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키이라 나이틀리, 매튜 맥퍼딘
여유롭고 반가운 9월의 첫 주말. 아직은 날씨가 다소 무더운 느낌이라 선풍기를 달고 살지만, 가을로 넘어가는 문턱의 기분좋은 시기이다. 기분좋은 시기에 접한 오랜만의 좋은 영화 때문에 또다시 형언할 길이 없는 '행복감'에 사로잡힌다. 영화 속의 스토리에 너무도 쉽게 몰입되어버리는 걸까. 가을이라서 나도 모르게 쉽게 감성적인 사람이 되어버린걸까. 올 가을 소설 '오만과 편견'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경으로 설정한 시대와 장소가 지금의 일상과는 좀 달랐던 점이 눈길을 끌었고, 각각의 역할을 맡은 주인공들이 잘 어울려 보여서 좋았다. 더불어,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점은 너무도 큰 다행이었다. 행복하지 못한 일로 가득차 있는 시대를 살고 있기에, 영화 그리고 소설 속에서는 행복한 모습만 잔뜩 보고 싶기 때문에.
그냥 마음에 푹 담고 싶은 그림같은 장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영화 최고의 메리트는 역시 이런 풍경에 있다.
어머니를 비롯해 말 많고 수다스러운 딸들. 방정맞긴(?) 하지만 미운 구석이 없으신 영화 속 어머니의 모습.
시골에 가도 그냥 무심코 지나치던 풍경들이 이렇게 스크린에 담겨 있으면 더없이 아름답다. 사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될 날도 머지 않았다. 슬슬 징조가 보여가는 것이. 풍경이 자꾸 눈에 들어오고ㅋ.
중세시대의 엄격한 예절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뒤에서 의자를 받치고 있는 사람들의 가치(?)에 주목해본다. 신분.
이 장면은 어느 유명한 화가가 그린 듯한 한폭의 그림같아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ㅋ. 다시 봐도 작품이다--;
한번쯤 건너다가 찍혀보고 싶은 다리. 컴퓨터 한대와 강아지 한마리 달고서 저런 곳에 가서 살고픈 마음이...
비맞은 생쥐꼴이지만, 영화 속의 다아시로 등장한 매튜 맥퍼딘은 너무도 그 역에 잘 어울렸다. 귀족의 품위도 있어 보였고, 자신만의 매력도 있었다. 마음을 숨기고 있다가 엘리자베스에게 고백하는 장면. 고백하는 장면에서마저도 서로 어려운 말들을 주고 받는다. 하지만 남자의 자세가 틀려먹었다.
난 나의 판단과 가족의 기대, 당신 출신의 열악함과 나의 위치 때문에 갈등했소. 이제 다 제쳐놓고 이 고통에서 해방되고 싶소.
너무 솔직하심ㅋ 돌아온 대답은 당연히 'NO'.
이런 집이 있다니. 탁 틔여 있고, 넓어 보인다는 점에서 무조건 만점.
영화 속 최고의 풍경. 직접 저 곳에 있지 못한대도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심정.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자연이 주는 감동이다.
엄마 표정에 주목ㅋ. 너무 재미있는 분이다. 빙글리씨가 다시 온다는 이야기에 짐짓 관심없다는 투로 말하다가 마지막에 딴청을 피우며 '오는건 확실해요?' 하고 되물어주는 센스ㅋ
빙글리와 다아시가 방문하는 것을 알고 눈깜짝할 사이에 준비를 끝낸 설정, 폭소를 금할 수 없다.
문을 열고 들어오자, 이처럼 단아하고 정렬된 모습으로 손님을 맞는다. 하하하.
빙글리가 제인에게 고백을 하는 것을 엿듣는 가족들. 특히 조심스럽게 걸어오다가 같이 귀를 들이미는 아버지가 압권. 하하.
키이라 나이틀리가 좀 날카롭게 나온 면이 없지 않지만, 잘생긴 한쌍이다. 이런저런 오해를 풀고, 착한 일을 몇번 거듭한 뒤 다시 엘리자베스에게 고백을 하러 돌아온 다아시. 이번엔 많이 겸손해졌다.
당신의 마음이 지난 4월과 같다면 그렇다고 말해줘요. 저의 애정과 소망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신 한 마디면 영원히 입을 다물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의 마음이 달라졌다면, 이 말만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은 저의 몸과 영혼을 매료시켰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하루도 당신과 헤어져 있고 싶지 않습니다.
둘의 머리크기에 일단 경악--;;
아버지의 눈물. 난 마지막 아버지와 딸의 대화를 보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된 관계이고, 딸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할 줄 아는 아버지. 시종일관 아버지의 그런 태도가 가정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고. 딸을 너무 사랑하는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또 좋았다. 그리고 너무도 딸을 잘 아는 것 같은 아버지의 말씀. 그리고 역시 멋있는 도날드 서덜랜드ㅋ.
네 마음을 사로잡을 남자가 있을 줄 몰랐다. 그것도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구나. 그렇다면 흔쾌히 허락하마. 그 정도 남자가 아니라면 절대로 널 보내지 않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