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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4. 21:52

스케치북, 히라이케 요시마사 애니2009. 10. 4. 21:52

'아'라는 짧은 탄성은 귀여운 주인공 여자아이의 가장 매력적인 대사이다. 말을 하는 쪽보다는, 하지 않는 쪽을, 마주치는 쪽보다는 피해가는 쪽을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삼아 별볼일 없는 일상을 다룬 '치유계 애니메이션'이다. 어떤 비현실적이거나 판타지적 요소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입장이어서 '일상'을 소재로 삼았다는 말에 기대가 컸었다. 하지만 그 일상이 너무 '무미건조'하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랄까.

'허니와 클로버'와는 다소 성격이 달랐다. '허니와 클로버' 역시 일상적인 소재를 다루는건 비슷하지만, '스케치북'의 일상보다는 다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사랑, 아픔, 고민, 방황 등의 다양한 정서들이 버무러져 있다. 그 정서를 바탕으로 스토리가 구성되어 각 편마다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하지만 '스케치북'은 그저 길을 가다가 고양이를 만난다거나, 소풍을 갔는데 비가 오고 무지개가 생겼다거나... 문득 어떤 순간에 의미를 부여해볼 수도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무심코 지나치는 아주 사소한 일상이다. 극적 요소가 전혀 없는, 마치 바람한 점 없는 해수면을 바라보는 듯한 '무료함'이 뒤따른다.
 
평범한 일상을 사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 여자 아이는 꼭 만나보고 싶을 만큼, 호기심이 생기는 캐릭터다. 주변의 풍경을 담고 싶어 스케치북을 항상 제 몸의 일부처럼 달고 다닌다. 각 편의 인트로 주제음악이 흘러나오는 중에 보여주는 풍경은 이 애니메이션을 '몇 장면'으로 압축하고 있는 것 같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것 같고, 덥지 않을 만큼 따사로운 햇살이 머리카락을 어루만지고, 단잠을 충분히 자고 일어난 잠자리들이 논 둑위를 날아다니는 그런 풍경. 스케치북 안에 꼬옥 담아두고, 간직하고픈. 

사람들은 과장하여 말한다. 눈으로 보는 그 아름다운 풍경 속에는 우리가 느끼고 싶어하든 풀내음이 있고, 바람을 맞이하는 촉감이 있다고. 마치 눈을 감으면 그 풍경 속에 서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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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ri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