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사부일체, 정준호, 정웅인 영화2007. 10. 8. 22:32
고등학교 시절 명절연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TV에서는 오래된 영화를 다시 재방송을 해주고 있었고, 나는 거실에서 동생과 그 영화를 보고 있었다. 영화가 한창 재미를 끌면서, 나름 클라이막스에 이를때쯤 나는 영화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한 마음에, 한마디했다.
"야, 이거 어떻게 될까?"
그랬더니, 옆에서 시큰둥하게 영화를 보고 있던 동생이 나를 한심스럽게 쳐다보며 曰,
"기억안나? 작년에 나랑 같이 봤잖아." --;
그랬다. 똑같은 영화를 보고 한 사람은 1년이 지나도록 그 내용을 기억하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영화를 본 사실조차 기억을 못해낸다는 것이다. 더욱더 충격적인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왠만하면 영화를 본 정도는 기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이유로 한없이 비탄에 빠져 있지는 않았지만, 공부를 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장기 기억력'이 부실하다는 것은 치명적인 결함이 아닐 수 없었다. 이를테면, 남들은 한번 볼 내용을 두 세번 봐야 한다던가.. 그래도 역시 공부는 외우는게 아니라 이해하고, 응용해야 제 맛이라면서.... 어린 나이에 희망을 잃고 살 수는 없잖아--;
왜 갑자기 해묵은 이야기를 꺼내는고 하니, 주말에 접한 '투사부일체'라는 영화 때문이다. 무료한 마음에 TV리모콘을 들었더니, 마침 한국영화 한편을 하고 있었고, 나름 괜찮게 생각하는 배우 '정준호'가 열연(?) 중이었다. 제목을 보니 '투사부일체'... 역시나 한참을 생각해야만 했다. 기억이 날듯, 말듯. 예전에 봤던 게 두사부였던가. 투사부였던가. 보다보니 몇몇 장면들이 끊어진 필름처럼 기억에 남아 있었기에, 나는 '이 영화를 봤었다' 는 결론을 비로소 내렸다.
나는 조폭이 등장을 하든, 바보가 등장을 하든, 그 영화가 웃기기 위한 코믹 영화라고 한다면, 그것에만 초점을 맞춘다. 영화의 코믹적인 요소를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다 보니, 자연스레 '작품성'이나 '스토리의 개연성' 같은 관점에서는 꽝이라도 할지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더불어 요즘의 나는 이런 류의 영화가 가지는 '특유의 유치함'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정신세계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관적인 입장에서는 좋은 평가를 주기 어려울 것 같다. 감초 역할을 하는 조연들의 재치있는 활약들이 종종 눈에 띄었지만, 영화에 교훈을 담기 위해서인지, 스토리를 껴맞추기 위해서인지, 불필요한 '진지 모드'가 영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코믹적인 요소도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