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결혼원정기, 정재영, 수애 영화2007. 11. 26. 23:08
연이어 정재영이 등장하는 한국영화다. 재미는 별로 없었지만, '바르게 살자'에서의 정재영은 그나마 이미지가 어색하지 않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왠지 맞는 것 같으면서도 망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은 고음톤을 유지하는 목소리가 낯설게 느껴졌을 뿐만 아니라, 술먹고 주정을 부리는 부분에서는 아예 그 장면을 스킵했을 정도다.
무엇보다 극중 만택과 희철의 우정이 가장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일상의 우리들 이야기처럼 티격태격하는 소소한 장면들에서 공감이 갔고, 특히나 영화 초반부에서 둘이서 노래부르는 부분에서는 자칫 내 자신을 투영시킬뻔 했다. 하하. 특히나 희철이 그해 가을에 결혼한다고 다른 사람한테 거짓말을 한 것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깜짝 놀라는 만택의 표정과 반응은 압권이었다. 오래도록 자신의 곁을 지켜준 이성이 떠날 때의 반응이랄까. 친구 한 놈 생각이 났다. 헛.
수애부터 시작해서 우즈베키스탄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여자 배우들이 다들 괜찮아 과장하자면, 자칫 우즈베키스탄의 낭만을 꿈꿀 뻔 했다. 하하. 어쨌든 우직하고 곰같은 성격의 만택과 요리조리 이해타산적이고, 다소 영악한 희철 모두 영화 속에서 해피엔딩을 맞았다. 해피엔딩을 맞을 수 밖에 없는 스토리이기도 하고.
여담이지만, 영화 속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정재영의 신발을 관찰하면서 수애를 보고, 만택이 좋은 남자라고, 그 이유는 신발 뒷굽의 안쪽이 닳아있다고, 그러면 성실한 사람이라고 한 장면이 있다. 신발의 뒷굽 바깥쪽이 많이 닳지만서도 성실한(?) 나로서는 몹시 기분나쁜 '성급한 일반화'의 대표적인 예였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나름 일리있는 추측이라는 생각이 들어 피식했다. 신발이 닳아있는 부분은 당연히 걸음걸이와 연관이 있을 것이고, 종종 걸음걸이는 개인을 드러내기도 하지 않은가.
주말에 포레스트 검프를 봐서 그런지 수애가 만택(정재영)에게 가방을 맡기며 도망가라고, 절대 잡히지 말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제니가 검프에게 당부하는 부분이 오버랩되었다. 영화 속 만택이 검프처럼 저능아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여지없는 바보 아닌가.
하지만, 역시 사람은 본연의 순수함을 잃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