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17. 13:46
오스트레일리아, 니콜 키드먼, 휴 잭맨 영화2008. 12. 17. 13:46
왠만하면 영화 두시간씩만 하자. 두시간즈음이 되어 영화가 끝나는가 싶더니 아차! 다른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있었던지 다시 새로운 스토리가 시작되었다. 인간의 변덕에 대해서. 몇분 보다가 밥이라도 먹고 와서 다시 본다거나, 잠시 다른 동영상을 훔쳐보다가 이어볼 수 있는 것도 아닌, 극장 안에서 갇혀 있다 보니 불편해서 잠도 못자고 자연스레 영화를 만든 감독과 나를 극장으로 이끈 현실(?)이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그나마 볼만했었던 것이 있다면 영화 후반부에 나온 전투기 폭격씬이라고나 할까. 나도 변해가는건지, 이제 그러한 파괴적인 영상이 시원스럽게 느껴졌다. 왠지 다른 사람들과는 엇박자로 다른 나이에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만 같다. 모두가 이것을 좋아할때 나는 저것을 좋아하고, 모두가 저것을 좋아할만한 나이에 나는 이것을 좋아하고.. 삶의 역주행이라고나 할까.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가면서 예전의 '옳다고 생각했던 믿음', '세상을 향한 관대함' 등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어쩌면 그것은 개인의 의지대로 되지 않은 감정의 문제와 결합할때 도통 스스로 난감한 처지가 되곤 한다. 그러면서도 늘상 변하고 있는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부여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존재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영화 속 니콜 키드먼은 따뜻한 인간애의 소유자로 관객들에게 휴머니즘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영화 속 주변인들, 특히 같은 공동체 속의 사람들은 니콜 키드먼을 이해하지 못한다. 직계 가족도 아닐 뿐만 아니라 인종도 다르고, 더구나 인간이하의 취급을 당연하게 받게끔 되어있는 이에게 그토록 구구절절하게 애정과 관심을 쏟아붓는 것이 납득이 안되었을 것이다. 그들을 탓할 이유는 없다. 다만 니콜 키드먼이 위대한 사람일 뿐이다.
옆에서 보면 옳은 일들도 앞에서 보면 틀린 일도 많다. 다른 사람이 하면 옳게 여겨졌던 일도 내가 하기엔 꺼리는 경우가 많다. 어제 보면 옳았던 일도 오늘 보면 달리 생각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그렇다. 헤라클라이토스의 말처럼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한다는 사실'뿐일지도 모른다. 왠지 점점 그렇게 변해가는 내 자신이 조금도 낯설지 않다.
영화 속 가장 기억에 남는 명언은 역시 '그렇게 해왔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라는 대사이다. 여느 때는 특별한 것처럼 들렸을 그러한 말들도 지금은 왠지 무미건조하다.
더불어 궁금해서 들어가본 네티즌 평점란의 전문가 평점에 재미있는 평가들이 있어 엄선해봤다.
올해 가장 '끈질긴 영화'. 속편이 자체내장돼 있음. (김혜리)
니콜 키드먼 판 '소떼와 춤을'. (이화정)
이 두분의 평에 영화 시청자로서 높은 평가를 주고 싶다. 대체적으로 네티즌과 전문가에게 두루 혹평을 받은 것이 눈에 띄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영화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 20~30대의 순수지향 여성분들이 있었다. 1-2년만에 영화를 처음 보는 것이거나, 아니면 영화 속 소를 보면서 불고기를 떠올렸을 게 분명하다.
가장 실망스러웠던 것은 역시 일순간의 불타는 사랑을 뒤로 하고 여자 옆에 있어주지 못하고 자신의 욕심과 자유만을 찾아서 매정하게 떠나버리고, 말도 안되는 이유로 후회를 하며 다시 돌아와 영웅 행세를 하는 휴잭맨의 찌질한 모습이다. 그런 찌질이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감동스럽게 맞아들이는 니콜 키드먼 역시 없어보이는 건 마찬가지이다. 다소 까칠하고 삐딱한 시선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너무 결과에만 집착을 해서 과정을 묻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물론 감정의 편린들이 뛰쳐나가는 방향일 일일히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영화 속 휴 잭맨 입장에서도 그때는 그런 결정이 최선이었을 수 있다. 고로 결론은 인간 자체가 찌질하다는 것이다. 물론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그런 찌질함을 극복하지 못한 채로 경솔한 행동과 후회를 반복하는 것은 사실이다. 덕분에 영화 후반부는 줄곧 짜증스러움이 밀려오기도 했다. 허리가 아파서 잘려고 눈을 감아도 잘 수 없었던 부차적인 요소를 더해서.
마지막으로 내 생각을 대변하는 네티즌들을 몇몇 감상평들을 꼽아보았다. 그것이 곧 나의 감상이니까.
영화끝나고 분위기 쩔었다. 드뎌 끝났구나 하고 말이지ㅋㅋ
도대체 로맨스인지 전쟁인지 모험인지 이거하다 저거하다 하나도 못건진 영화
도대체 주제가 머냐
지루함
광고문구에 속다니.. 억울하다.. 잘 속는 놈이 아닌데.. 육십평생 처음 속았다.
더불어 67년생으로 40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미모를 잃지 않은 니콜 키드먼은 역시나였다. 새하얀 피부와 나이를 잊은 몸매, 그리고 주름이 조금씩 생겨나긴 하지만 수려한 이목구비. 예쁜 배우다. 또 인정! 호주 태생이라고 하는데 이번 영화에서 호주 광고도 제법 잘해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