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8. 5. 02:23
김병현 이야기,, 마이애미여 안녕... 야구2007. 8. 5. 02:23
다들 들으셨을 겁니다. 3개월에 채 못 미치는 말린스 생활을 마치고 오늘 김병현이 애리조나로 향했습니다. 말린스가 김병현을 웨이버로 공시했고,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절대적으로 선발투수가 필요한 애리조나가 김병현을 필요로 했습니다. 말린스 시절보다 더 잘 던져준다면 좋겠지만, 말린스 시절 만큼만 해주어도 애리조나로서는 선발진에 큰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시다시피, 김병현은 5월 13일 당시 말린스에게는 재앙이었던 호르제 훌리오와 맞트레이드되어 말린스에 합류했고, 말린스에서 선발로 13경기, 불펜으로 1경기를 뛰는 동안 방어율 4.16, 5승 3패로 나름 준수한 성적을 올렸습니다. 다만 53/68의 BB:K는 다소 개선의 필요가 있는데, 제구의 불안으로 인해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지 못했던 점은 선발투수로서 아쉬움이 많았던 부분이었습니다.
7월 트레이드 데드라인 때도 김병현 트레이드 루머가 무성했었습니다. 추측으로는 트레이드가 여의치 않아 데드라인을 일단 넘겼고, 마지막으로 올시즌 플레이오프 도전을 완전히 포기하는 의미에서 웨이버 공시라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말린스 입장에서는 어짜피 김병현은 올시즌이 끝나고 FA 신분이었기 때문에, 더이상 데리고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김병현의 로스터 빈자리는 트리플A의 마우로 자라테가 메웠는데요, AAA에서의 성적은 13게임에 나와 1승 0패, 방어율 0.96 입니다. 채 20이닝을 던지지 않았고, 마이너 기간동안 불펜으로 뛰어온 선수입니다. 최저 연봉의 유망주를 콜업하면 되는 말린스로서는 플레이오프 희망이 멀어진 상태에서, 2.5M의 연봉을 받는 김병현의 존재는 '사치'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당연한 'Move'로 여겨지는 명백한 이유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아쉬움과 허전함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한국의 플로리다 팬이나 MLB 팬들도 비슷한 감정일텐데요, 불과 얼마전에 김병현 스스로 '플로리다가 좋다'라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에, 그 아쉬움이 더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본인도 만족하고, 올시즌이 끝나고도 계속 플로리다에 남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는데요, 더욱이 조쉬 존슨이 수술로 내년 시즌까지 결장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김병현에게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까지 있었는데, 역시 야구는 비지니스이고, 말린스에게는 돈 한푼을 낭비할 여유조차 없으니까요. 돈트렐 윌리스나 미구엘 카브레라 역시 나중에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면, 이번 움직임은 말린스에게는 아주 사소한 일에 지나지 않죠.
프레디 곤잘레스 감독은 김병현의 웨이버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경기가 끝나고 곤잘레스는 기자들을 만나기 전에 단장 바인페스트와 팀회장 데이비드 샘슨을 만났고, 이후 기자들에게서 김병현 웨이버 공시 건에 대해서 질문을 받았을때, 이렇게 답을 했습니다.
"그 문제는 제발 단장 바인페스트에게 질문을 해주세요."

김병현이 정말 플로리다에 머물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김병현의 성격을 보면, 본인이 플로리다 생활에 만족을 할 경우, 돈에 크게 연연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는데요. 선발을 원했던 김병현은, 말린스에서 불펜으로라도 원한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곤잘레스 감독입니다.
"오늘 김병현이 저한테 와서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제가 원한다면, 그는 불펜으로라도 뛰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정말 이곳의 생활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는 좋은 활약을 펼쳐 주었습니다. 몇몇 경기에서 다소 공이 높아 어려움을 겪었지만, 전체적으로 잘해주었죠. 그는 분명 8이닝이나 9이닝을 던져주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120-130개를 던지도록 맡긴다 해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선수입니다."

애리조나 역시 젊은 재능으로 넘치는 팀이고, 특히 김병현 본인에게는 2001년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값진 기억을 주었던 팀이니만큼 잘 적응을 해서 올해도 '우승'을 부르는 '행운의 사나이'의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