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운명, 황정민, 전도연 영화2007. 12. 24. 23:47
황정민, 전도연...
나는 이제부터 이 두 사람을 위대한 국민배우로 인정하련다. 본 영화 또 봐도 도무지 제목과 주인공을 제외하면, 술먹고 필름을 잃은 사람처럼 헤롱헤롱대는게 이번의 경우엔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2년전에 극장에서 본 영화였지만, 난 집에서 혼자 본 두번째 시청에서 더 큰 감동을 받았다. 두 배우의 눈물겨운 연기력과 조연들의 적절한 존재감 등으로 인해 영화가 빛이 났다.
소설과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간접 경험이자 대리만족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스스로 가슴아픈 사랑을 하는 것보다는 가슴아픈 사랑을 다룬 소설과 영화를 보면서 간접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훨씬 마음편한 일일지도 모른다. 스스로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은 보기보다 힘이 드니까.
생기발랄함이 묻어있는 전도연의 모습은 흡사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전반부를 연상시킬 만큼 매력이 있었다. 그녀가 보여주는 말투와 표정은 배우로서, 또 한 여자로서 충분한 매력을 가진다. 전도연이라는 배우를 알게 된 후 처음으로 '너는 내 운명'이라는 영화를 통해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배우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황정민은 아마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많이 접해보지 못했고, 두 영화에서의 느낌도 비슷했던 것 같다. 우직한 '소' 같은 배우랄까. 어울리는 배역을 맡은 셈이다.
극중 '석중'의 어머니 역할로 나오신 나문희님의 연기도 보기 좋았다. 특히나 감옥에 있는 전도연을 면회했을때, '아프냐'고 물었을때의 느낌... 참 좋았다. 석중의 어머니로써 어찌 인간적인 고뇌가 없을 수 있겠냐만, 좀더 영화스럽게 극중 '은하'를 걱정해주는 편도 괜찮을 뻔 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
영화나 드라마라는 것이 현실보다 훨씬 과장되기 마련이지만, 드라마 '고맙습니다'를 통해 에이즈에 걸린 어린 소녀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막상 그러한 현실 앞에, 즉 주위의 누군가가 그런 환경에 처해보지 못한 탓에 무어라 호언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그래도 조금은 사회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 처지를 동정할 수 있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