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모방범, 미야베 미유키

retriever 2007. 11. 19. 23:47


셜록 홈즈 시리즈를 읽던 시절 생각이 나기도 하지만, 여러 면에서 당시에 읽었던 추리소설과는 다른 책이었다.

처음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고 책을 받았을때 놀랐던 것은 녹록치 않은 책의 두께와 빽빽하게 들어찬 활자 때문이었다. 3권씩이나 두껍게 이어나갈 정도로 장편의 소설이라는 생각은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탓이었다. 3주 정도의 시간을 투자했다.

추리소설이 주는 특유의 '범인을 추리해가는 스릴'은 없었다. 이미 극 초반에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답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작가가 초점을 맞춘 부분은 범죄자들의 심리와 범죄의 과정에서 이루어졌던 범죄 동기 및 치밀한 계획 등등이었다. 독자로 하여금 '범인이 누구일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내면서 긴박감을 주지는 않았다.

이 책이 그리 잘 씌여진 책은 못되지 않나, 라는 주관적인 판단을 하게 된 것은 마지막 결말 부분이었다. 모든 글을 결말을 맺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내가 사소한 감상문 하나를 쓴다고 하더라도 마지막을 마무리하는데 많은 고민을 한다. 보통 모든 글을 처음과 마지막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어렸을때 선생님들이 글짓기 심사를 할때 처음과 마지막을 보고 일단 거른다는 소문도 있었고, 실제로 그러기도 했었다.

범인이 밝혀지는 과정이 기대에 비해 다소 허무한 면이 없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든 작품을 마무리짓기 위한 방편이 작가에게 필요하기는 했겠지만, 무엇 때문에 그리 서둘러 끝마쳐야 했는지, 아니면 정녕 다른 방법은 없었던 것인지 의아하다.

오랜만에 장편의 소설 하나를 읽었다는 뿌듯함은 그대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