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1

« 2025/1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2009. 8. 17. 17:31

결혼 못하는 남자, 지진희, 엄정화 방송2009. 8. 17. 17:31

초식남. 요즘 유행하는 단어 중 하나다. 초식남이 늘어나고 있고, 인기가 많다고 한다. 연애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고, 밑도 끝도 없는 '자기애'를 발휘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펼치는데 주저함이 없는 경향이 있다. 일본의 여성 컬럼니스트 후카사와 마키가 명명했다고 한다. 과거 남자다움을 상징하는 '육식'과 대비되는 단어로써 '초식동물'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초식남과 짝지을 만한, 여성에게 명명해줄 수 있는 말로는 '건어물녀'가 있다고 한다. 사회에서는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으로 인정받으나, 정작 그 외의 시간에는 집에서 맥주나 마시며 쥐포, 오징어를 뜯는다는 의미이다. 

초식남과 건어물녀는 결코 갑작스럽게 유행처럼 등장한 단어는 아니다. 시대의 흐름이기도 하고, 하나의 문화기이기도 하다. 이제 기술문명에서 우리의 뒤를 밟고 있는 여러 국가들에서도 똑같은 현상을 겪을 것이다. 앞세대와의 가치관 구분을 분명히 하면서, 똑같은 책임을 도맡음으로써 앞세대의 힘겨운 삶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도 내재되어 있을 것이다. 더불어 '천상천하 유아독존'. 자기 자신에게 좀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는 사회적 트렌드와도 결부된다. 

비록 일본의 드라마를 그대로 차용해오긴 했지만, '결혼 못하는 남자'에서의 지진희는 결코 인기도 없고, 무능력한 찌질이가 아니다. 누가 봐도 번듯한 직업과 허우대, 때론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다른 사람의 어려움 앞에서 쩔쩔매지만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손가락질을 받고, 잘 어울리지 못할지 모르지만, 나만큼은 그런 사람과 잘 어울릴 수 있고, 또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성격 장애'만이 그의 유일한 단점이지, 그것만 고쳐진다면 '세상에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가 된다. 그래서 초식남 지진희는 인기가 많다. 직업도 변변치 않고 능력도 없는 녀석들이 아무리 좋다고 들이대면 뭐하나, 어디 내놓기도 초식남은 번듯하니 마음에 든다. 워낙에 이성에 관심이 없는 축이라 한눈 팔 염려도 없고, 그럴듯한 거래인 셈이다. 

한번 언급한 적이 있듯이,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 역시 초식남의 한 단편이다. 자신의 관심사에만 열중을 하느라 다른 사람들과의 인관관계는 뒷전이다. 차이가 있다면, 강마에는 다소 권위적이면서 카리스마가 있고 반듯하다. 반면 지진희는 자유분방하며 무언가 나사가 빠진 것처럼 어리숙한 면이 있다.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를 지향하고, 실제로 그만큼 인정을 받는다. 비인간적이며, '성격 장애'라고 비난들을 해대지만, 초식남에게 따뜻한 눈길 한번 받으면 거절하기 어렵다. 그것이 초식남의 매력이기도 하다. 

아침에 어떤 잡지에서 '초식남'과 '육식남'을 비교하며 뭐든지 극단으로 치우치면 좋지 않으니 '잡식남'이 되라고 충고했다. 두 부류의 특성을 잘 비교해 놓아서 흥미로웠다. 준비성이 철저하고 자신의 계획에 철저하게 생활하고자 하는 초식남과 다소 대충대충이면서 극한의 융통성을 보여주는 육식남. 적절히 중용의 묘를 발휘해야만 한다.   
:
Posted by retri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