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화폐전쟁, 쑹훙빙

retriever 2010. 8. 1. 21:58
최근 세계 경제를 바라보고, 또 중국 경제를 걱정하는 중국 경제학자들의 책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중국이 향후 미국을 위협할만한 경제 대국 또는 세계 패권국가로 성장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 경제학자들의 여러 시선들은 대개 중국 내부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 '화폐 전쟁'에서 저자 쑹훙빙의 논조는 자본을 거머쥐고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세력들이 누군지 명확하게 파악을 하고, 그에 대비해서 중국 경제를 그들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화폐권력을 미국으로부터 빼앗아와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것은 곧 중국의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삼자는 이야기인데, 현재 기축통화인 달러의 힘이 미국을 지탱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절대 통화가치로서의 위상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금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고, 전쟁이 끊이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도 답을 주고 있다. 

인류는 오랜 역사를 거쳐 왔지만, 그 오랜 시간동안 지구상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 날은 아주 미미하다고 한다. 인류가 보다 진보했다고 믿어지는 현대 사회라고 해서 더 평화롭고 화목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명을 대량으로 살상할 수 있는 위협적인 무기들의 생산을 부추겨서 결과적으로 대규모 전쟁이나 참사를 야기한 면이 없지 않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여러 속성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도 할테고,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근절되지 않을 것만 같은 '도돌이표'다. 그러한 가정에서 출발을 하다보면, '화폐전쟁'에서 제시하고 있는 일면 음모론과도 같은 주장은 나름 일리있는 면이 있다. 누구나 인간이라면 그럴 수 밖에 없다는 당연한 가정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통화량'에서 시작해서 '통화량'으로 끝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러고보면 세상에서 가장 생기지 말아야 했을 분야가 바로 '금융'이 아닌가 싶다. '금융'이라는 것이 탄생함에 따라 사람들은 이제 정직한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었다. 노동을 해서 가치를 창조하는 것보다 '금융'을 통해서 자본의 가치를 부풀리는 것이 훨씬 더 생산적인 일이 되었다. 더욱이 '금융'은 극단적으로 빈부의 격차를 유도하는 면이 있다. 소수 자본은 항상 거대 자본의 먹이가 된다. 그것은 주식시장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거대 자본은 자본의 움직임을 통해서 얼마든지 소수자본을 먹어삼킬 수 있다. 성공한 소수 자본은 얼마나 거대자본의 뒤꽁무니를 잘 쫓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외국인 투자 성향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투자하라고 개미투자자들에게 주문하는 것은 바로 그런 점을 염두해둔 권유인 셈이다. 책에서도 '자본'과 '금융'을 지배하는 자들의 속셈을 면밀히 드러내고 있다. 금본위제의 화폐 제도에서는 통화 팽창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이른바 '돈 놓고 돈 먹기' 장사를 할 수가 없다. 따라서 통화를 팽창시킴으로써 현재 시중의 화폐 가치를 하락시키고, 또다른 작전을 통해서 시중 자본을 흡수하는 작전을 취한다. 신자유주의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현대의 자본주의는 마냥 '저축'을 통해서 자산을 축척하는 개인들을 비웃고, 자꾸만 그들을 '금융'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거대 자본은 먹이를 노리고 있다가 기회가 왔다 싶으면 맹공을 퍼부은다. 저자 쑹훙빙은 일본의 버블 붕괴와 아시아의 경제위기 모두 그런 의도된 시나리오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나라와 또 세계의 일부 지역의 경제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들로 인해서 때론 흥하고 때론 침체하기 마련이지만, 명확한 자본의 속성과 실체를 논거로 제시하다보니  저자의 주장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역자는 책의 서문에서 저자의 말을 반만 믿고 반은 버리라고 한다. 즉, 절반은 사실이고, 절반은 소설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모든 이야기들이 미리 정해놓은 시나리오처럼 척척 아귀가 맞는 것은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자본주의의와 거대 자본의 속성에 대해서는 꼼꼼하게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인간과 자본의 이기적인 속성을 고려하면, 그 주체가 누가 되었든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현대 자본주의에서도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일 것이다. 과연 경제라는 것이 절대적인 '시장의 힘'에 좌우되는 '인간의 의지 그 너머의 영역'에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몇몇 소수 거대 자본을 거느린 '인간의 의지'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인지 의아할 수 밖에 없다. '소수자의 의지'에 따라 변하고 달라지는 것이 경제라면, 바라보는 관점부터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제'라면 일가견이 있는 '엘리트'들을 중심으로 경제 정책이 만들어지고, 나름 '금융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미래의 시장을 예측하느라 여념이 없지만, 과연 그들도 한낮 '자신의 운'에 의지하고 있는 것일 뿐일까. 한때 주식도, 펀드도, 부동산도 '지적 우위'의 바탕 위에서 훨씬 성공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것만도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