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드 보통
어구란에 두편에 걸쳐 책에 나오는 명문들을 옮겨 놨지만, 만일 본대로 느낀대로 다 옮겨 놨다면 10페이지라도 부족했을 것이다. 사랑 이야기치고는 다소 어려운 문체와 철학이야기, 다분히 주관적인 관점에서의 번역의 미숙(?) 때문에 크게 책 내용에 공감을 하지 못한채 시작을 했지만, 시작은 미미했으나 그 끝은 성대했다. 책의 절반을 읽고서야 책을 읽는 나의 태도가, 이건 책의 내용을 공감하려고 하는 의지를 갖지 못한 채 하루빨리 책을 덮고 다른 책을 읽고 싶어하는 마음이 앞서 있는 태도가 틀렸다고 판단되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차분히 정독을 했다. 비로소 정독을 한 후에야 책이 가진 진정한 가치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역자의 말처럼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정서를 주제로 색다른 관점으로 재해석하며, 때로는 아주 심오한 철학의 내용을 들이밀고, 어떨때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만한 심리학 이론 정도를 끌어다 들이며 독자의 흥미를 유발해내는 재치있는 문체를 통해, 책의 가치를 높였다. 특히나 이 책을 쓴 작가가 25세때 처음 출판한 책이라고 하니, 그보다 나이를 훌쩍 더먹은 독자의 입장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반면, 문득 책의 내용도 그렇고, 극 중의 화자도 그렇지만, 남성의 관점에 치우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내가 여성의 관점은 잘 모르기 때문에, 얼마나 극중 화자의 심리가 여성에게도 적용이 되는지, 또 한편으로 더 나아가면 어느 정도의 남성에게 보편적으로 공감을 받을 수 있는지도 희박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처음 사랑에 빠지게 되는 동기, 즉 '무지에서 오는 가벼운 떨림'은 성별에 따라, 사람마다, 나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 변수가 많이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었다. 시간이 갈수록 사랑을 대하는 남녀의 태도가 사뭇 다른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다분히 느낌 그 차제일 뿐이며, 그것이 보편성에 어필할 수 있다는 주관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책을 읽은 느낌을 제멋대로 끄적이는 것보다, 책에 있는 좋은 이야기들을 '어구'란에 좀더 가져다놓는 것이 더 유익한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알랭드 보통이라는 작가의 문체와 철학적인 접근 방법 등은 상당히 관심을 불러일으키는지라, 그의 다른 책, 이를테면 '여행의 기술'과 같은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