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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블로그도 못했고, 사실 책도 별로 읽지 못했다. 지난해 6월부터는 바쁜 시간을 보냈다. 더불어 해외에 나가 있는 시간도 많아서 여유도 없었고,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갖지 못했다. 그다지 나에게는 이로울 게 별로 없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좋은 경험을 했고, 내 미래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좋은 계기가 되었다. 삶도, 그리고 나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를 섣불리 단정할 수없지만, 미래를 준비하면서 현실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서머싯 몸의 소설 3편을 오랜 시간을 두고 읽었다. 면도날 스토리는 가물가물하다. 달과 6펜스는 화가 고갱을 모델로 한 소설인데, 고갱의 실제 모습을 알 수 없어서 판단하기 쉽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너무 미화되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실제의 생은 가족과의 불화와 성격적인 결함 등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소설에서는 모든 것이 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처럼 그려져 있다. 서머싯 몸은 '인간의 굴레에서'도 인간이 가지는 감정에 대해서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하면서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삶에 대해서 관대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삶들은 모두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셈이고, 그렇게 태어난 각각의 개인들은 '별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굴레에서'를 읽으면서, 물론 과장된 면이 있지만, 주인공 필립이 나 자신과도 닮아 있음을 여러번 느꼈다. 스스로가 불구로 태어난 나머지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 필립은 닥쳐오는 현실의 굴레를 매번 힘겹게 극복해 나가는 인물이다. 자존심이 매우 강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어려움을 쉽게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이 이끄는대로의 삶을 동경하지만, 결국은 현실 속의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러면서 결국엔 자족하는 법을 배우면서 그 자리에 머물게 된다.

책을 덮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결국 필립이 가장 현실적인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는 결론을 내린다는 것과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작가의 차가운 시선이다. 필립은 마음이 이끄는대로의 자유로운 영혼과 삶을 계획하지만 결국엔 평범한 현실에서 행복을 찾게 된다. 마지막 밀드레드에 대한 버리지 못한 미련을 암시하는 부분도 결국 현실의 울타리 안의 감정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가난의 고통에 신음할때 필립이 삶에 대한 관조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행복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론을 결국 빙빙돌아 제자리, 결국 현실의 그 자리를 돌아온 셈이다. 

다른 하나는 하층민들에 대해 작가에 대한 시각인데, 하층민들이 그 생활을 삶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살아간다는 부분이다. 책을 읽으면서 하층민들의 생활의 질을 끌어올리지 말아야 한다는 말인가.. 하고 의아함을 가졌다. 그들이 선택한 삶이 아닌, 사회로부터 내몰리고, 현실로부터 강요받는 그런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최대한 없애는 것이 공동체의 지상 과제다. 나 역시 '가치가 없는 존재'에 대한 맹목적인 대우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전체를 일반화하여 사회의 차가운 구석에 고립시킬 필요는 없다.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개인의 신분질서인냥 혼돈해서는 곤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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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ri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