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16. 22:46
픽사이야기, 데이비드 프라이스 도서2010. 8. 16. 22:46
픽사. 정말 놀라운 회사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그들의 열정도 놀랍고, 그런 결과로 탄생한 작품들도 놀랍다. 보다 일찍 픽사와 그 애니메이션들을 알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다. 일찍 알았더라면 내 삶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을 것도 같다. 벅스라이프나 인크레더블, 니모를 찾아서 같은 애니메이션을 접했지만, 사실 그 당시에는 그것을 제작한 회사가 픽사라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사실이 아니었다. 내가 애니메이션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오히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센티미터'였다. 실사와도 같은 섬세한 작화에 강한 인상을 받았었다. 인간의 손끝에서 그런 창조물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에서 '예술의 경지'를 체감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다른 창조물들에도 관심이 생겼다. 알고보니 그 전에 이미 많은 작품들이 만들어졌었고, 하나같이 놀라운 그 작품들의 뒤에는 항상 '픽사'가 있었다. 신카이 마코토도 픽사도, 그들의 넘치는 열정을 쏟아서 그들의 생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그 족적을 통해 개인적으로도 자기 만족을 했고, 또한 세상 사람들까지 감동시켰다면 더없이 보람찬 일이 아닐 수 없다.
'픽사이야기'에서는 픽사라는 회사가 설립되는 시기부터 디즈니에 인수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부터 영광의 시절까지 20여년간의 역사가 마치 하나의 영화처럼 펼쳐져 있다. 픽사의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픽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기분을 느낀다. 애니메이션의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감성과 유쾌한 언행은 단순히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가 아니라 작품을 만든 주인공들의 삶에 녹아있는 철학 같은 느낌이 든다.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책과 영화에는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방식,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 오랫동안 축척된 경험과 고민의 흔적, 지적 자산이 모여서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애니메이션의 기술적 정교함을 위해서 꾸준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완벽성을 기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미세하더라도 조금씩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회사든 개인이든 무형의 자산을 꾸준히 축적해나갈 필요가 있다. 회사라고 하면 인재관리나 프로세스 노하우, 서비스 밸류 등일테고, 개인이라면 자아계발, 인적 네트워크 등이 해당될 것이다. 토이스토리를 내놓고 벅스라이프라는 애니메이션을 내놓는데는 불과 3년밖에 안걸렸지만, 그것은 픽사가 토이스토리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서 투자한 10년이라는 시간이 합하여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축척된 자산과 노하우가 지금의 픽사를 만든 셈이다.
픽사는 컴퓨터 그래픽을 통한 3D 애니메이션 분야를 개척하고,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다른 애니메이션 회사들에게도 동기를 부여해주었다. 오랫동안 2D 애니메이션 세계에서 절대 강자의 자리를 지키던 디즈니도 3D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고, 드림웍스나 21세기 폭스와 같은 회사들도 부단히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 2-3년간 이들 회사가 시장에 내놓은 작품들을 보면 하나같이 완성도가 높다. 픽사가 만들어놓은 높은 '스탠다드' 덕분에 관객들은 질높은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셈이다.
애니메이션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인형, 자동차, 동물 등 다양한 존재들에게 생명과 언어, 사고를 불어넣는다는 점이다. 픽사는 스스로가 만든 애미메이션의 주인공들처럼 역경과 위기를 극복하고, 멋진 헤피엔딩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더불어 주인공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었던 것처럼, 내 삶에도 어떤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