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3

« 2025/3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2009. 9. 4. 11:46

파페포포 메모리즈, 심승현 도서2009. 9. 4. 11:46

올해 한국 만화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가 있었다. 무진장 관심이 가는 이벤트였으나 어영부영 그냥 지나가고 말았다. 만화의 다양한 장르를 다 소화해내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무언가를 그리는' 일은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만화 동아리'를 해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어렸을 때 만화 속 캐릭터를 보고 어설프게 따라 그리면서 좌절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그리는 일'은 그 이후 나에게는 '멀고도 먼 당신'이었던 셈이다. 최근에 들어 '그려진 것'에 대해 감탄하고 놀랬던 기억은 역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그린 '초속 5센티미터'라는 애니메이션이다. '예술'이라고 부르지 않으나, 분명 나에게만큼은 '예술' 그 이상이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단정하게 그려진 그림들이 예뻤다. 때론 어린시절의 동심을 쫓아가기도 하고, 평소에 관심을 갖지 못했던 소소한 부분들에 대해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상처를 주었던 지난 추억에 숙연해지기도 한다. 따뜻한 마음을 갖고 주위를 돌아보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결국 스스로가 행복해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준다. 누가 그랬던가, 행복해지고 싶거든,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라고.

사람의 마음이 하루에도 열두번은 변하고, 다른 사람의 행복과 내 자신의 행복이 항상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기에, 마음 먹는다고 또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누구나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단히 마음을 청소하며 노력한다면, 언젠가 새로운 'The class'의 단계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Posted by retriever
2009. 9. 2. 15:16

아름다운 마무리, 법정 스님 도서2009. 9. 2. 15:16

'홀로 사는 즐거움'이라는 에세이 이후 4년만에 출판되는 법정 스님의 말씀집이라고 한다. '홀로 사는 즐거움'이라는 책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떠올리면 잔잔한 웃음이 떠오른다. 물론 아끼던 소지품을 잃어버렸을때의 마음처럼 아쉬운 마음이 항상 그 웃음 한켠에 머무르고 있을 것만 같다. '홀로 사는 즐거움'이라는 책을 선물받은 나를 향해 친구들이 놀려댔었지만, 마냥 즐거웠었다. 홀로 살던지, 그렇지 않던지 그런게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던 행복한 시절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때 나는 법정 스님의 그 말씀을 마음에 새기지 못하고 혼자인 것에 익숙하지 못한 채로, 성급한 마음에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스님의 에세이는 한문장 한문장을 되새김질하면서 음미해야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에세이는 그렇게 읽지 못한 탓에 책을 느끼지 못하고 그저 이해만 하고 책장을 넘긴 것 같다.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아직 나에게는 너무도 먼 나중의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고,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옳은 삶인지에 대한 가치관의 혼란을 느끼기도 했다. 자연을 벗삼아 살고 계시는 스님의 삶과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면서도 도망칠 생각이 없는 나의 삶 사이에는 얼마나 큰 간극이 있는걸까.

책의 가르침 중에서 가장 공감하는 말은 바로 '버리라'이다.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가 가장 아름다운 법이라고 말씀하신다. 무엇인가 인위적인 것이 첨가될수록 거추장스러운 법이라고. 물론 법정 스님의 그러한 고상한 뜻과는 차이가 있지만, 나 역시 불필요한 물건들을 모두 버리는 '간소한 삶'을 지향하고 있다. 전후로 1년을 살펴서 1년동안 쓸 일이 없었거나 앞으로 쓸일이 없어 보이는 물건들을 버리고, 불필요한 장식물들을 최대한 제거하는 것이다. 차 역시 처음 그대로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채로 최대한 거추장스러운 개입을 거부하고 있다. 가장 정리를 잘하는 방법은 불필요한 물건들을 미련없이 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가을이 깊어지고, 도심 속을 벗어나 맑은 공기를 들이키고 싶을 때에 다시 책을 접한다면 좋을 것 같다. 
:
Posted by retriever
2009. 8. 31. 09:02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공지영 도서2009. 8. 31. 09:02

과학실을 시찰하던 장학사는 23.5도 기울어져 있는 지구본을 들여다보며 열심히 공부하는 척하고 있는 학생에게 물었다.

"학생, 이 지구본이 왜 이렇게 기울어져 있지?"

그러자 학생은 당황하며 우물쭈물하다가 말했다.

"제가 안 그랬어요."

그러자 과학 교사가 화를 내며 말했다.

"내가 아까 다 똑바로 놓으라고 했지?"

보다 못한 교장 선생이 나섰다.

"어서 시정하도록 하세요."

소리없는 것들이 우리를 살게 만든다. 아침마다 떠오르는 태양이, 달빛이, 우리를 숨쉬게 하는 공기들이....., 그 깊은 산에서 솟아나는 샘물이....., 그리고 모든 선한 것들이.

더불어 내용 중에 공지영 작가님께서 다꽝은 일본어이기 때문에 스파게티나 피자처럼 그대로 발음해서 그 언어를 존중하는게 맞다고 말씀하시는 부분이 있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다꽝은 일본어에 일본 음식일지 모르나, 단무지는 엄연히 과거부터 존재했던 우리 음식이자 우리말이라고 한다. 피자나 스파게티는 우리말이 없다고 하나, 우리말이 존재하는 단무지는 '단무지'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평소 에세이는 잘 읽지 않으나 추천을 받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 공지영이라는 작가에 대해서 인간적으로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시는 분인지 대강 가늠할 수 있었다. 보통 '작가 정신'이라고 부르는데, 비록 가벼운 삶의 단편 에세이이긴 하나 사회적 이슈 내지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자신의 소견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이혼 경력이 세번이나 되는 것과 그러한 뚜렷한 소견을 매칭시키는 것은 그 분을 잘 모르는 독자 입장에서 섯부른 선입견일 수 있으나, 왠지 자신의 안정적인 생활과 안위보다는 '소신'을 더 중요하게 지킨다는 생각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작가'라고 하는 외투가 그녀를 두텁게 보호하고 있는 것을 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그녀의 삶도 그녀의 생각도 어느정도 지탄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녀가 틀린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아직도 많이 틀려 있기에. 그녀의 자유분방한 열린 마음과 옳고 그름에 대한 '뚜렷한 지각력', 불의에 대한 넘치는 분노는 비단 그녀만의 몫이 아닌 우리 모두의 숙제이기도 하다.

'도가니'와 '사랑한 후에 오는 것들'을 제외하고 그녀의 작품은 거의 접한 바가 없으나 이런저런 생각들과 가벼운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녀의 자전적 소설 역시 한번쯤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
Posted by retriever
2009. 8. 28. 09:26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도서2009. 8. 28. 09:26

고흐와 테오. 평생을 가난 그리고 고독과 싸워야 했던 고흐의 뒤에는 항상 테오가 있었다. 현실의 벽에 좌절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예술적 재능을 포기하려고 할때마다 테오는 고흐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었고, 정신적, 물질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고흐는 자신의 예술이 인정을 받지 못할때마다 슬픔에 잠기지만, 테오는 고흐에게 성공을 확신시키며, 형을 존경하고 사랑했다. 그 마음은 변하지 않고 평생 지속되었다.

고흐 역시 훌륭한 재능과 따뜻한 심성을 가진 예술가지만, 그런 고흐를 탄생시킨 테오의 헌신과 사랑은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감동하고 또 감동했다. 열심히 한다고는 하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는 형에 대해서 한두번쯤 실망할 법도 한데 그런 법이 없었다. 

...
나는 한없이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

평생을 힘들고 괴롭게 산 고흐의 삶에 연민이 간다. 힘든 와중에서도 자연과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따뜻하고 인간적이며 예술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간직하고 살았다. 너무도 힘들고 괴로웠기에, 스스로를 감당하지 못해 죽음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삶이라는 것이 참 허무하다. 비록 그의 그림들이 후세에 길이길이 빛나고 있으나, 그의 삶은 누가 보상해준단 말인가.       


:
Posted by retriever
2009. 8. 24. 12:47

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도서2009. 8. 24. 12:47

벼랑 끝 100미터 전.
하느님이 날 밀어내신다. 나를 긴장시키려고 그러시나?
10미터전. 계속 밀어내신다. 이제 곧 그만두시겠지.
1미터전. 더 나아갈 데가 없는데 설마 더 미시진 않겠지?
벼랑 끝. 아니야, 하느님이 날 벼랑 아래로 떨어뜨릴 리가 없어. 내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너무도 잘 아실테니까.
그러나, 하느님은
벼랑 끝자락에 간신히 서 있는 나를 아래로 밀어내셨다.
......
그때야 알았다.
나에게 날개가 있다는 것을.


존경스러운 삶을 사는 분들이 많다. 한비야님 역시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하고, 동정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분 같다.

더불어 가장 공감하는 내용 중의 하나는 종교간의 이해와 상생을 이야기하는 대목이었다. 스스로 천주교 신자라고 밝히시면서, 기독교 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또 불교 서적을 여러권 읽으시면서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하신다.

주위에서 가끔 '조증'이라고 할 정도로 밝고 유쾌하다고 하고, 그러면서 자신과 삶, 그리고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견지하고 있다. 배워야 할 점이다.

하지만 '조증'은 분명 경계해야 할 점도 있다. 마음이 차분하지 못하고 들뜨게 되면 경솔해지기 십상이다. 오늘도 나는 스스로의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한 것이 다소 후회가 된다. 언제나 유쾌한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지만, 말과 행동에 항상 신중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침묵은 금이다'라는 교훈의 참뜻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성공한 사람들을 규정짓는 기준과 돈에 대한 생각도 담겨 있다. 누구나가 공감하면서도 실천하기 힘든, 별 수 없이 '성공'과 '돈'의 노예가 되고 말기도 하는 우리들이다. 스스로의 삶에 대한 설계, 인생을 바라보는 가치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 등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
Posted by retri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