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Review] Boston Red Sox vs Oakland Athletics 야구2010. 9. 13. 01:53
존 래키 vs 브렛 앤더슨
존 래키가 6회까지 완벽한 피칭을 했다. 단 2개의 안타로 오클랜드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고, 에이스의 6회까지 이렇다할 득점 기회조차 갖질 못했다. 올시즌 득쑥날쑥한 피칭으로 완연한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는 래키지만, 오클랜드 킬러다운 모습이었다. 경기 전까지 에이스를 상대로 17승 4패, 방어율은 2.88이었다. 올시즌 한번 등판해서 6이닝동안 12안타를 허용하고 4실점한 것이 가장 부진한 모습이었다.
반면 브렛 앤더슨은 1회 1사 만루의 위기를 맞으면서 불안한 출발을 보였고, 3회에는 선두타자 스쿠타로에게 솔로홈런, 6회 캘리쉬에게 적시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7이닝동안 2실점으로 준수하게 호투했다. 어린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위기관리능력과 경기운영능력이 베테랑 못지 않았다. 다만 베테랑 드류와 오티즈가 결장하고, 대신 라인업에 들어선 보스턴의 유망주 타자들과의 승부가 좋지 못했다. 천적이었던 로웰을 2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꽁꽁 묶은게 호투의 원동력이었다.
선발의 높이는 앤더슨 쪽으로 기운다고 봤으나, 래키의 호투로 경기 후반까지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운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다. 6회까지 무결점 피칭을 선보이던 래키는 7회 갑자기 4안타를 맞고 무너졌다. 단 한번의 찬스에서 역전을 거둔 오클랜드 타선의 응집력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이다. 마크 엘리스와 라자이 데이비스에게 허용한 깨끗한 안타들은 모두 한가운데 패스트볼 승부로 실투에 가까웠다. 6회까지의 코너웍과 비교하면 투수구 90개가 넘어가면서 제구력이 다소 흔들린게 아닌가 싶다.
에이스의 8회말
7회말에 데릭 바튼의 2루타와 잭 커스트와 마크 엘리스의 적시타, 라자이 데이비스의 역전 3루타로 경기를 한순간에 3-2로 뒤집은 오클랜드는 8회초 비스로우가 1이닝을 완벽하게 막고, 8회말에 대니얼 바드를 상대했다. 보스턴 역시 경기를 리드하던 7회말부터 대니얼 바드가 출격 준비를 하고 있었다. 훌륭한 스터프로 커닝햄을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코코 크리스프와의 승부가 관건이었다. 줄기차게 파울을 날리며 타석에서 인내심을 보여준 크리스프는 결국 볼넷으로 출루했고, 볼넷머신 바튼이 그 여세를 몰아 연이은 볼넷을 얻어냈다. 바로 크리스프와 바튼의 더블 스틸이 성공하고, 커트 스즈키가 고의사구로 1루를 채웠다.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잭 커스트가 적시타를 날렸으나, 2루주자 바튼이 홈에서 아웃당하면서 1점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바튼의 홈 승부는 적절했지만, 세이프를 줘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여튼 그 아웃때문에 9회초 승부가 매우 흥미진진해졌던 셈이다. 8회말에 추가한 1점은 코코 크리스프의 활약에 힙입은 바가 크다. 리키 핸더슨의 도움을 받아서 그런지 크리스프가 최근 오클랜드 공격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앤드류 베일리의 존재를 감안하면 2점차 스코어는 오클랜드 입장에서 다소 여유가 있는 리드였다.
앤드류 베일리 vs 데이비드 오티즈
베일리는 9회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스쿠타로와 대니얼 나바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예상대로 타자들을 압도했다. 하지만 빅터 마르티네즈에게 던진 가운데 높은 패스트볼은 실투에 가까웠고, 역시나 마르티네즈는 그 공을 놓치지 않고 우측 펜스를 원바운드로 때리는 2루타를 만들어냈다. 이제 한방이면 동점 상황. 4번타자 애드레안 벨트레는 베일리의 슬라이더를 기가막힌 스윙으로 받아쳐 적시 안타를 만들어냈다. 로웰 타석에 들어선 오티즈와 베일리의 승부는 경기의 백미였다. 9회 2사 2루. 스코어는 4-3. 2-3 풀카운트까지 가는 치열한 공방전 끝에 결국 베일리가 승리했다. 바깥쪽 꽉찬 직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오클랜드의 현재와 미래
경기가 끝나고 환한 웃음으로 인터뷰에 응한 베일리의 첫 마디는 텍사스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4-2로 텍사스가 리드하고 있다는 말에 다소 실망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내 밝은 모습으로 남은 시즌과 내년시즌 팀의 청사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마운드에서는 강심장 클로저로 짧은 인터벌로 타자들을 압박해 나갔지만, 인터뷰에 응할때의 소년같이 해맑은 미소는 인상적이었다. 텍사스의 승리로, 오클랜드의 플레이오프 진출은 사실상 어려워졌지만, 후반기에 승승장구하는 '전통'을 계속 따르고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와 상관없이 마지막까지 승리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여주는 것이 좋은 결과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케이힐과 브렛 앤더슨, 댈러스 브래던과 지오 곤잘레스로 이어지는 영건 4인방의 존재는 내년을 더욱더 기대하게 만든다. 비록 타선이 선구안과 응집력이 좋지만, 빈약한 감이 없지 않다. 오프시즌동안 적절한 타선 보강이 이루어진다면, 내년시즌 서부지구 챔피언의 강력한 후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