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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1. 8. 19:21

대중참여경제론, 김대중 도서2009. 11. 8. 19:21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굉장히 박식했던 정치인 중 한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다독을 하신 것은 물론이거니와 많은 주변인들로부터 '자신만의 철학이 확고한 분'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다방면의 책을 탐독하셨고, 또 공부하셨다고 들었는데, 경제분야에 관해 그 생각을 엿보려면 저서 중에서 '대중참여경제론'을 읽는게 어떨까 싶었다.

영국의 대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은 19세기 말에 이미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숲의 이론'으로 설명한 바 있다. 숲이 아름답고 생명력이 있기 위해서는 큰 나무도 있어야 하지만 작은 나무들도 많아야 한다. 큰 나무가 고목이 되어 넘어지더라도 작은 나무들이 자라서 숲은 항상 울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도 이와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의 수가 적고 허약한 가운데 대기업 서너 개 정도가 지배하고 있으면 대기업이 고목화할때 전체 산업이 흔들리게 될 것이다. P. 226

맨서 올슨 교수가 지적했듯이 소규모 개별 노동조합은 각기 자신의 이익을 전체 국민의 이익보다 앞세우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이익을 희생함으로써 잃는 것이 너무 크고 얻는 것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반면 광범위한 노동자 집단으로 결성된 포괄적 노동조합은 전체 국민의 이익과 자신들의 이익을 일치시킬 수 있고 따라서 조합원들의 욕심이 전체 경제를 손상시킬 가능성은 비교적 희박하다. 이러한 노동관계법은 개정되어야 하고 포괄적 노동조합을 허용할 뿐만 아니라 장려해야 할 것이다. P. 240

경제학에 대한 지식이 좀더 풍부했더라면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제시하는 여러가지의 경제정책의 방향에 자그만 의견이라도 피력해 보겠지만, 그러기엔 머리 속이 텅 비어 있다. 하지만 한권의 책 속에서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구체적인 지표와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의 근대 경제를 파헤치고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였다. 책에서 제시하는 방향은 다음과 같다.

1. 민간주도형 시장경제의 창달과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립.
2. 물가 안정 
3. 땅투기 근절 - 안정적인 부동산 정책
4. 공평, 효율, 간소의 세 원칙 아래 조세 및 재정제도를 재편하여 정부의 소득재분배 기능 제고
5. 생산설비를 첨단화하고 연구개발사업에 투자 확대
6. 협조적 노사관계
7.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역할 분담 
8. 사회간접자본 확충
9. 농업과 농촌에 대한 투자 확대
10. 환경보호와 경제발전을 병행하는 신인도주의

이상이다. 어떤 말씀은 아주 당연하고 보편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문제들이고, 일부는 저자의 '경제 철학'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하여 '무조건 투기는 나쁘다'는 식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유를 요모조모 밝혀 이해가 쉽게 되었다. 물가와 금리, 더불어 세금제도 분배의 문제와 어떤 식으로 연관성을 갖는지에 대해서도 그림이 잘 그려졌다. 덧붙여, 경제 문외한일지라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문장의 앞뒤 논리적 연결이 매끄러워서 읽기가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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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riever
2009. 11. 4. 09:10

백야행, 하가시노 게이고 도서2009. 11. 4. 09:10

고수, 손예진 주연으로 오는 19일에 개봉하는 영화 때문에 요즘 많이 알려지고 있는 작품이다. 책이 먼저였고, 그리고 일본에서 드라마로 각색되었고, 이번엔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제작하게 된 모양이다. 처음엔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된 것을 단 2시간 이내의 영화로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의아했으나, 책을 읽고 나니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비해서 오히려 드라마가 각색 과정에서 살이 많이 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로 어떻게 재탄생될지 기대가 된다. 

드라마로 볼때 1편에서 보여준 료지와 유키호의 만남은 개인적으로 '가슴 따뜻'한 장면들이었다. 아직 세상을 경험하기엔 어린 나이에 빠르게 성장해버려, 자칫 소중한 어린시절을 잃어버릴 수도 있었던 아이들에게 둘의 만남만큼은 '순수'와 '동심'이라는 단어를 꺼내볼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가위로 오려 종이꽃을 선물하고, 물에 비친 보름달로 화답했던 '따뜻한 기억'이랄까. 

드라마를 좀 보다가 책으로 읽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샀는데, 그 소중한 장면들은 책에 씌여지지 않았던 내용이었다. 드라마로 제작하다 보니 중간에 필요에 의해서 삽입된 게 아닌가 싶다.

책의 표지에는 '이상한 러브 스토리, 그러나 세상에는 이런 사랑도 있다' 라고 씌여있지만, 실제로 책에서는 두 사람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주는 장면이 거의 없다. 추측을 통해 모종의 '공생관계'처럼 두 사람이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줄 뿐이다. 주위 환경으로 인해 얼그러진 그들의 어린 시절이 그들의 삶에 얼마나 잔인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는지, 그들의 사랑이 어린시절 투명하게 비쳐 아름답게 빛나는 한밤의 '보름달'에 비견될 수 있는 것인지... 사건을 줄기차게 파헤치던 사사가키가 비유는 왠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해당될만한 표현은 없었다. 

'대포새우는 구멍을 파 그 안에서 생활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구멍에서 식객노릇을 하는 놈이 있어요. 문절망둥이라는 생선이죠. 그 대신에 문절망둥이는 보통 구멍 입구에서 망을 보고 있다가 적이 나타나면 꼬리지느러미를 흔들어 안에 있는 대포새우에게 알린다고 합니다. 정말 멋진 콤비네이션이죠. 그걸 공생관계라고 한다던가.'

책의 제목과 전체적인 분위기 관련해서는 책의 뒷표지에 언급된 말로 대신할까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빛의 속성은 거부당함으로써 제 빛깔을 여실히 드러내는 법. 소설의 빛깔은 때론 그 소설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소설의 빛깔을 말한다면 그야말로 '하얀 것'이다. 하얀 옷, 하얀 벽, 하얀 차, 하얀 바지, 하얀 카드, 하얀 치아, 하얀 슈트, 하얀 전화, 하얀 손수건, 심지어 하얀 몸까지.... 그러나 '하얀 것'에도 그 층이 여러 겹이라는 것을 이 소설을 간단히 우리에게 일깨운다. 숱한 '하얀 것'들이 제각기 다른 층의 속성을 드러내며 왠지 사람을 기분을 우울하게 만든다. 급기야 눈물이 흐르는데 그 투명한 눈물조차도 한없이 불투명한 빛깔로 만들어버리는 소설이 바로 '백야행'이다. 아무려나, '하얀 어둠 속을 걷는다'는 것 자체가 빛의 속성-역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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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riever
2009. 10. 27. 23:11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도서2009. 10. 27. 23:11

모두가 눈이 멀게 되는 전염병에 걸린 세상을 한 사람의 눈을 바라본 소설이다. 탈무드라는 책에서 모두가 옷을 벗고 있다면 옷을 벗으라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눈이 보이지 않는 것보다는 보이는 것이 지극히 정상이겠지만, '눈먼 자'들 속에서 '눈뜬 자'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사실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는 그 놀라운 상황을 충분히 체감하기 어렵다. 바로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상황을 끈기있게 따라가면서, 그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을만한 다양한 사건들을 상정해 나간다. 세상은 난장판이 되었고 그 혼란스러움은 이루 말할 표현할 수 없을 정도지만, 저자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아마도 보이는 것이 그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달라졌을 뿐, 인간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글쎄, 인간 본성이라는 것이 어떤 부분에서 정확하게 어떤 점을 명시하는 것인지 불분명하지만, 이를테면 큰 집단 속에서 또다른 작은 집단을 형성해서 이익을 도모한다거나, 성적 욕구와 윤리는 항상 상충되는 면이 있긴 하지만 그 경계를 넘나드는 일은 항상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라든지, 때론 '인간은 무조건 이기적이다'라는 신념에 찬물을 끼얹을 만한 '별난 종'들이 하나 둘 튀어나온다든지... 물론 그것마저도 '자기 만족', '천성' 등의 이유로 '이기적 욕구'의 한 발현으로 보는 이들도 있지만, 너무 앞서 나간 것 같고. 

모두가 보지 못한다는 것은 사회가 규정지어 놓은 '틀'을 송두리째 뒤엎는 사건이다. 지위, 나이, 아름다움 등이 모두 지난밤 꿈처럼 '아득한 일'이 되어버린다. 물론 그런 상태가 지속되다보면 또다른 형태의 '공동체'가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그것은 아마도 지금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하고 있긴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해주는 놀라운 마력을 제공하기도 한다. 

결코 '정상적인 시력'을 유지한 상태였더라면 맺어질 수 없었던 노인과 젊은 여자의 사랑이 하나의 예다. 요즘 우리 사회를 두고 너나 할것 없이 혀를 끌끌 차면서 '물질만능'이니 '외모지상주의'라는 말을 한다. 빵 한조각이 없어 애닳는 현실에 '물질만능'은 오간데 없고, 세대를 넘나드는 사랑에 '외모지상주의'도 찾을 길 없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을 보게 해주는 긍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옛말처럼 '새로운 시각' 내지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갖게 됨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새로운 시각'을 필요로 하는 이 시대에 '눈'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장벽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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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riever
2009. 10. 8. 22:47

내 나이 서른하나, 야마모토 후미오 도서2009. 10. 8. 22:47

서른하나. 사람들은 하나같이 세월이 빠르다고들 한다.

예비군 훈련을 받는 동안엔 대기시간이 꽤나 많다. 아침에 일찍 가서 총기와 장구류를 지급받고 나면, 모든 예비군들이 그 절차를 밟는 동안 할일없이 대기하게 된다. 그래서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갈때면 언제나 군복 바지 오른쪽 빵주머니에 들어갈만한 책을 한권 들고 나선다. 특별히 더 재미있는 책을 고르는 것도 아닌데, 예비군 훈련장에서의 독서는 그만의 색다른 맛이 있다. 달리 뚜렷이 할 것도 없는 시간이기도 하고, 예비군 훈련이 주는 그 특유의 무기력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의 흥미가 배가되지 않나 싶다. 

우연히 책의 제목에 '내 나이'가 적혀 있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결코 반가운 나이도 아니고, 앞으로 살면서 '내 나이'가 반가울 날이 또 올지 모르겠지만, 무슨 이야기가 씌여 있을지, '서른하나'라는 나이의 또다른 삶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장편의 스토리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31개의 단편소설이 책을 지면을 채우고 있었다. 그 단편소설의 숫자가 암시해주듯이 그야말로 다양한 '서른하나'의 삶이 책 속에서 생동하고 있었다. 나처럼 살고 있는 사람도 있고, 나로선 상상하기조차 힘든 삶의 사는 이도 있었다. 저마다 나름의 삶이 있고, 때론 자의적이기도 하고 타의적이기도 하리라. 

예비군 훈련장에 도착해서 대강당으로 들어가자 전면의 대형 스크린에서 '생로병사(?)' 내지는 그 비스무리한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있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있는데  배가 스멀스멀 아파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화장실을 향했다. 예비군훈련 화장실이라니... 무언가 불운한 기운이 독성을 내뿜었다. 아니나다를까, 웃지 못할 사건이 벌어졌다. 변기가 막힌 것이다. 아아, 물론 다행히 그 불운의 화살은 나를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다. 옆칸이었다. 하지만 봉변을 당한 것은 오히려 옆칸에 있었던 나였다. 내가 놀래 당황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지금 생각하면 스스로도 납득하기 힘든 일을, 그 뒤에 나는 묵묵히 해내고 있었더랬다. '서른'이 넘지 않았다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지금 생각하면 왠지 끔찍하지만 어쨌든 당시엔 그랬다. 특이한 경험으로 말미암아 '내 나이 서른하나'는 떠올릴때마다 '지저분한 냄새'가 섞여있는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주인공들처럼 그야말로 나도 모르게, 미처 생각하지 못한 속도로 '내 나이 서른하나'가 되었다. 그 서른하나도 어느덧 그 마지막 모퉁이를 돌아가고 있다. 저 모퉁이를 돌아 '내 나이 서른둘'에 또다른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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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riever
2009. 10. 7. 23:56

단숨에 읽는 세계 인물 도서2009. 10. 7. 23:56

어렸을때 '위인전기'라는 것을 읽었다. 위인들의 삶을 모범으로 삼고 교훈을 얻어 열심히 정진하라는 뜻으로 선생님들도, 부모님들도 늘상 권장하던 책들이었다. 요즘은 어떤 책들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읽혀지고 있는지 잘 모르지만, 지나서 생각해보면 '교육'적인 요소를 너무 강조하다 보니 '보고 싶은 면'만 보게끔 한 것은 아닌가 싶다.

이른바 '승자의 역사'라고들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과연 어떤 삶이 '훌륭'한지에 대한 의견도 다를 수 밖에 없다. '히틀러' 같은 독재자나' 짐은 곧 국가다'라고 선언했던 루이14세와 같은 전제군주를 인정하고 존경하는 사람도 있고, 또는 잘못한 점은 있지만 그의 추진력과 카리스마를 '귀감'이 될만 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가 가지는 '보편적 가치'들이 사라지고, 각각의 집단과 개인이 추구하는 '지엽적인 가치'들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건 아닌지.

'인간은 완벽하지 못한 존재'라는 전제 아래 사람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 인물'이라고 하면 무조건 칭송하고 떠받드는게 아니라 장점과 단점을 모두 아우르며 종합적 판단을 해야 한다. 더불어 그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놓여할 보편적 가치는 바로 '인간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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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ri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