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비밀, 주걸룬, 계륜미 영화2008. 1. 13. 18:33
1. 요즘따라 참 음악에 관련된 영화나 공연을 많이 보는 것 같다. 더불어, 음악도 다른 때에 비해 많이 듣게 되는 시기이고, 또 음악을 듣는 것을 여느때보다도 즐기는 시기이고, 바야흐로 음악으로 인생을 즐길만한 나이가 된 것일까ㅎ. 영화 속 피아노의 선율과 (또 어느 지역을 배경으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풍경이 마음에 와 닿은 동화같은 이야기였다. 영화를 보는 중간에 첫사랑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몇몇 일본 애니메이션과 맥을 같이 한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물론 내가 보았던 몇몇 일본 애니메이션들은 별다른 갈등이나 클라이막스 없이 잔잔하게 스토리가 마무리되었지만, 이 영화는 극적인 반전을 통해서 재미를 끌어올린 셈이다. 영화는 그렇게 만화같은 전반부와 갈등이 고조되고 해결되는 후반부로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극중 주인공인 주걸륜이 계륜미의 실체를 파악하는 그 순간부터.
2. 피아노를 소재로 하는 영화답게 '쇼팽'의 음악과 이야기가 중간중간 등장한다. 덕분에 지금도 쇼팽의 음악을 틀어놓았는데, 병약한 몸으로 짧은 생애를 살다간 예술가답게 그의 음악에서도 외풍에 쉽게 날아갈 것만 같은 가녀리고 섬세한 정신이 드러나는 것만 같다. 쇼팽의 생애를 검색하던 중에, 그가 조용하고 내성적인 사람이라는 것과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아내와 9년동안 지내면서 결혼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3. 주인공 주걸륜이라는 대만 배우는 원래 가수라고 하는데, 연기뿐만 아니라 이 영화의 감독을 맡았다는데서 한번 놀랬다. 그의 나이가 젊음에도 불구하고. 더불어, 그와 호흡을 맞춘 여배우 계륜미. 청순한 미소가 영화전반에 걸쳐 아름답게 빛났다.
4. 주걸륜은 빠른 템포의 피아노 연주를 통해서 20년전의 과거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살아 있었다? 영화 전체가 비현실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에, 그 생각도 무의미하기에 접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