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의 경계, 나스 기노코 도서2009. 6. 17. 10:36
사람마다 좋아하는 장르의 경계가 명확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류의 내용은 아니었다. 책 속에서 이야기하는 이상자(異常者)의 등장은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에서 일정한 거리감을 두어야 하는 일이기에 책에 몰입하는데 방해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납득의 문제를 떠나 이해 자체가 어려운 대화들이 많았고, 세상이 아주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원리로 구성되어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일상의 관점에서 다소 허황된 이야기들을 쉬이 즐기지 못하고, '믿거나 or 무시하거나'로 일관하는 나로서는 일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사고의 일탈'보다는 주인공 미키야와 시키의 애정과 일상에 마음이 닿았다. 번역을 담당했던 역자분 역시 작품끝 소감에서 미키야와 시키의 '잔잔한 러브스토리'를 보는 마음이었다고 하니 내가 전혀 엉뚱했던 것은 아닌 모양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매력은 작중 주인공인 고쿠토 미키야와 오유기 시키에 있다.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그 네들의 이야기와 정상과 이상을 반복하는 숨막히는 현실 속에서 두 사람은 많이 다르면서도 뜻이 통한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 주기라도 하듯이 두 사람은 불안한 외줄타기를 계속하지만 결국 '진심은 승리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독자에게 확인시켜 준다. 미키야가 보여준 시키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와 生을 대하는 알듯 모를듯한 태도, 냉정하리만큼 차분하지만 따뜻한 감성은 이 시기의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오유기 시키. 사실 다소 솔직하게 말해서 작가가 그토록 '아름답다'는 말을 반복해서 되풀이하지 않았더라면 좀 덜했을지도 모른다. 다분히 정상적인 육체와 환경으로 이상자가 되어야만 하는 안타까움을 독자들이 충분히 공감하도록 유도한 것일 수도 있고, 여느 작가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창조해낸 캐릭터가 독자로부터 충분히 사랑받기를 바랬을 수도 있다. 시키는 살인을 좋아하고, 신체를 제외하면 정상적인 인간이라고 보기 힘들지만, 미키야의 사랑을 받고 또 독자로부터 사랑받는다. 냉정하고 차갑고 잔혹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순간 보여주는 시키의 인간적인 면에 독자들은 열광하는 것 같다. 그것은 오히려 정상적인 사람이 인간다운 것보다 극적인 상황을 연출해주기 때문에.
나름 정독한다고 했는데도, '공의 경계'라는 제목의 의미를 해석할 자신이 없다. 더불어 책을 읽은 덕분에 애니메이션을 따로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쩌면 책에서 보여주는 심리 묘사가 빈약해질 게 분명한 애니메이션 종종 보여주는 그 잔혹한 장면과 시종일관 흐르는 괴기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다소 거부감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