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짧은 고민에서 풀려난 홀가분함

retriever 2009. 12. 11. 20:20
*
'알송'을 플레이시키니 처음 흘러나오는 노래가 하림이 부른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이다. 겨울에 들으면 마음 시리면서도 왠지 포근한 느낌이 드는 노래이다. 한때의 힘든 시간들을 겪었을 테지만, 그 아픔을 가다듬고 담담하게 되돌아보면서 지난 감정의 '부질없음'과 미래의 '축복'을 빌고 있다.
 
가끔 서운하니, 예전 그 마음 사라졌단게 예전 뜨겁던 약속 버린게 무색해진데도 자연스런 일이야

솜처럼 허약해 바람만 불어도 날아가버릴 것만 같은 우리들의 젊은 마음은 세월을 넘고 넘으면서 바위처럼 단단해져 고집스러워질 것을 안다. 스스로 마음을 부여잡지 못해 눈물을 흘리고, 슬픈 외침을 토해내던 시절들의 아픈 상흔과 쓰라린 기억 때문이리라. 경계하고 또 경계하다보니 어느덧 둥글둥글해져 어떤 풍파해도 끄덕하지 않는 볼품없는 바위가 될지도. 

** 
나의 삶과 미래에 대해서 여러 작은 고민들을 늘어놓아 보는 요즘이다. 그러다보니 저녁을 먹으면서 가볍게 들이키는 반주에도 기분이 알쏭달쏭해지는 게 묘한 구석이 있다. 큰 뜻을 품지 않으면 지금의 '하루살이' 인생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다만 이제나마 '빈틈없이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새삼스럽게 해본다. 

인사이동과 관련해서 한번더 고민할 계기가 생겨 어제 오후부터 오늘 오전까지 다소 어지러운 심사가 있었다. 선뜻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마음을 가두는 족쇄에서 풀려난 홀가분함이 뒤따랐다. 

***
다음 문구는 어디에서 흔히 볼 수 있을까?

'한 발만 가까이 다가와 주십시요'

땡! 물론 맞추기 어려울 것이다. 바로 남자화장실이다. 일주일동안 위탁교육을 받느라 강남으로 출퇴근을 했다. 문구를 접하고선 갑자기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굳이 한발만 더 가까이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래서 문구대로 왼발만 더 가까이 내밀어 약 15도의 방향을 취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깨닫는 바가 있어 머리를 쳤다. 혼자였기에 망정이지 누군가가 내 행동이나 마음을 읽었더라면 그런 망신이 또 없었을 것이다. 손을 씻고 있자니 실소가 터져나왔다. 엉뚱한 녀석--;

****
어느덧 '본삼국지'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한권 남짓만 더 읽으면 새로운 책을 읽을 수 있다. 삼국지도 삼국지지만 새롭게 책을 살 수 있고, 읽을 수 있어 기대가 된다. 주말에 삼국지를 완독하게 되면 아쉬운대로 집에서 읽을 책 하나를 물색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