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케이블방송] 총각, 연애하다

retriever 2009. 1. 13. 14:05
역시 막장 케이블방송. 친구이야기에 혹해서 한번 보게되었는데 어이없는 마음에(?) 계속 보게 된다. 결과야 뻔하지만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지, 어떤 사람들이 등장하는지 궁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뭐 도저히 이루어지지 않을 조합을 구성한 다음에, 아마도 일반인이 아닐지도 모르는 여자들을 섭외한 후에, 그래도 혹시나 잘되어버릴 소지가 있을까봐 말도 안되는 엉뚱한 이벤트를 시키는 전략을 세웠다. 이래저래 말도 안되는 조합이 잘되기라도 한다면, 그것을 본 시청자들의 실망은 얼마나 크겠는가. 34세의 이발소 아저씨를 데려다가 22세의 여자분과 매칭을 시킬때는 정말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이러한 어이없는 실소가 바로 제작진이 노리는 고도의 전략이었는지 모른다. 어떤 식으로든 시청률만 높이면 되기 때문에.

보통 첫인상은 그 사람에 대한 호감도를 좌우하는데 70% 이상의 비중을 갖는다고 이야기한다. 더욱이 소개팅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미 외모를 제외한 나머지 조건들에 대해 알고 있는 상태에서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첫인상이 거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이 프로에 소개팅녀로 등장하는 여성분들의 대부분은 바로 보자마자 인상을 마구 찌푸린다. 주선자에 대한 분노까지 폭발을 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별볼이 없는 상대 남자들을 더욱더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더욱더 소개팅남들이 난처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제작진에서 요구하는 이벤트. 첫만남에서 손잡기, 키스, 고가의 선물, 부모님께 인사, 하룻밤 보내기 등 준수한 청년으로서도 도저히 성공하기 힘든 이벤트를 요구한다. 그것이 잘되게 하기 위한 특효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어쨌든 그것이 소설이든, 고도의 전략이든 나와 같은 시청자는 그런 드라마가 재미있다. 그것이 실제 상황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어떤 식으로 이야기해도, 그것은 현실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으며 어떤 면에서 우리들의 안타까운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연애가 아니라면 다른 부분에서는 나름 내세울만한 사람을 데려다가 한껏 혼을 내고, 시청자들은 마치 개그 프로를 보듯 소개팅남을 비웃고 조소한다. 좋은 사례를 보여주는 것보다 나쁜 사례들을 보여주는 '네거티브 전략'으로 '쯧쯧, 저런 놈도 있구나' 혹은 '나는 양반이구먼' 이라고 근거없는 희망을 준다. 포지티브건 네거티브는 어쨌든 결과는 같다. 전략을 잘 세웠다.

여튼 그러다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볼 필요도 없어졌다. 대충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어떤 인물들인가만 확인을 하고, 소개팅녀의 표정만 확인하면 상황 종료. 주선자에게 어떤 식으로 분노를 표하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나중에 두고봐' 부터 시작해서 '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니..', '지금 당장 와'라고 솔직하게 하는지, 아니면 '성격은 좋은데 내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라고 완곡하게 하는지. 그나저나 정말 이벤트에 성공을 하면 천만원을 주긴 하는걸까. 그런 모욕과 챙피를 감수하면서 일반인이 굳이 참여한다고 한다면, 그 돈에 눈이 어두운 것이 분명하다. 못생긴 자들은 가라~, 어쨌든 잘나고 이쁜 사람들만이 브라운관을 장악하는 외모 지상주의의 이 시대에 잘난 사람들을 거부하는 프로가 케이블방송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다고 위안을 삼아도 되는걸까.

공부만 하고 살아왔다는 멘트에서 왠지 남자의 능력과 여자의 외모를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차라리 현실을 마구 드러내려고 한다면 진정 돈이 많고 능력이 있지만 스타일은 엉망인 남자와 능력없는 빈 깡통이지만 외모가 출중한, 더불어 어린아이가 아닌 결혼을 염두할 만한 나이의 여자를 만나게 해보는게 낫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