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1. 21:58
D-War, 심형래 영화2010. 8. 1. 21:58
'디워'가 우리나라에 개봉된다고 했을때 그야말로 영화팬들은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우리나라 개그맨 출신의 감독이 수준높은 컴퓨터 그래픽을 필두로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었다는 기대였다. '용가리'에서 큰 실패를 맛보았지만, 그동안 몇년동안 절차탁마 했기에 이번에는 무언가 다른 작품을 선보여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한국에서 영화가 개봉되었다.
그 영화는 인터넷상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나 영화평론가 진중권씨와 네티즌 간에 혈전이 벌어졌다. 영화의 엉터리 스토리를 이유로 진중권씨가 영화에 쓴소리를 했고, 이에 심형래 감독과 '디워'를 옹호하던 네티즌들이 반발함으로써 종국에는 감정싸움으로 비화했다. 소모적인 논쟁이었다. 영화의 스토리는 분명 영화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었고, 반면 그것을 제외한다면 나름대로 기대 수준을 충족시킨 셈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에서 구성의 짜임새나 스토리의 개연성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기에 '디워'의 세계적인 성공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관객들은 영화에 대한 애정이 있었고, 기대하는 수준의 CG가 어느정도 충족되었다는 점, 그리고 향후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염원 등을 담아서 '디워'를 흥행작으로 만들어주었다.
영화가 개봉된지 한참이 지나서야 비로소 영화를 접하게 되었는데, 한마디로 말하자면 실망이 컸다.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이 이미 그 실망을 이야기했기에 어느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영화를 접하고 나니 진정 '스토리'는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무엇보다 500년 전과 현재와의 연결고리가 미약하고, 표현 방식도 무언가 엉성하다. 영화 자체가 코믹스러움을 지향하지도 않는 무거운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사실 그것 외에는 어떤 색깔도 지니지 못한다. 드라마도 아니고, 호러도 아니다. CG 외에는 스토리에서 어떤 어필도 하지 못하는 셈이다. 추격신들이 몇몇 등장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극적 효과를 내기 어렵다. 인물들에 대한 개성도 밋밋하고, 진지한 영화가 추구하는 어떤 철학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사실 별볼일 없는 영화들이야 수도 없이 많지만, 심형래 감독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에 대한 그의 열정을 높이 사지만, 사실 자신이 시나리오에 자신이 없으면 역량있는 사람에게 위임하거나 도움을 구하는 것이 맞다. '디워'의 스토리는 왠지 심형래 감독의 색깔이 묻어나는 것 같다. 과거 어린이 영화에서나 통했을 법한 단순함이다. 하지만 성인들을 대상으로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면 보다 신중하고도 면밀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영화의 역사를 새로쓴 세계적인 영화 '아바타'는 스토리만 몇년을 고민했다고 한다. 엉성한 스토리 때문에 훌륭한 'CG'가 사장되는 것 같아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주변의 충고를 새겨듣고, 지난 결과를 경험삼아 심형래 감독이 마음을 열고, 향후 작품에서는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고집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나라의 관객들 역시 두번은 관대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