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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아. 넌 내가 편지를 쓸 거라고 생각하지? 내가 사귀는 사람이 너밖에 없으니까. 너는 나를 계속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건 네가 내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지. 넌 나를 불쌍하게 여기고 있는 거라고. 너는 또 네가 떠났다가 돌아올때까지 내가 이 곳에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그 누구도 나를 원하지 않는다는 걸 넌 알고 있거든. 입 다물어, 내가 말하는 중이잖아."

마이크는 현관 구석에 있는 가장자리가 닳고 닳은 낙엽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는 목구멍이 바작바작 타들어가고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걸 느꼈다.

"난 네가 나한테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제 확실히 알게 됐어. 네 마음은 오직 제니퍼한테만 쏠려 있다는 걸 말이야. 난 처음부터 모든 걸 짐작하고 있었어. 하지만 모른 척 했지. 가만있어. 짜증나게 하지마. 물론 우리는 이런 식으로 계속 만날 수도 있어. 넌 나를 불쌍하게 여겨서 만나주고, 나는 또 너를 놓치고 나면 몇 년이고 다른 사람을 못 만나게 될까 봐 전전긍긍 널 따라다니고, 너도 알잖아? 마이클, 우린 결혼까지 갈 수도 있어 그런 생각 해봤어? 너 뭣 땜에 홀짝거리니? 지금 이 자리에서 훌쩍거릴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어. 우린 애들을 일렬종대로 나을 수도 있어. 너처럼 길고 구부정한 다리를 가진 애들이랑 나를 닮아 생선처럼 납작한 얼굴을 가진 애들을 말야. 그런 생각 해 본 적 있지? 난 해봤어. 솔직하게 말하자면, 마이클 브래들리, 지난 토요일 밤부터 다른 생각은 아예 하나 없었지. 그리고 이제 결심했어, 그런 짓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야. 난 구부정한 겁쟁이 남자친구 따윈 필요없어. 날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겁이 나서 아무 말도 못하는 그런 남자는 싫다고."

"난 네가 좋아."

"입 다물라고 했지. 난 아무나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거든. 하지만 만일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면, 그땐 시작부터 평등하고 정당하고 확실한 관계가 되도록 할거야. 네가 제니퍼를 쫓아다닌 것처럼 그가 나를 쫓아다니게 하지는 않을 거라고. 다른 남자애들도 그런 식으로 제니퍼를 쫓아다니지만 말이야. 또 내가 너를 따라 다녔던 것처럼 그를 따라다니지도 않겠어. 그건 정말 어리석은 방법이야. 이게 바로 사랑에 대한 내 생각이야. 평등하지 않다면, 그 사랑은 진짜가 아니야. 그리고 진짜가 아닌 사랑은 소유할 가치도 없는거지. 난 저 버스를 타고 갈게."

[할머니의 연애시대]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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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riever
2007. 7. 5. 23:42

부활, 톨스토이 도서2007. 7. 5.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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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훈련 3일동안 틈틈이 줄곧 독서를 했는데, 책의 제목은 다름아닌 톨스토이의 '부활'이었다. 예비군 첫날 아침,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할지, 집안의 한정된 도서 중에서 군복바지의 건빵주머니에 들어갈만한 크기의 책을 찾다보니, 굉장히 한정적일수밖에 없었다. 두세번을 망설인 끝에 오랜 시간에 이미 색이 바래진 톨스토이의 '부활'을 선택했고, 예비군 훈련이 끝나는 오늘 완독한 지금, 그 선택이 너무도 탁월했다는 것을 느낀다.

어찌보면 '부활'이라는 의미를 내 자신에게 붙여도 무방할 정도로, 책에서 받은 나의 감명은 대단한 것이었다. 4년간의 공돌이 생활과 군생활에서 배운 '최대한의 간결한 논리적' 표현 덕분에, 내 자신의 느낀 그러한 감정을 충분히 글로 들추어낼 수 없음이 한없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다만, 이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그저 무언가를 끄적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나는 15-16년전,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에 이 책의 첫페이지를 열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어떤 경로로든 기회가 된다면, 중학생 정도의 성장 중에 있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절대로 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 당시의 내가 이 책을 완독했는지 아니면 중도에 포기했는지 알 길이 없지만, 상당히 책을 읽어야겠다는 '열의'가 있었음은 분명하다. 그 당시에 그토록 따분하고 어렵기만 했던 소설을 꽤나 읽어나갔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그다지 독서를 좋아하지 않았던 나에게 독서에 대한 더 큰 '절망'을 느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독서를 좋아했다고 하더라도, 책으로부터 어떤 공감과 감동을 얻을 수 있을지, 의아할 따름이다.

비로소 15년 이상이 지난 지금에서야 나는 이 책을 덮을 수 있었던 셈이다. 이 책에서 감명을 받고, 또 이해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 자체가 어쩌면 슬픈 일이겠지만,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난 많은 부분 주인공인 네흘류도프 공작의 심리를 나름 잘 따라갈 수 있었다. 어떤 소설이든 설령 그럴리는 없지만, 종국에 그가 '허무'라도 느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완벽한 본인의 재현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책을 덮는 순간까지 매순간순간 진지하고 흥미롭고, 어떤 순간에 초조함까지 느껴졌다. 진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독서의 즐거움이었다. 그저 사건의 흐름만을 나열하는 단순한 소설이 아닌, 사색의 거리를 제공하고, 철학의 깊이가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명작'이 '명작'으로서 대우를 받는 이치를 알 것도 같았다.

다만, 나는 책의 99%의 순간까지 나의 기대는 완전히 100% 이상 충족되었으며, 이 스토리의 결말에 더없이 큰 기대를 걸고 있었었다. 하지만, 크게 두가지 관점에서 깊은 실망을 느끼고 말았다. 그 기대라는 것이 너무 커서인지, 그 실망의 깊이는 책에 대한 전체적인 감명 자체를 뒤바꿔버릴 정도로 나에게는 파급효과가 컸다. 그것은 톨스토이라는 작가의 위대성과 '부활'이라는 고전이 지니는 그 '불가침'의 가치에 반론의 기치를 세우는 것이 아니다. 단지 다분히 개인적인 바램 및 견해에서 스토리의 결말이 내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는데서 오는 실망과 아쉬움이다.

이 책을 접하는 많은 사람들이 마찬가지겠지만, 물론 그것은 톨스토이의 원초적인 의도와는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 주인공 네흘류도프의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 및 도덕적인 깨우침 등이 책의 주제에 있어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무엇보다 다분히 '흥미'의 요소이자 스토리의 '시초'로서 네흘류도프와 마슬로바의 관계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난 적어도, 마슬로바가 네흘류도프의 용서를 받아들이고, 다시 진실된 마음으로 그를 사랑하면서도, 결국에 '사랑하지만 떠날 수 밖에 없다는', 그런 말도 안되는 결론이 나올 줄은 몰랐다. 뭐지--; 그 황당함이란... 글쎄 네흘류도프 공작의 완전한 '부활'을 위해서 둘 사이에 오고가는 사랑의 '감정' 따위는 완전히 묵살되어도 무방하다는 것인가... 네흘류도프 공작의 심리가 굉장히 난해한 면이 없지 않지만, 애초에 마슬로바에 대한 '사랑'이 아닌 '사죄'만이 그 동기였다고 하더라도, 그토록 자신이 헌신해 마지 않았던 한 여자를 떠나보내면서 '견딜 수 없이 괴로운 마음'을 가지면서, 참된 기독교의 교리를 깨닫는다??

그 두번째 불만이 바로 마지막 부분에 절묘하게 끼워맞춰지는 기독교 교리 부분이다. 물론 톨스토이가 주장하는 그 교리라는 것이 교회의 존재나 부정으로부터 벗어나 원초적인 교리를 의미한다고는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나는 이처럼 종교적인 교리를 스토리의 전면에 떡하니 '주제'로 명확히 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종교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그 점에 관해서도 난해한 점이 많아 딱히 잘라 말할 것이 없다. 그리스 정교의 예배 의식이나 현실속에서의 '적용'이 다분히 그릇되었다는 것을 비판하는 것은 좋은데, 어떤 종교든 현실 세계와 융합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잡음'이 생긴다. 그러한 부분에서의 비판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다만, 교리적인 측면으로 어떠한 큰 거리감이 있는지 모르겠다. 네흘류도프가 느끼는 '회의'의 관점에서 다분히 바라본다면 말이다. 어쨌든 이 부분은 '톨스토이'라는 작가에 대해 더 알고 나서 한번 더 생각해봄직하다. 지금으로선 그저 막연한 거부감일 뿐이니까...

이 책의 재독이 나에게 큰 기폭제가 되어주리라 생각하진 않지만, 네흘류도프라는 주인공을 통해 일순간이나마 '정서적인 정화' 효과를 받은 것은 분명하다. 더불어 어떤 이유에서인지 독자를 빨아들이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어, 이것을 계기로 오랜기간 '역사적 증명'을 받아온 '고전'들이 지닌 가치를 가늠해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긴다. 나 자신에게 매우 즐거운 독서였고,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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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riever
2007. 6. 24. 23:40

탈무드, 마빈 토케이어 도서2007. 6. 24.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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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훈련 덕분에 읽기 시작해서 주말에 마무리한 책이다. '탈무드'라... 그냥 가벼운 포켓 북으로 예전에 읽었던 책을 그저 작다는 이유만으로 집어 들었다. 워낙에 착은 책으로 편집이 된 책이라 탈무드를 굳이 읽었다고 이야기하기도 민망한 책이다. 내용은 그저 '아~아~'...'어? 어?'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몇가지 지혜로운 스토리의 이야기들과 배울점 몇개, 그리고 세상이 달라져서 지금은 통용되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이야기들 몇개...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일관성을 가지고 중복이 되었지만, 딱 하나 옥의 티를 발견했다. 바로 '성'과 관련된 부분에서, 책의 중간 부분에서는 '성행위'는 평생에 오직 한 사람하고만 해야 한다고 규정을 지어 놓고 있으면서, 책의 후반부에서는 '창녀'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단 한사람 이외의 타인과의 '육체적인 관계'를 허락하고 있는 부분이다. 작가가 그냥 둘다 인정한다고 보면 될까나ㅎ
 
언제나 탈무드를 인용하며 내가 하는 말은 '모두가 옷을 벗고 있을때 혼자 옷을 입고 있지 말아라.'는 말이었다. 군중 속에서 '튀지 말라'는 단순한 교훈보다는 더한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믿는다. 어떻게 보면 튀는게 아닌 '배려'라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A가 분명한 세상에서 B일수 밖에 없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저 B가 되라는 말--; 여하튼 명언.
 
좋은 이야기를 핸드폰에 담고, 또 머리에 담는다고 담았는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 핸드폰에 메모해 놓은 것도 도통 무슨 소린지 알수가 없으니, 예비군 훈련이 가져다주는 그런 것일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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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riever
2007. 6. 24. 00:05

남쪽으로 튀어, 오쿠다 히데오 도서2007. 6. 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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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오랜만에 또 책한권을 마무리지었다. 벌써 서너달은 훌쩍 지나가 버린 것 같다. 서체의 크기도, 문장의 수준도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두권을 읽는데까지 걸린시간이... 형이집에서 우연히 보고 처음부분에 관심이 가서 빌려온 책이다. 처음부분이 다소 흥미롭고 재미있게 구성되어서 흡사 양귀자의 '희망'과 시작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1인칭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와 주위를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나가는 형식의 소설은 언제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실제로 옆에서 듣고 있는 착각을 줄만큼 흥미진진함과 현실성이 묻어난다. 그것이 너무도 평범해 곧 우리네의 이야기처럼 느껴질때는 더욱더...
 
오쿠다 히데오라는 일본작가는 정작 이 소설이 아닌 '공중그네'라는 유명한 소설로 우리나라에 이름을 알린 작가라고도 한다. 실제로 '공중그네'라는 소설이 많이 잃혔고 또 사람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물론 나도 읽어볼 계획을 가지고 있다. 작가의 생각을 나름 잘 엿볼 수 있는 소설이었는데, 알고 보면 작가가 내세운 소설의 주인공은 작가의 생각을 대변하기 위한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의미에서의 주인공이 아니라, 작가가 객관적이면서, 다소 타인의 시각에서 바라보고자 한 시대상의 인물을 대변하는 것 정도라는 것이 처음 읽기 시작했을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결국 '절대 선'이란 무얼까.. '이상'이라는 것은 어떤 식으로 실현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결론을 내리고 싶지 않을때는 그저 초등학생을 작중 화자로 두면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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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riever

우에하라 지로에게.

안녕, 잘 지내니?

가족이 모두 오키나아로 이주하셨다더구나.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선생님은 놀랐단다. 이별 모임도 열어주지 못하고, 미안하다. 우리 반 아이들도 모두 아쉬워하고 있어.

그쪽 생활은 어떠니? 선생님도 학생 때 오키나와에 가본 적이 있는데, 투명한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또 가보고 싶어, 선생님도. 그때는 꼭 이리오모테 섬에도 갈게.

선생님은 지로에게 사과해야 할 일이 있단다. 수학여행때 납부금에 관한 문제야. 언젠가 지로 아버님께서 지나치게 비싸다는 항의를 하셨을때, 선생님은 수학여행은 일반 패키지여행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었어. 그리고 지로에게 그 일로 아버지가 학교에 찾아오시는 건 삼가해달라는 얘기도 했었지.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선생님도 그 비용에 대해서는 내심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어. 다른 선생님도 분명 똑같은 생각이었을거야. 하지만 뭐랄까, 귀찮은 마음이 들어서 되도록 그 문제에는 관여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선생님들이 출장을 가거나 할때, 그 여행사에 부탁하면 몹시 싼 가격으로 해주곤 했어. 휴가 때 개인적으로 여행을 갈 때도 정가보다 훨씬 싸게 해 주었고, 요컨대 그 보상으로 학생들의 소풍이나 수학여행 비용이 비싸게 매겨졌던거야. 이건 흔히 말하는 바로 그 유착(이 단어의 뜻은 사전을 찾아보렴)이야. 여행사와 학교가 뒤에서 손을 잡고 학부모에게서 이유 없는 돈을 거둬들인 거지. 이건 도쿄의 거의 대부분의 학교에서 하고 있는 부정행위야.

그러니까 지로네 아버지께서 하셨던 항의는 옳은 것이었고, 학교에서는 그런 말이 밖으로 새어나갈까 봐 겁을 냈던거야. 교장선생님의 당황하는 모습은 보기가 딱할 정도였어. 그 뒤로 주위에 이래저래 알아봤는데, 교장 선생님은 이전에 공짜로 하와이 가족여행까지 했었대. 그러니 당황할만도 하겠지? (웃음)

학교와 지로네 아버지 사이에 끼었던 선생님은 그때는 적잖이 괴로웠지만, 지금은 어째서 지로와 한편이 되어주지 못했는지, 몹시 후회하고 있어. 선생님은 학생보다 직장을 먼저 생각했어. 그저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지로에게 옳지 못한 말을 하고 말았어. 교감 선생님이나 학생주임에게서 어떻게 좀 해보라는 재촉을 받고는 공황상태에 빠져버렸단다. 정말로 미안하다. 이제라도 교장선생님에게 옳은 소리를 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아직 신참인 선생님에게는 그런 용기가 없구나. 선생님, 정말 한심하지? 이제 더 이상 우리반 친구들에게 선생님이랍시고 잘난 척 떠들수도 없어.

지로도 어른이 되면 잘 알겠지만, 어른의 세계에는 이런 사기가 아주 많단다. 선생님은 이 자리에서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로네 아버지처럼 정정당당하게 이의를 제기하시는 분은 백만 명에 한 사람 정도일거야. 그런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좋다고 생각해. 조금 무섭긴 하지만. (웃음)

지로 세대가 어른이 되었을때는 부디 올바른 말을 하는 사람이 손해보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서로 협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쁜 일에 협력해서는 아무 의미도 없겠지? 선생님도 앞으로는 조금씩 대항해볼거야. 우선 여행사에 미운 소리 한마디쯤 해줄까 생각하고 있단다.

너무 긴 편지라서 미안하다. 선생님은 나름대로 1년여 동안 지로와 잘해보려고 노력했는데, 마지막에는 별로 좋은 선생님이 아니었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단다.

자, 그럼 부디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우리반 친구들에게 편지 보내줘. 안녕.  


                                                                                                                              미나미 아이코


지로는 잠시 편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가, 아버지가 옳았는가.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좋다'는건 아무래도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가슴이 뭉클했다. 미나미 선생님이 사과를 해주셨다. 어른이 잘못을 인정해주었다....... 나카노를 떠나오기 전에 괴로웠던 학교에서의 기억이 단숨에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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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ri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