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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 1. 18:35

[뮤지컬] 사랑에 관한 다섯개의 소묘 영화2009. 1. 1. 18:35

2008년을 마무리짓는 마지막은 공연을 택했다. 어느해보다도 공연을 많이 본 한해이기도 하고, 공연 외에 그다지 남는게 있을까 싶어 택했고, 또 마지막 날 특별히 할인을 해주어 선택하게 되었다. 물론 재미있게 보았다는 평들도 있었고, 나름 평점도 높았고, 관심이 가는 사랑에 대한 주제를 다루었으며, 코미디 뮤지컬이라는 것도 기호에 맞았다. 더불어 제목 역시 관심을 끌었는데 솔직히 제목을 접하기 전까지 '소묘'의 정확한 뜻을 몰랐다. 왠지 알듯 모를듯한 그런 느낌이랄까. 검색결과 미술에 대한 문외한 나로서는 그냥 소묘는 '데생' 정도로 알고 넘어가면 될 듯.


다섯개의 스토리를 엮은 옴니버스 형식의 뮤지컬이었는데, 나이별, 상황별로 사랑에 대해 담담한 에피소드를 다루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나서 생각못했던 일반인 프로포즈 이벤트가 있었다. 한마디로 여섯개의 소묘랄까. 뮤지컬에 등장했던 배우분 한명이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마지막에 '오늘 다섯개의 소묘를 보셨는데, 여섯번째 소묘는 여러분의 몫입니다.'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그 여섯번째 소묘를 제대로 그리진 못한 것 같다. 물론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2008년의 마지막 그 시간이 기쁨과 설레임으로 가득찬 대신 무언가 알 수 없는 공허감, 허무함이 조금 밀려들고 말았다. 이런 삶이 내가 기대할 수 있는 한계일까 라는 자문이 계속 나를 따라다녔다.   

개인적으로 세번째 에피소드였던 전라도 부부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다. 사투리가 정겹기도 했고, 무엇보다 가장 코믹스러웠다. 남자 역할을 맡은 배우분께서 안하무인의 남편 역할을 침을 튀겨가면서, 열연해주셨다. 아내 역할을 하신 분도 마지막 에피소드의 그 할머니인가 싶을 정도로 감쪽같이 맡은 역할에 집중도를 보여주었다. 결혼한지 좀 된 부부로서 현실의 벽이 높고, 처한 상황이 결코 긍정적이지 못함에도 그 상황을 해학적으로 잘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가 나온 마지막 에피소드가 재미있었다. 특히 할아버지 역할을 맡은 분은 마지막 이벤트 진행할때도 코믹스러운 입담을 자랑하셨는데, 극중에서도 순간적으로 코믹 상황을 잘 유발해냈다. 두번째 진지한 연기를 하던 분인가 싶을 정도였고,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낯익음이 있었다.

나머지 에피소드들은 위의 두 편에 비해서는 공감대가 크진 않았다. 특히 상대적으로 젊은 남녀를 다루었던 첫번째와 네번째 에피소드는 훨씬 더 흥미롭게 각색할 소지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이 연기 초보자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배역을 코믹스럽게 충분히 소화해내지 못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코믹연기에도 다소 진지함과 어색함이 묻어나왔기 때문이다. 첫번째 에피소드를 보고 뮤지컬 전체적인 재미가 떨어질 줄 알았다. 횡설수설 말만 많았지, 몰입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애초에 진지한 주제로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그러려니 싶다. 만일 내가 같은 입장이었다면, 굉장힌 집중도를 보였겠지만, 그런 입장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그 남편이 느끼는 그리움보다는, 그런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현실의 두려움이, 내 나이, 입장과 맞물려서 밀려왔다. 장을 못 담그게 하는 구더기 같은 생각이랄까ㅋ

네번째 대학생 커플 이야기는 한마디로 '파~'였다. 여학생의 말도 안되는 억지주장을 듣고 있자니 답답했다. 물론 그것도 스스로 꾸며낸 상황 설정이긴 하지만. 그 여학생의 이야기를 듣고서 안절부절 못하는 남학생도 전혀 현실적이지 못한 인물 설정으로 보인다. 스토리가 황당무계하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어린 대학생 커플이 술을 마시고, 기억을 못하는 상황에서 일을 저질렀다고 가정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뻔 했다. 그것이야말로 사고이며, 서로의 입장과 가치관에 따라 반응이 천차만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벤트. 여성분이 남성분에게 프로포즈하는 이벤트였다. 그 내용을 듣자하니 프로포즈라기보다는 프로포즈에 대한 화답이라고나 할까. 여성분에게서 어떤 매력을 발견했는지, 남성분이 어지간히 지극정성이었나 보다. 내년에 결혼을 한다고 하니, 프로포즈는 이미 성공을 한 듯 싶고. 네번에 걸쳐 프로포즈를 했다고 한다. 하나하나 프로포즈를 편지에 담아 그 마음을 받는 사랑하는 커플 한쌍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졌지만, '사랑밖에 가진 것'이 없다고 하니 그 말이 사실일까 싶어 슬몃 걱정도 되었다. 밑도 끝도 없이 현실로 치달아가는 내 마음은 예전과는 사뭇 다른 각도에서 그 이벤트를 바라보았으나, 그들이 이야기하는 그들의 '가난한' 사랑이 꼭 행복의 결실을 얻길 기원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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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ri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