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사이 & 주식매도
사랑과 우정사이, 피노키오
집에 들어가는 길에, 또 아침에 출근하는 길에 계속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사이'만 들었다. 원래부터 좋아하는 노래였지만, 그냥 리듬과 가사가 좋은 느낌이 들어 계속 들었다. 고인 물처럼 약간은 정체되어 흐트러지고 있는 요즘의 나의 일상이다. 이러한 무기력을 돌파할 무언가를 찾지 못한채, 계속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 새로운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지 못하면 스러지는 기업처럼, 나 자신도 생산적인 일에 계속 몰두해야만 하는 것 같다.
머리를 쓸어올리는 너의 모습 시간은 조금씩 우리를 갈라놓는데, 어디서 부턴지 무엇 때문인지 작은 너의 손을 잡기도 난 두려워.. 어짜피 헤어짐을 아는 나에게 우리의 만남이 짧아도 미련은 없네. 누구도 널 대신 할 순 없지만, 아닌걸 아닌걸 미련일뿐. 멈추고 싶던 순간들, 행복한 기억.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던 너를, 이젠 나의 눈물과 바꿔야하나, 숨겨온 너의 진심을 알게 됐으니.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날 보는 너의 그 마음을 이젠 떠나리, 내 자신보다 이세상 그누구보다 널 아끼던 내가 미워지네~.
노래 가사를 두고 예전에 친구랑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누가 누구에게 우정이며, 누가 누구에게 사랑인지에 대해. 당연히 사랑보다는 우정에 가까운 상대방의 마음을 알게 되어 그런 관계가 싫어 노래 속 화자가 떠나는 스토리라고 나는 이야기를 했고, 친구는 반대로 친구와 같은 사이로 지내는 중에 상대방이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느끼게 되면서 멀리 하게 되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때는 그 말도 꽤 일리가 있다고 생각을 했으나, 다시 들어본 결과 역시 내가 옳은 것 같다ㅋ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마음은 내 자신이 아닌 '날 보는 너의 그 마음'인 것이다. 여튼 사랑과 우정 앞에서 고민하고 번민하는 순수한 영혼을 만날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수학 공식처럼 뚜렷한 정답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게 또 삶이다.
별개로 피노키오라는 이름이 참 마음에 든다. 달따냥, 돈키호테라는 이름들도 독특하면서 정감이 가는 이름이다. 누구나 그런 사소한 것들에 대해 기호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뭐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
보유주식 매도
가지고 있는 모든 주식을 매도해서 자유의 몸이 되었다. 주식을 시작한 1월 이래 모든 보유주식을 매도한 적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조급한 마음 때문에 그동안 현금화시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단기매매로 어떤 성과를 올릴 수 있을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글쎄, 지금까지 배운 것이라곤 주식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과 이런저런 시장에서의 매매 경험일 뿐이다. 수익을 올리는 것만큼이나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기도 하고. 무리한 욕심을 부리면 안된다는 사실도.
오늘 매도한 결과가 내일 어떻게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생각대로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더 인내했어야 했었을 수도 있고, 진작에 팔아야 했었을 수도 있다. 시장 전체를 봤을때 기관과 외국인이 매수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수급이 쉽지 않다. 미국 시장이 긍정적인데도 불구하고, 코스피가 답보하는 이유다. 만약 미국시장이 떨어진다면. 그럼 코스피는 폭락이다. 물론 그런 예상이 빗나가게 된다면, 역시 주식시장은 한 레벨이 더 높은 것이다. 아직 시장의 펀더멘탈이 견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기적인 상승을 추세상승으로 보기가 어렵다. 한번더 저점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최저점 돌파에 대해서는 쉽게 이야기를 못하겠다. 여튼 내 생각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역시 주식시장의 무서움을 한번 더 경험하기는 했지만, 이번 대우조선해양의 매매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 여러번 참았고, 또 작게나마 수익도 있었다. 어짜피 처음부터 수급을 보고 매매를 결정하려고 했었다. 오늘 아침의 출근길만큼이나 기대가 컸던 날도 없었는데, 그렇게 생각처럼 또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재미없는 일인가. 지능로봇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경험치를 쌓아가고, 또 영리해지고 있는 나다. 누가 결국 웃게 되는지 끝까지 한번 나가보자.
출근길에서
아침마다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한다. 딱히 별일이 아니라면 EBS라디오에서 하는 모닝스페셜을 듣는다. 물론 오늘 아침에는 음악을 들었지만. 그나마 출퇴근 거리가 가깝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 오늘 아침에 버스에서 음악을 듣다가 창문밖을 바라보니 어떤 할머니가 비둘기들에게 과자 같은 것을 던져주면서 앉아계셨다. 그리곤 많은 비둘기가 모여들어 먹는 것을 지켜보다가 한손에 지팡이를 쥐고 일어나셔서 걸음을 옮기셨다. 그 걸음에는 할머니께서 살아오신 세월이 묻어 있었다. 왠지 그 걸음이 불편해 보였고, 외롭고 쓸쓸하게만 느껴졌다. 버스 안에서 창문밖 풍경 중에서는 유독 그런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특히 겨울에 이른아침 노점상을 열고 계시는 할머니들의 모습에 눈길이 머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건널목 건너편에서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젊은 여자분이 시야에 들어왔다. 젊음은 싱그럽고 아름답다. 묘한 대비. 안타까운 마음. 내일 당장 많은 나이를 먹어버릴 사람처럼 씁쓸한 마음에 사로잡혔다. 분주한 아침 출근길 속에 두 사람만이 정지영상처럼 내 시야에서 한동안 머물러 있었다. 메멘토 모리. 하지만, 세월을 거스를 수 없어 슬픈 것이 또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