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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9. 15. 21:55

길 위에서의 생각 일상2008. 9. 15. 21:55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는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길 위에서의 생각, 류시화

'경제학 1교시'라는 책을 읽고 스스로 판단할 길이 없어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감상평을 읽던 중에 발견한 시이다.  어떤 분이 책을 읽고 류시화 시인님의 '길 위에서의 생각'이라는 시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러면서 시의 내용과 딱 일치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것이 전부였다.  시의 내용으로 보면,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가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모든 걸 털어버리지 못하는 한 그안에 얽매여서 아둥바둥 살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경제활동'을 위시한 인간의 모든 활동이 결국 자기 자신의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그것에 '옳고 그름'이라는 명확한 판단 기준을 부여하기는 힘든 것이며, 결국 비로소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졌을때 그 '무상함'을 깨닫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저임금제와 노동조합이 결코 노동자에게 유리한 제도나 조직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책에서 설파하는 것을 읽으면서 사뭇 대단한 것을 깨달은 것처럼 탄복하는 사람도 있었다. 경제가 마치 수학공식이라도 되는 것처럼 분명한 해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판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제는 철학의 문제가 아닌가? 어느쪽 사례를 들이대든 성공과 실패의 역사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늘상 우스개 소리로 하는 이야기지만, 10명이 타고 있는 배에서 2명이 희생하면 모두가 살아남고,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죽을 수도 있는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 있다. 그 주장에 지레 놀라 서둘러 2명을 정하려고 하는 것이 진정 인간의 본성인 것일까

결국 자본주의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나 스스로도 아무런 '철학'을 갖지 못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단순한 '반감'이나 '동조'가 아닌 나름의 '합리성'을 근거로 한 결론을 내리려면 말이다. 마땅한 경제신문이 없어서 답답해 하던 차에 마침 괜찮게 여겨지는 경제지를 하나 발견했다.

그나저나 리먼의 파산과 메릴린치 매각으로 내일 주식시장은 암울하군. P야 부디 살아남아라, 이런 장에서 살아남으라고 너를 택한거야. 너만 살아남으면 또다시 조만간 멋진 찬스가 올거야.


달님아, 달님아

명절연휴가 막바지에 이른 저녁에 이모집에서 즐거운 식사를 했다. 오랜만에 이모집 식구들이 모두 모였다. 큰 누나 내외와 작은 누나 내외가 다 있었고, 진희와 동현이도 있었다. 예찬이와 수민이도. 대학시절 이모집에서 3년여 시간을 함께 지냈기 때문에, 나에게도 가족이나 다름없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너무도 동그란 보름달이 휘엉청 밝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마치 웃는 사람 얼굴을 하고 있어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올려다 보았다. 올려다보고 있자니, 매직아이처럼 달이 조금씩 나에게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가까운 하늘에 있어 옥상에라도 올라가서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은 자리에 그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신기하면서도 반가운 생각이 들어, 눈을 떼는 것이 아쉽게 느껴져 한참을 그대로 있었다.

자고로 추석 보름달을 향해서는 소원을 빌라고 했던가. 이루어질지는 모르지만, 무작정 소원을 빌려고 하던 찰나, 이런.... 왜 이렇게 소원이 많냐. 여러개를 빌었다간 괴씸죄에 걸려 단 한개도 이루어질 것 같지 않고, 그 중에 그냥 한개만 선정해서 하려고 하니, 딱히 우선순위를 정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혼자 비는 그 마음에 뜬금없이 '가식덩어리'를 채울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그냥 포기했다. 하하. 그냥 혼자서 열심히 잘해 보겠습니다. 아버지 그리고 엄마, 행복하게 해주세요. 요건 진심입니다ㅋ


한국단편 99선
 

추석인데도 날씨가 무더워 답답하지만, 조만간 기분좋은 가을날씨가 찾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가을은 뭐니뭐니해도 '독서의 계절'이 분명하다. 이상하게도 가을만 되면 책을 읽고 싶은 것이, 너무 책을 읽지 않아 1년동안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연례행사같은 것인지, 그 날씨가 주는 묘한 마력인지는 알 길이 없다.

어쨌든 올가을에는 한국단편 99선 스타트를 끊었다. 고등학교때 한번쯤은 읽어봤을 소설들을 왜 다시 꺼내 드냐고 묻는다면 딱히 대답할 말은 없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만큼 색다른 흥미가 있을 것 같다. 또한 '단편'이 주는 매력을 쉽게 외면하기도 힘들다. 왠만하면 다들 짧게짧게 갑시다ㅋ
 
아쉽게 연휴가 끝나버리긴 하지만, 또 새롭게 시작해보자. 요즘같은 날씨에 못할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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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ri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