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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2. 8. 22:37

키친, 신민아, 주지훈 영화2009. 2. 8. 22:37

스포일링 주의

아직 손예진 주연의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영화를 아직 보진 못했지만, 오늘 본 키친이라는 영화와 어느정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을 것 같다. 여성들의 반란이랄까. 과거에 남성에게만 당연시되었던 역할이 여성에게 주어지면서 과거에는 마냥 비난받았던 일이 다소 '미화'되는 경향이 보여진다. 물론 그것은 성별 때문이라기 보다 시대상을 반영하는 결과물이라는 생각을 한다. 남성과 여성의 지위가 동등해지고, 여성의 사회적 독립성이 강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성별과 무관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작품의 '미화'를 위해서는 아무래도 그동안 순수한 쪽에 속해 있었던 '여성'을 주인공을 내세우는 것이 훨씬 공감대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은 결코 뜻대로 되지 않는다. 고로 나는 감정에 충실한다. 이것이 영화 속 박두레의 생각이다. 우리나라의 분위기에서 이 생각은 다소 위험성이 있다. 모든 욕구와 감정이 이성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심각한 사회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욕구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이해를 받고, 감정 때문에 바람을 피는 것도 동정받아야 한다면, '옳고 그름'에 대한 사회적 기준은 심각한 도전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미국이나 여타 사회에서는 '성'이라는 것을 기준으로 두었을때 훨씬 관대하고, 우리와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는 경우도 많다. 결혼을 하고, 감정에 따라 쉽게 이혼을 하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어디까지 용인되고 또 받아들여질 수 있느냐 하는 문화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영화 속 박두레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의 가치 규범도 변할 것이고, 개인이 또 규범에 맞추어 살게 되는 순환고리가 이어질 것이다.

영화 속 안모래. 스스로의 이야기처럼 모든 이야기들이 어쩌면 그녀의 욕심 때문일지도 모른다. 달콤한 유혹 앞에서 어느 것도 잃기가 싫었기 때문에 다소 위험한 줄타기를 하며 그 상황을 즐긴 셈이다. 그녀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동시에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다만 이기적인 천성을 가졌다고 밖에. 아끼는 동생과 아내로부터 상처를 받았지만 결국 그 둘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짓게 된다. 2시간짜리 영화를 만들면서 1시간 40분동안 마구 벌려놓고 20분만에 급봉합시키는 느낌이 드는, 해피엔딩을 만들기 위해서 밤새도록 머리를 쥐어짰지만 결국 텅빈 머리 속에서 나온 급조된 마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저질러놓은 상황에서 해피 엔딩이라는 게 사실 가당키나 할까. 그렇다고 엔딩을 비극적으로 끌고 가는 것은 작품이 처음 추구했던 메세지와는 길을 달리 하게 된다. 결국 용서와 화해로 끝. 시간이 흐르고 나서도, 이 상황을 용서하고 이해하기로 한 영화 속 한상인이 그 마음 변치 않기를 바랄 뿐. 

많은 사람들이 작품의 영상미를 칭찬했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그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영화를 보는데도 정말 다양한 관점이 있다는 사실을 잠시나마 망각한 느낌이다. 개개인의 심리를 계속 따라가다 보니까 미처 다른 것을 볼 겨를이 없었다고 하면 다소 핑계가 될까. 각각 다른 상황에 처한 세 사람의 입장에서 서보느라 2시간 동안 흡인력 있게 재미있게 보았다. 역시 영화는 다 때가 있다. 적절한 시기에 접한 셈이다. 

영화의 내용과는 별개로 한상인이 몸담았던 야구팀의 로고. 최근에 구글에서 'R'에 관련된 로고를 검색하다가 봤었는데, 미국 휴스턴에 있는 라이스 대학의 로고이다. 왠만하면 로고 하나 만들어서 쓰지ㅋ. 그렇게 로고를 가져다 쓰는 것은 저작권 같은 것에 저촉이 안되는지 모르겠다. 

영화 속에서 김선우 역으로 나오는 전혜진. 보면서 별 생각을 못했는데 집에 와서 다시 보니 이선균의 연인인 그녀다. 왠지 영화 속의 모습의 실제의 성격일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아니면 그만큼 연기를 잘했다는 뜻일수도. 

네티즌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작품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참 마음에 들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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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riever
2009. 1. 18. 22:45

[연극] 닥터 이라부 영화2009. 1. 18. 22:45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 그네'라는 작품을 읽었었다. 연극 닥터 이라부는 그 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어 연극화한 작품으로 각색을 통해 등장하는 정신병 환자(?)의 종류는 달라졌지만, 거의 똑같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뾰족한 것에 공포를 느끼는 선단 공포증이 있는 야쿠자는 동일했지만, 김혜리와 김선남이라는 인물은 새롭게 설정한 등장인물들이다. 자리가 많이 불편해서 처음에는 빨리 끝났으면 하는 바램만 가득했지만, 중간중간 코믹적인 요소도 생겨났고, 또 공감할만한 내용이기도 해서 나름 괜찮게 보았다. 닥터 이라부 역을 맡은 배우께서 말은 가장 많이 하는 노력을 하셨지만, 정작 재미있었던 캐릭터는 간호사로 등장하는 마유미, 그리고 김선남 역이 재미있었다. 김선남 역을 맡은 배우는 인상이 낯익었으나, 어떤 작품에서 보았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았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여러가지 면에서 별 감흥이 없었고, 두번째, 세번째 에피소드로 나아갈수록 더 집중할 수 있있다. 애정결핍.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기 안에서 살며 사람들이 한결같이 자신을 쫓아다닌다고 믿는 모델 김혜리. 닥터 이라부는 그런 김혜리에게 '그러지마'라고 이야기하는 대신 그 이야기에 공감하며 오히려 더 그러라고 부추긴다. 마치 잠이 오지 않는 사람에게 '잠을 자'라고 이야기한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며. 오히려 냉정하게 현실을 마주해서, 자신을 인정할 수 있게끔 해준다. '애정 결핍'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것은 오히려 관심의 부족에서 오는 병이라고 한다. 히데오의 작품 '공중그네'에서 왕년의 스타 3루수 이야기가 나오는데 스타의 자리에서 잊혀져 가는, 그래서 관심을 받지 못하게 되는데서 오는 정신병과는 약간 반대의 성질을 띠는 것 같지만, 또 자세히 뜯어보면 둘 모두 '애정 결핍'이라는 같은 원인을 갖는달까. 

사실 극단적인 케이스이기 때문에 그것이 병으로 발전된 경우이긴 하지만, 세상 사람 누구나가 조금씩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에겐 컴플렉스가 있고, 또 지금보다는 더 나은 자신을 꿈꾸기도 한다. 그러지 못한다는데서 오는 아쉬움이기도 하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살아가는 것이 스트레스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쉬운 일도 아니고, 또 그런 사람이 알고 보면 많은 것도 아니다. 어떤 점에서 장점이 있지만, 또 어떤 점에서 보잘 것 없는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극 중에서는 너무도 쉽게 그 병이 치료가 되었지만, 현대 사회의 우리가 앓고 있고, 또 쉽게 걸릴 수 있는 병이지 싶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 진리다.
 
마지막 에피소드 역시 공감이 갔다. 희귀한 병을 잘 생각해냈지만, 아귀가 좀 들어맞는게 신기했다. 너무도 착하기만 해서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고, 기뿐 나쁜 일이 있어도 속으로 삭히기만 하는 착한 남자. 혈액형을 믿는 사람들에겐 A형으로 통하는 소심한 사람들. 속상한 일은 마음 속에 묻어두고 가끔 답답한 마음을 허공에 띄워보낸다는 그런 분들. 예전에는 공감하지 못했지만,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얼마 전 TV프로에서 치매를 두고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도 있다'라고 하는 말을 듣고 섬찟했다. 일명 우리가 생각하는 '마음의 병'이 생각보다 훨씬 무서운 병이라는 것을... 남자에게 있어서 우리 안의 또다른 자아로 대변되는, 또 뜻대로 말을 잘 안들을때도 있는 똘똘이. 당연히 그런 문제가 생기면 비뇨기과에 가서 과학적인 진찰과 치료면 될거라고 생각할텐데, 다분히 생물학적인 원인이 아닌 정신적인 원인으로도 그런 병이 있을 수 있다는데 공감이 갔다.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가 전혀 엉터리가 아닌 이유다. 한의학이 나름 신빙성을 갖는 이유다. 어떤 식으로든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매사에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마인드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긍정의 힘', 자신과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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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riever
2009. 1. 10. 13:21

Crossing, 차인표, 신명철 영화2009. 1. 10. 13:21

스포일링 주의

북한을 가보지 못한 사람의 입장으로서 사실 북한을 이해하는 건 쉽지 않다. 그들의 생활 방식과 경제적인 상황 등. 물론 좋지 않을 것이다. 영화 속 북한의 실상이 실제처럼 느끼면 맞을 것 같기도 하다. 영화 주제가 아무래도 북한의 가난과 탈북, 그리고 이산 가족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북한의 현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다소 아쉬웠던 것은 영화 속에서 굳이 주요 인물들을 다 죽음으로 몰아넣을 필요가 있었느냐는 점이다. 특히 차인표와 아들의 만남은 성사시켜서 그나마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짓는 것은 어땠을지. 마지막 꽤나 오랜 시간을 둘의 만남을 위해 소비했는데, 다소 시간끌기의 모습처럼 지루한 면이 있었고, 그 결과 역시 다소 허망한 느낌이 들었다. 


가난이 가져다주는 고통과 슬픔, 가족 간의 사랑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였다. 몸은 떨어져 있으면서도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는,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떠난 발걸음 속에 언제나 가족을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가난과 가족. 진지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추신. 영화 속 차인표가 예수가 왜 남조선에만 있냐는 투로 아내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동시에 종교에 대한 회의를 표하는 장면에서는 이상하게 아이러니컬(?)한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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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riever
2009. 1. 1. 18:35

[뮤지컬] 사랑에 관한 다섯개의 소묘 영화2009. 1. 1. 18:35

2008년을 마무리짓는 마지막은 공연을 택했다. 어느해보다도 공연을 많이 본 한해이기도 하고, 공연 외에 그다지 남는게 있을까 싶어 택했고, 또 마지막 날 특별히 할인을 해주어 선택하게 되었다. 물론 재미있게 보았다는 평들도 있었고, 나름 평점도 높았고, 관심이 가는 사랑에 대한 주제를 다루었으며, 코미디 뮤지컬이라는 것도 기호에 맞았다. 더불어 제목 역시 관심을 끌었는데 솔직히 제목을 접하기 전까지 '소묘'의 정확한 뜻을 몰랐다. 왠지 알듯 모를듯한 그런 느낌이랄까. 검색결과 미술에 대한 문외한 나로서는 그냥 소묘는 '데생' 정도로 알고 넘어가면 될 듯.


다섯개의 스토리를 엮은 옴니버스 형식의 뮤지컬이었는데, 나이별, 상황별로 사랑에 대해 담담한 에피소드를 다루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나서 생각못했던 일반인 프로포즈 이벤트가 있었다. 한마디로 여섯개의 소묘랄까. 뮤지컬에 등장했던 배우분 한명이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마지막에 '오늘 다섯개의 소묘를 보셨는데, 여섯번째 소묘는 여러분의 몫입니다.'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그 여섯번째 소묘를 제대로 그리진 못한 것 같다. 물론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2008년의 마지막 그 시간이 기쁨과 설레임으로 가득찬 대신 무언가 알 수 없는 공허감, 허무함이 조금 밀려들고 말았다. 이런 삶이 내가 기대할 수 있는 한계일까 라는 자문이 계속 나를 따라다녔다.   

개인적으로 세번째 에피소드였던 전라도 부부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다. 사투리가 정겹기도 했고, 무엇보다 가장 코믹스러웠다. 남자 역할을 맡은 배우분께서 안하무인의 남편 역할을 침을 튀겨가면서, 열연해주셨다. 아내 역할을 하신 분도 마지막 에피소드의 그 할머니인가 싶을 정도로 감쪽같이 맡은 역할에 집중도를 보여주었다. 결혼한지 좀 된 부부로서 현실의 벽이 높고, 처한 상황이 결코 긍정적이지 못함에도 그 상황을 해학적으로 잘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가 나온 마지막 에피소드가 재미있었다. 특히 할아버지 역할을 맡은 분은 마지막 이벤트 진행할때도 코믹스러운 입담을 자랑하셨는데, 극중에서도 순간적으로 코믹 상황을 잘 유발해냈다. 두번째 진지한 연기를 하던 분인가 싶을 정도였고,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낯익음이 있었다.

나머지 에피소드들은 위의 두 편에 비해서는 공감대가 크진 않았다. 특히 상대적으로 젊은 남녀를 다루었던 첫번째와 네번째 에피소드는 훨씬 더 흥미롭게 각색할 소지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이 연기 초보자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배역을 코믹스럽게 충분히 소화해내지 못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코믹연기에도 다소 진지함과 어색함이 묻어나왔기 때문이다. 첫번째 에피소드를 보고 뮤지컬 전체적인 재미가 떨어질 줄 알았다. 횡설수설 말만 많았지, 몰입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애초에 진지한 주제로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그러려니 싶다. 만일 내가 같은 입장이었다면, 굉장힌 집중도를 보였겠지만, 그런 입장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그 남편이 느끼는 그리움보다는, 그런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현실의 두려움이, 내 나이, 입장과 맞물려서 밀려왔다. 장을 못 담그게 하는 구더기 같은 생각이랄까ㅋ

네번째 대학생 커플 이야기는 한마디로 '파~'였다. 여학생의 말도 안되는 억지주장을 듣고 있자니 답답했다. 물론 그것도 스스로 꾸며낸 상황 설정이긴 하지만. 그 여학생의 이야기를 듣고서 안절부절 못하는 남학생도 전혀 현실적이지 못한 인물 설정으로 보인다. 스토리가 황당무계하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어린 대학생 커플이 술을 마시고, 기억을 못하는 상황에서 일을 저질렀다고 가정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뻔 했다. 그것이야말로 사고이며, 서로의 입장과 가치관에 따라 반응이 천차만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벤트. 여성분이 남성분에게 프로포즈하는 이벤트였다. 그 내용을 듣자하니 프로포즈라기보다는 프로포즈에 대한 화답이라고나 할까. 여성분에게서 어떤 매력을 발견했는지, 남성분이 어지간히 지극정성이었나 보다. 내년에 결혼을 한다고 하니, 프로포즈는 이미 성공을 한 듯 싶고. 네번에 걸쳐 프로포즈를 했다고 한다. 하나하나 프로포즈를 편지에 담아 그 마음을 받는 사랑하는 커플 한쌍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졌지만, '사랑밖에 가진 것'이 없다고 하니 그 말이 사실일까 싶어 슬몃 걱정도 되었다. 밑도 끝도 없이 현실로 치달아가는 내 마음은 예전과는 사뭇 다른 각도에서 그 이벤트를 바라보았으나, 그들이 이야기하는 그들의 '가난한' 사랑이 꼭 행복의 결실을 얻길 기원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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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riever
2008. 12. 29. 09:20

그녀는 예뻤다, 박예진, 김수로 영화2008. 12. 29. 09:20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본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영화를 찍은 후에 다시 애니메이션 처리하는 시도는 외국에서 있었지만, 우리나라 영화로는 나름 신선한 시도다. 영화가 나오기 전부터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처음에 접했을때는 애니메이션체가 익숙하지 않아 눈이 아프단 느낌이 들어 그만두었는데, 다시 보니까 그래픽도 볼만했고, 애니메이션 처리를 함으로써 다소 불가능하게 보이는 영상도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매력이 있었고, 색깔이 있었다.

 
내용면으로 들어가도 충분히 공감할만한 소재를 흥미롭게 잘 전개시켰다. 각각 성격도 다르고, 사람을 만나는 스타일도 다른 세명의 친구들이 한 여자를 만나면서 갖는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감정들을 다루었다. 그 중 어느 누가 옳다 그르다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각기 나름의 생각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론 답답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신기하기도 했다.

백일권. 결혼이라는 일생의 중대사를 앞두고 바람둥이 기질을 보여준다. 언제나 결혼 상대자를 만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자신만의 지론에 따라 여러명을 만나는데 여념이 없다. 그것도 동시에.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비교해봐야 가장 좋은 배우자감이 누군지 알게 될 것이고, 시간의 낭비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에 신중한 만큼 보수적인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다. 즐길 것은 나름대로 다 즐기면서 결혼은 결혼대로 따로 생각하는 열린(?) 마인드의 소유자다. 어찌보면 자기 안에 꽉 박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극 중 성훈(김진수)보다는 인생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강성진이 연기한 김태영. 김진수와 비슷한 과였으나 젊은 시절의 실패가 그를 변화시켜 주었다. 외무고시와 사랑의 실패가 겹치면서 다소 삶에 대해 회의적으로 변한 면이 없지 않다. 과거의 연인이었던 강연우가 백일권을 만난다는 사실을 알고 둘의 결혼을 막아보지만, 당사자들은 개의치 않는다. 친구의 연인이라. 열린(?) 마인드의 소유자답게 친구의 연인이었던 과거에 대해서 전혀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쿨한 모습을 보인다. 과연... 어떻게 생각하면 극중 백일권 같은 남자들이 오히려 더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밀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과연 친구관계를 유지하면서 그런 결혼은 가능할까.

마지막으로 극중 성훈. 영어 즉 언어에 대한 선천적인 재능 외에는 바보스럽기 그지없는 캐릭터다. 여기서 바보스럽다는 의미는 현실 감각이 많이 떨어져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셋 중 가장 진실성을 가진 사람으로 순수한 면이 있다.


개인적으로 영화는 재미있게 잘 봤지만, 그다지 쓸말은 많지 않다. 셋 모두에게 공감을 하며, 때론 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었다. 백일권(김수로)이 미연 대신 연우를 택하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뭘까. 인사동으로 보이는 쇼핑점에서의 난동 때문일까. 연우는 정말 일권을 사랑하는 걸까. 왠지 나는 연우가 실제의 인물이라면, 모든 것을 이해하면서도 알 수 없는 거부감이 생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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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ri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