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별로였던 하루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1. 27. 23:24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

오늘은 먼저 우리 과장님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2년동안 승진 준비를 해오셨던 과장님의 승격심사가 있었던 날이었고, 승격 리스트에 과장님의 이름은 없었다. 나를 포함한 직원들은 당연히 과장님이 무난히 승진하실 것으로 생각했었다. 적어도 나는 정말 바랬고, 진심으로 축하드릴 준비도 되어 있었다. 최근에 여유가 있어 보이셨고, 그래서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인 일보다도, 무엇보다도 오늘 과장님의 안타까움은 나에게도 그만큼 가깝게 다가온다. 입사해서 3년이 채 못되는 시간동안 거의 2년을 함께 하셨던 과장님이고 보니 이제 어느만큼 익숙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나를 잘 챙겨주셨고, 또 열려있는 마인드를 가지고 계셔서 자유롭게 일을 할 수가 있어서 나에게는 고마운 분이다. 더욱이 한 두달 후에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시는 터라, 좋은 결과를 안고 떠나셨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에도 승격심사에서 탈락하신 후 힘든 마음을 추스르시던 기억이 난다. 다른 사람에게 내색하지 않고, 빠른 시일내에 어려운 시간들을 극복하시리라고 믿지만, 오늘밤은 참 외로우실 것만 같고, 내일 출근길의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우실까 싶다.

사람에 대한 배신감, 회사에 대한 배신감... 회사 동료들과 과장님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몇번 같은 말을 되뇌었다. 배신감이 들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만 모든 걸 다 때려치우고, 믿었던 사람들을 떠나고 싶은 마음... 하지만 떠날 수 없고, 자신의 무기력만을 느낄때 밀려오는 허무. 왠지 가까이서 그런 감정이 출렁이고 있다. 훗날 나 자신 역시 그러한 배신감의 노예가 되지는 않을지. 그 감정의 틈사이로 나는 그러한 배신감을 마주하지 않기 위해 나만의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문득 회사의 승진 제도며 어떤 식으로든 경쟁을 해야만 하는 사회의 '생리'가 형언할 수 없을만큼 낯설다. 내 뜻이라면 한없이 부정하고만 싶은... 어떻게든 그 안에서 '희생자'가 되는 길을 피해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자세일까. 괜히 울적해지고만 싶은 그런 날이지만, 당사자가 아닌 나로서는 별수없이 분리되어 한없이 차분해지기만 하는 밤이다.

인생은 새옹지마. 과장님의 말씀대로 언제나 모든 일은 'zero sum' 게임이라고 믿는다. 울적한 오늘이 훗날 과장님이 가시는 앞길에 훈풍이 되어 주었으면 싶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결코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