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경제학, 이준구 도서2009. 11. 17. 13:20
정 총리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한반도대운하' 및 '4대강살리기 사업'의 경제성에 대해서도 여러차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국무총리'라는 직함을 둘러쓰고 변신한 그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일인지상 만인지하'의 막강한 권력 때문에 원칙과 소신을 버려야 하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정운찬 총리와 함께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비슷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던 분이 계셨으니 바로 이준구 교수이다. 그에게도 '감투'에 연연하는 인간 본성이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4대강살리기'와 '감세정책'등 여러 정부 정책들에 대해서 맹렬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모두가 자신의 '생각 하나' 밝히는데도 힘이 드는 세상에 지식인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하지 않는 열정에 큰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자라고 한다면 '자본주의'를 맹신하고,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찬양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통해서라도 국부의 증강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제고시키는 것이 경제학자 본연의 업무인냥 각종 지표의 나열과 비교를 통해 '빵 부풀리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다보니 규제로 상징되는 정부의 개입을 싫어하고,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하에 '무한경쟁'을 부추긴다. 합리적인 인간들이 모두가 자신들의 이익만 쫓다보면 결과적으로 '공익'이 실현되리니, 남들 사정이야 아랑곳하지 말고 오로지 '자기배 채우기'에만 충실하라고 독려한다.
이준구 교수는 '36.5도씨 인간의 경제학'이라는 다분히 인간적인 책 제목을 달고, 행태 경제학이라는 새로운 '경제학 모델'을 소개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되어왔던 내용이지만 저자도 이제 막 이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한다. '경제 행위 뒤에 숨겨진 인간의 심리 탐구'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어떤 학문으로 그 이론이 정립되지 않았을 뿐, 누구나가 쉽게 경험했던 내용들이다. 심리학 서적을 통해서, 혹은 주위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서 우리는 '이론'과 '실제'의 차이를 통감하곤 한다.
경제학자의 입장에서 인간의 심리를 '경제학'에 적용해 보려는 의지는 신선하다. 경제학이 디지털이라면 심리학은 아날로그다. 우리는 '인간의 심리'를 구체적인 수치로 표현하기 어렵다. 하지만 요즘 심리학에서 많이 사용하는 '보편성'에 기댄 통계를 활용해 어떤 법칙을 이끌어내고, 수치화하여 경제학 이론과 접목시키다 보면 언젠가 저자가 말하는 '행태경제학'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행태경제학'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전통경제학의 헛점을 다음 두가지 관점에서 조명하고 있다.
1. 인간은 때로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2. 인간은 항상 이기적인 동물이 아니다.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그와는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는 수없이 많다. 책에서는 그러한 경우를 사례로 들며, 그것이 전통경제학에서 말하는 '경제적 인간'과 대치된다고 이야기한다.
1. 종이를 50번 접었을때의 두께에 대해서 인간은 짧은 시간 안에 합리적인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
2. 워렌 버핏은 전 재산의 85%나 되는 36조원의 거금을 빌게이츠 부부가 만든 자선사업재단에 기부했다.
휴리스틱 : 현실의 상황을 판단하는 일이 무척 복잡하기 때문에 단순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먹구구 원칙.
대표성 휴리스틱 : 사람에 대한 묘사가 특정직업의 전형적 특성을 얼마나 잘 대표하는지에 따른 판단법.
가용성 휴리스틱 : 사용할 수 있는 기억. 기억에 떠오르는 사건 및 상황을 고려해 판단하는 방법.
랜덤한 100개의 봉투를 집을때 가장 큰 금액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37번째까지의 가장 큰 금액을 기억한 뒤에 38번째부터 그보다 더 큰 금액이 나오면 선택하는 것이다.
닻내림효과 : 배가 어느 지점에 닻을 내리면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자 그 부근에서 맴돌게 됨.
부존효과 : 어떤 물건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그것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에 비해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
틀짜기효과 : 똑같은 상황이라도 여러가지 다른 인식의 틀이 있음.
심적회계 : 어떻게 생긴 돈이고 어디에 쓸 돈인지에 따라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기록한다고 보는 개념.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오디세우스 - 자제력에 대한 의심 때문에 자유를 포기하는 고전적 사례
'나를 단단하게 묶어 주게. 그래서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족므도 움직이지 못하도록 말이지. 내가 풀어 주기를 간청하면 더 많은 끈으로 더욱 단단히 묶어 주게.'
현상유지편향 : 사람들이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기를 꺼려하는 습성.
기정편향 : 사람들이 귀찮음을 싫어하기 때문에 미리 정해진 것을 그대로 따르려는 경향.
몫 나눌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한 사람이 몫을 나누고 다른 사람이 먼저 선택하는 것이다.
할인율 : 미래에 주고받을 금액을 현재의 가치로 계산하는 것.
효율시장이론 : 모든 투자자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면 주식 가격은 기초가치 수준에 맴돌아 대박이 어려움.
투자방법 : 쌍둥이주식 공략, 가치주전략, 모멘텀전략
주식프리미엄의 수수께끼 : 주식의 수익률이 채권수익률보다 현저히 높았으나 투자비율은 그렇지 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