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열한 거리, 조인성, 이보영 영화2007. 12. 16. 23:35
우울, 그리고 또 우울
오랜만에 쉬이 빨려 들어간 한국영화다. '서툰 연기의 미학'을 보여주는 것만 같은 조인성의 연기가 나름 감칠맛이 나는 영화다. 그 어리숙함이 왠지 조폭이나 건달과 같은 역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러만큼 있는 그대로 인간적인 향기를 푹푹 내뱉는 그런 영화이다.
영화 속 인물에 대한 그러한 기분좋은 호감을 팍팍 뿜어대고 있는 상태에서 접하기엔 영화 속 이야기가 너무도 원하는 방향대로 흐르지 않았다. 감독 나름대로 보여주고 싶은 자신만의 철학이 있었을테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는 왠지 기분이 나쁠 정도로 씁쓸했다. 영화 속 병두에게 먼저 의리를 저버린 민호를 철저히 복수하고 응징하는 것을 그렸는데, 영화의 결말은 완전히 맥을 달리했다.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것은 '냉엄한 현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왜 영화 속에서마저 우리는 그러한 현실의 '어두운 면'에 공감을 해야만 하는가..?
영화 속에서 병두는 현주가 자신이 무섭다는 이야기를 듣고 온 후 민호 앞에서 눈물을 보인다. 열심히 살려고 발버둥을 쳐도 결국 나아지는 게 하나 없다고 한탄한다. 병두의 그 이야기처럼 결국 영화는 줄곧 그 우울한 동선을 따라간다.
조폭과 사투리, 대중매체의 왜곡
유하라는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영화의 재미를 위하여 아무 생각이 없었겠지만, 그 아무 생각이 없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랄까. '사투리'는 곧 폭력적이고, 저급하다는 것처럼 동일시하는 공식이 그대로 적용이 되었는데, 으레 조폭 영화들이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점에서 일면 넘겨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병두는 사투리를 쓰는 인물로 그려진 게 아니라, 희귀하게도 '건달짓'을 할때만 사투리를 쓴다. 더불어, 모든 건달들은 하나같이 같은 사투리를 구사한다. 특정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생각할수록 머리아프기 때문에, 신경쓰고 싶진 않지만, 몹시 거슬렸기 때문에 몇자 적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