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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17. 17:07

사과, 문소리, 이선균 영화2008. 12. 17. 17:07

스포일링 주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봤을지 모르나, 또 스토리상 그다지 큰 호응을 얻지 못한 한국 영화지만, 난 공감이 갔다. 비슷한 경험 또는 비슷한 환경, 관심사 등등을 공유하고 있다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감정의 흐름들을 잘 따라다녀볼만도 하다.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제 결혼에 대해서도 한번씩 생각하게 된다. 결혼이라는 것에 얽매이지도 않고, 또 그것은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느 때면, 어짜피 할 것이라면 남들이 하는대로 따라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슬몃 고개를 든다. 무엇이 정답인지, 결혼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그 평생의 인연이라는 것을 어느 시기의 순간에 나의 판단으로 확신할 수 있는지, 어느 것 하나도 분명하지 않다.
 

내가 보는 영화 '사과'는 연애와 결혼을 비롯해 가족의 해체과 형성이라는 다소 진부할 수 있는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지만, 연기파 배우이자 또 밉지 않은 배우 문소리의 열연으로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애매한 느낌들도 있었고, 나의 경우와 대비해서 크게 공감하는 면도 있었다.  

보통 우리들은 누구랑 결혼하느냐가 중요하고, 결혼할 사람은 정말 잘 만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떠한 절대적인 인격을 논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즉,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나 누구보다도 더 괜찮은 사람이라는 게 물론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일면 객관적인 조건이 더 중요한 팩터로 작용하게 되고, 그 외적인 면을 제외한 내면, 성격이나 마음씨 등은 좋고 나쁨으로 규정짓기가 모호하다. 지야 누나의 말처럼 상대방의 행동양식과 사고방식을 내 입장에서 어느 정도까지 이해할 수 있고, 용인할 수 있느냐이다. 달리 말하면 내가 어떠한 자세를 취하고 있느냐에 따라 이해하고 용인하는 폭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은 여러가지 형태로 변하게 된다. 아이가 생기는 등의 환경 변화를 겪게 되거나 현실을 달리 보게 된다면. 허영이 심했던 사람이 검소해질 수도 있고, 고집스러운 사람도 일면 융통성이 생길 수도 있는 부분이다. 선천적인 면 만큼이나 후천적인 환경이 인격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그 녀석이 그 녀석이다. 범위를 조금만 넓게 잡으면, 모두가 생각하는 바에 큰 차이가 없다면 그 환경이 절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고, 절대적으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게 된다. '남자들은 다 똑같애'라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관점에서 보면, 결혼의 조건으로 돈을 보고 직장을 보고, 집안을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남자들이여, 돈을 쫓는 여자들을 속물이라고 하지만, 성격과 마음을 먼저 보아야 한다고 하지만 과연 자신하는가? 성격과 마음이 스스로 비교우위에 있다고. 역으로 돌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이쁜 여자보다는 착한 여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 역시 허용 또는 용인의 범위와 성격의 차이 정도로 판단할 문제이다.

하루에도 여러번 변하는 것이 요즘 나의 생각이라, 이것 또한 내일의 나의 마음일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 조금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알아가듯이, 그렇게 내 마음의 영역도 하루가 다르게 확장되어 나갈테니까. 어쨌든 나이가 나이인 덕분에 이런 영화도 재미있게 보게 되는 날이 왔다.
 

문소리. 데뷔가 늦은 탓인지 알아왔던 시간에 비하면 지금 꽤 나이를 먹었다. 예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니지만, 그 이상의 매력을 지닌 배우라고 생각한다. 가깝지 못해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지만, 노력하는 배우, 생각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영화 산업도 영화 산업이지만 그런 배우가 많아야 우리의 미래도 밝다고 믿기 때문이다. 문소리 주연의 영화를 제대로 본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다. 주로 영화가 아닌 다른 매체를 통해서 접했다. 영화 속 문소리는 하얀 피부 덕분인지 순수함을 가진 젊은 시절과 세련된 커리어 우먼의 시절이 모두 잘 어울렸다.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피부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하는데, 그 결실이 있어 보였다. 그것 역시 부단한 노력의 산물이고, 또 배우이자 탤런트로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그 이야기에도 공감이 갔다. 항상 생각하는, 아름다운 배우로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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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ri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