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Sixty Nine, 무라카미 류

retriever 2008. 10. 10. 01:19
신기하게도 너무도 재미있다는 추천을 받았고, 별 재미없이 읽고 경민이에게 넘겼다. 어떤 반응을 할지 자못 궁금하다. 좀 야시시한 제목과는 달리 내용은 과거의 추억을 소재로 해학적이면서도 담담하게 지난 시간을 풀어갔다. 책이든 방송이든 생활이든, 나는 재치가 좋다. 더불어 책에서 종종 만날 수 있는 기가막힌 표현, 그리고 번뜩이는 기치, 해학적인 요소 등등은 언제나 즐겁다. 'Sixty Nine'에서도 종종 그러한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양귀자의 '희망', 은희경의 '새의 선물' 이나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와 같은 1인칭 독백의 회상이나 성장 소설은 언제나 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듯한 착각을 주어 공감을 하게 된다. 그 누구의 인생도 아닌, 우리 모두의 인생이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또 안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남의집 불구경 하듯 먼발치에서 구경할 수 있는... 이러면서도 저런, 저러면서도 이런 소설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이나 '새의 선물'이 가져다주는 몰입감을 느끼지는 못했다. 같은 이야기라도 어떤 방식으로, 또는 어떤 표현으로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바, 다소 무의미한 전개라던가, 지나치게 축약적인 표현, 시니컬하지 못한 그저 담담한 표현만으로는 충분한 자극을 주지 못한다. 그러다가는 자칫 스스로만이 공감할 수 있는 일기장의 낙서 정도의 수준밖에 안된다. 물론 'Sixty Nine'이 그 정도로 형편없다고 판단하는 바는 아니지만, 점수를 깎아먹은 것만은 사실이다. 물론 주관적인 판단이니 오해없길.

일탈이라고 느껴지는 일련의 행동들이 통쾌감이나 기발하다고 느껴지기엔 다소 엉뚱한 느낌에 용인되는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어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청소년기 시절에 으레 있을 수 있는 이성에 대한 산뜻하고 애틋한 마음도 공감할 수 있을만큼 적절하게 묘사된 것 같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