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관의 '고래' 중에서
곧 미사일론에 대한 반박이 뒤따랐다. 전쟁을 겪어보지도 않은 노파가 어떻게 미사일을 아느냐는 거였다. 귀신이기 때문에 모르는 게 없다는 해명에 대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지 말라는 반박이 나왔으며, 뒤이어 어따 대고 선배 앞에서 그따위 개소리를 하느냐는 성명이 발표되자, 너 대학 어디 나왔냐는 질문이 나왔고, 이 씹새야 어딜 나온 게 무슨 상관이냐는 반론이 제기되자, 저 새끼, 싸가지 없는 건 학교 다닐때부터 알아봤다는 인물평과, 저 새끼는 학계에서 완전히 매장시켜버려야 된다는 매장론이 뒤따랐으며, 선배 무시하다 뒈지게 맞고 피똥 싼 놈 많다는 협박과, 누군 씹할 고스톱 쳐서 학위 딴지 아냐는 고스톱 학위론, 그럼 씹쌕꺄, 미사일이 아니면 도대체 뭐냐, 뭐긴 뭐야, 색꺄, 니 애비 좆이라니까, 라는 식으로 반박이 줄줄이 이어지며 논쟁은 점점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어 갔다. 이후에도 불기둥 논쟁, 남쪽 논쟁, 검불 논쟁 등 논쟁의 범위가 점차 확대되어 공수논쟁은 그해가 다 가도록 끝도 없이 지루하게 이어졌다.
- 천명관의 '고래' 중에서 -
원혼을 달래려는 굿을 하다가 무당이 내뱉은 공수를 두고 두 학파가 벌이는 논쟁의 마지막을 묘사하고 있는 장면이다. 두 학파의 주장도 주장이지만, 해답이 없는 일견 소모적인 논쟁에 항상 뒤따르는 '개판'의 모습을 참으로 인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토지를 다 읽기를 기다렸다가 부푼 기대를 안고 집어든 책이다. 이미 한달 전쯤 구매를 했고, 회사에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었다. 이미 '유쾌한 하녀 마리사'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고래'에서도 비슷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아직 책의 중반부를 읽고 있다. 읽다가 너무도 재미있는 부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남겨둔다. 이런 걸 두고 무어라 해야할지. 현실에 대한 기가막힌 풍자와 해학이라고 해야할까. 참 글을 잘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의 법칙이었다'로 되풀이되는 화법은 알게모르게 중독성이 있다.
남은 이야기는 책을 다 읽고 난 후에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