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트릭트9, 닐 블롬캠프 영화2009. 11. 8. 22:14
괴물에 열광하고, 외계인에 무한한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변신'하는 꿈이 허망하다는 것을 깨달을 무렵, 왠지 우리는 무엇인가로부터 '변신'된 것 같은 색다른 개체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그들의 모습이 우리와 다르면 다를수록 그 관심의 폭은 커지게 된다.
'이상한 모습이나 개체'를 호기심으로 바라보던 어린시절의 시각은 어른이 되면서 변화를 거듭한다. '이상한 것'은 단지 놀라운 신비의 대상이라기보다 해로운 것이거나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재인식된다. 하지만 종종 어른들은 현실에서 벗어나 어린아이의 '시선'을 갖고 싶어한다. 공포영화를 보면서 무섭다고 외치면서 한쪽눈을 가리는 어린아이들처럼 '해롭고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각인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놀랍고 신비한 대상'의 등장을 환영하게 된다.
영화 '디스트릭트9'에서 보여준 외계인들의 형상은 기존 우리들의 상상을 뛰어넘어 새로운 이미지의 창출이었다. 영화의 태생이 사회, 역사적인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이미지가 그다지 인간에게 친숙하지 못한 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에 우리 머리속에서 머물던 상상속의 이미지를 탈피해 버렸다는 점에서 호기심을 증폭한 것도 무시못할 것이다.
아무래도 시각적인 측면에서 가장 임팩트를 주는 면은 '인간'이 '외계인'으로 변해가는 그 변이 과정을 보여준 것이다. 여타 영화들에서의 '변이'와 마찬가지로 그것은 신체의 특정부위로부터 시작을 하는데, '디스트릭트9'에서는 그 부위가 손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의 '경악스러운 반응'보다는 차분하겠지만, 관객들 역시 '그 놀랍고 신기한 현상'에 대해 묘한 '감정적 흥분'을 느끼게 된다. 영화 중간중간 '외계인으로 변해가는 주인공'의 몸을 한번씩 카메라에 담아줌으로써 관객들이 꾸준히 그 호기심의 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투명인간, 괴물, 외계인, 유령 등을 매개체로 관객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일명 'B급 영화'들이라고 불리는 작품들도 많은데 지난해 'D-War'를 놓고도 작품성 논쟁이 한참동안 진행되었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때의 이슈는 '스토리의 짜임새와 흥미'보다는 오히려 '플롯(plot)의 엉성함'이었다. '디스트릭트9'이 현재 어느정도 호평을 받을 수 있는 이유 역시 이야기를 끌어가는 '스토리텔링'의 힘에 있다고 생각된다.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고 동족의 운명을 걱정하며 아버지와 아이의 인간적 교감을 외계인 세계에 불어넣으면서 관객으로부터 '정서적 유대'를 유도한 점이나, TV시사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듯한 시작과 함께 중간중간 인터뷰를 통해 현실감을 불어넣어 주는 등의 스토리 외적 노력도 관객들의 '긴장감'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는데 한몫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배경으로 한 이유는 실제 케이프타운에 '디스트릭트6'라고 하는 지역의 역사적 배경 때문이라고 한다. 과거 흑인들을 격리 수용했던 지역이라고 하는데, 아픈 역사가 영화 제작의 동기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특정나라(나이지리아)를 안 좋은 이미지로 등장시키거나, 영화 속 흑인과 백인의 역할 설정 등에서 이 영화가 또다른 편견과 차별을 잉태한다는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나, 부조리한 역사와 부당한 현실을 영화 속에 투영시키려는 의도 자체는 높이 평가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외계인이 3년만 기다리라고 한점, 그리고 완전히 외계인으로 변이가 완료되었음을 암시해주는 마지막 장면 등으로 인해 벌써부터 후속편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있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다만 '시각적 효과'를 충분히 경험한 관객들을 충분히 만족시키기 위해선 더욱더 강력한 '시나리오'와 '특수효과'를 선보여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