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페포포 메모리즈, 심승현 도서2009. 9. 4. 11:46
올해 한국 만화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가 있었다. 무진장 관심이 가는 이벤트였으나 어영부영 그냥 지나가고 말았다. 만화의 다양한 장르를 다 소화해내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무언가를 그리는' 일은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만화 동아리'를 해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어렸을 때 만화 속 캐릭터를 보고 어설프게 따라 그리면서 좌절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그리는 일'은 그 이후 나에게는 '멀고도 먼 당신'이었던 셈이다. 최근에 들어 '그려진 것'에 대해 감탄하고 놀랬던 기억은 역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그린 '초속 5센티미터'라는 애니메이션이다. '예술'이라고 부르지 않으나, 분명 나에게만큼은 '예술' 그 이상이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단정하게 그려진 그림들이 예뻤다. 때론 어린시절의 동심을 쫓아가기도 하고, 평소에 관심을 갖지 못했던 소소한 부분들에 대해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상처를 주었던 지난 추억에 숙연해지기도 한다. 따뜻한 마음을 갖고 주위를 돌아보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결국 스스로가 행복해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준다. 누가 그랬던가, 행복해지고 싶거든,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라고.
사람의 마음이 하루에도 열두번은 변하고, 다른 사람의 행복과 내 자신의 행복이 항상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기에, 마음 먹는다고 또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누구나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단히 마음을 청소하며 노력한다면, 언젠가 새로운 'The class'의 단계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