는다. 시간이 많지 않아 여러 잡념들을 내리적는 과정은 생략하기로 하고... 요즘따라 경제, 경제 하는(물론 꽤나 오래전부터) 온 나라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결국 긴 맹자의 저 말을 한문으로 줄인 것이 바로 무항산무항심. 곧 '굶어 죽는 예는 없다.'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물론 선비라는 예외의 종을 두긴 했지만, 일반인의 경우 가난하면 별의별 악념에 사로잡힌다는 이야기인거로, 곧 도둑질을 하거나 사기를 치거나 하는 구체적인 행위로 드러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
최소한의 부의 기준을 제시하지 않긴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먹고 살기에 바쁘다'고 호소하는 현대인들을 생각했을때, 우리 사회에 왜 예가 없냐고, 왜 도를 지키지 않느냐고 탓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사람을 그저 '선비'로 공경할 뿐.
시간이 없는 관계로 두서가 없다. 그냥 그렇다는 거--;
- 유림 4편 [백화제방]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