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멀어지는 '위닝 시즌'의 꿈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0. 02:15

희망과 절망이 이토록 지척인 줄 피츠버그의 팬들은 미처 몰랐을 것이다. 전반기 성적, 40승 48패. 양키스와 보스턴의 경우라면 이 경우 감독 경질은 물론 누군가의 책임을 논하기에 급급했겠지만, 스틸 시티에는 '희망의 기운'이 잠시 감돌았었다. 파이어리츠는 전반기 마지막 4번의 시리즈를 모두 위닝시리즈로 마감을 했고, 40승 48패라는 전반기 성적은 비록 5할 승률에 8게임이 모자라지만, 후반기에 '위닝 시즌'을 꿈꾸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후반기가 시작한 이래 파이어리츠는 6경기에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채, 이제 5할의 승률에서 멀찌감치 멀어진 채 '절망'의 늪으로 빠지고 있다. 이쯤되면 2007년 피츠버그 팬들의 마음속에는 '15시즌 연속 루징시즌' 기록은 변함없이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는 '체념'과 어쩌면 내년시즌에도 큰 변화가 없어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반세기 전에 기록한 '16시즌 연속 루징시즌'의 대기록에 타이를 이룰 것이라는 '불안'이 자리잡게 된다. 안되는 집의 전형이랄까... 오랫동안 숨겨져온 폐부를 드러내듯이, 올해는 아니나 다를까, 여러가지 악재도 동시에 겹치고 있다.

난 이것을 악재라고 말하고 싶지만, 하지만 패자는 말이 없는 법이다, 파이어리츠의 오랜 구단주였고, 지금은 CEO인 케빈 맥클리치가 올시즌을 마지막으로 CEO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많은 파이어리츠 팬들은 이것이 마치 구원인양, 그의 사퇴가 파이어리츠 부활의 계기가 된다고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상대적으로 가난했다면, 그것이 죄일까.. 개인적으로 투자 여력이 풍부하지 못했던 맥클리치는 한때 절실한 마음에 빅 프랜차이즈 팀들의 횡포(?)를 한탄한 적이 있다. 부자 구단들이 무분별한 계약이 가난한 구단들을 죽이고 있다고.. 나에게 그저 애처롭게만 들렸던 그 한탄은 미국에서도 또 우리나라에서도 강한 역풍을 맞고 욕만 들어먹었다. 바로 제이슨 켄달의 존재 때문에... 2001년 당시 피츠버그는 제이슨 켄달에게 총액 6천만불에 이르는 초대형 계약을 맺었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계약은 팬들에게 '피츠버그 구단주의 마지막 투자'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그가 피츠버그라는 프랜차이즈를 지키려고 했던 노력, 불가능해 보였던 PNC파크 건립에 성공하고, 볼파크 건립 이후 자일스와 켄달을 중심으로 강팀을 구축하려 했던 시도, 피츠버그의 도시 발전 프로젝트에 기여한 점 등은 오랜 패배에 지쳐 있는 피츠버그의 야구팬들에게는 조금도 '면죄부'가 될 수 없었다. 그는 이기지 못했고, 이기지 못한 자는 결국 떠나야 하는 승부의 세계의 냉정한 룰의 또다른 희생자가 될 수 밖에 없었다.

1996년 투자자 그룹을 결성해, 파이어리츠를 사들여 10여년간 파이어리츠의 구단주와 CEO를 역임했다. 그는 떠나는 인터뷰에서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며, '변화가 필요한 팀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지분의 소유 구조가 바뀌게 되어 더 많은 지분을 소유하는 사람에게 밀리어, 속된 말로 쫓겨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매입 당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어린 구단주로서 꿈꾸었던 그의 '야구 사랑'과 '파이어리츠 재건의 꿈'은 이제 10여년의 도전끝에 막을 내리게 되었다. 자본주의의 생리가 뿌리내리는 21세기의 '그라운드'에서는 '돈이 많거나' 또는 '돈이 없다면 운영의 묘가 있어야' 했지만, 돈이 없는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운영의 묘는 '리틀필드의 역량'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 뿐이었다. PNC 파크의 개장과 함께 야심차게 시작했던 파이어리츠의 밀레니엄 꿈은 2년전 감독 로이스 맥클렌던의 경질과 이제 맥클리치의 사퇴 발표로 사살상 좌초했다. 단장 데이브 리틀필드만이 '풍전등화'의 위태로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성적의 여부를 떠나 개인적으로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트리오'였는데, 맥클리치의 사퇴는 맥클렌던의 경질때와는 또다른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글쎄, 맥클리치의 사퇴와 어떠한 연관성이 있을까.. 그의 사퇴 발표 얼마전, 6월 말에 팬들은 오랜 분노를 드디어 '표출'했다. 그것도 지금까지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노골적인 방법으로... 6월 30일 경기에서 PNC 파크의 약 27000여명의 팬들은 3회가 끝나자 모두 경기장을 떠났다. 경기장에 남아 경기를 끝까지 관전한 관객은 겨우 100여명뿐. 구단의 인색한 투자에 대한 강력한 '항의 메시지'의 전달이었고, 오랜 기간 패배에 익숙해진 팬들에게 있어서 '인내심의 한계'였던 셈이다. 하지만 이런 팬들의 외침이 어떠한 가시적인 효과를 나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전반기 마지막 팀의 상승세나 케빈 맥클리치의 사퇴 발표가 그 효과라면 효과일뿐... 그의 사퇴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기엔 새롭게 그의 자리를 대체하는 구단주 밥 너팅 역시 전혀 새로울 게 없다는 점이다. 이미 몇년전에 너팅가의 '아버지와 아들'은 파이어리츠의 최대 지분을 소유해 왔고, 올시즌 초에 맥클리치로부터 구단주 자리를 이양받았다. 그는 그 이후 줄곧 '위닝 시즌'을 외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투자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어느날 갑자기 '잭팟'이 터지기를 기도하고 있는걸까.

프런트 오피스도 술렁, 팬들도 술렁... 이는 마당에 선수들이라고 다를 바 없다. 질세라, 올시즌에는 예년과 달리 클럽하우스에 거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얼마전 콜로라도와의 경기에서 초반 대량실점으로 1-9로 끌려가다가 8-9로 쫓아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6회초에 제이슨 베이나 중견수 맥로쓰가 잡아야 할 공을 잭윌슨이 잡으려고 시도하다가 떨어뜨려 무사 2루의 주자를 허용해 실점까지 이어져 추격에 찬물을 끼얹은 적이 있었다. 이날 공수교대 시간에 클럽하우스에서 코치 콜번과 잭윌슨이 목청을 높이며 싸우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미 대량실점때의 수비에서의 미스 플레이 때문에 프레디 산체스가 클럽하우스에서 불만을 토로했던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경기가 끝나고 잭윌슨은 인터뷰에서 '누군가의 콜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그 공은 당연히 내가 잡아야 할 공'이었다고 항변을 했고, 콜번 코치와의 트러블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나는 그 문제에 대해서 할 말이 없다, 콜번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여전히 앙금이 가시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콜번 역시 그에 대한 답변은 해주지 않았다. 그냥 '내분'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투수 살로몬 토레스가 단장 데이브 리틀필드에게 사기를 당했다며, 트레이드를 요청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으며, 올시즌 호투를 거듭하고도 득점지원을 받지 못해 7승밖에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이안 스넬은 이미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리빌딩'의 대명사, 이미 메이저리그 팬들 사이에서 '최악의 단장'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리틀필드는 지난 재임기간동안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자신의 야구철학을 실천해왔다. 팀의 공격력은 매년 최하위권에 맴돌았고, '투수왕국'을 꿈꾸며 드래프트했던 우량 투수유망주들은 부상과 더진 성장으로 잊혀져가고 있다. 전체 1라운드 1번으로 주목을 받았던 브라이언 벌링턴은 2005년 트리플A에서 준수한 성적을 보여주며 그저 괜찮은 활약을 예고했지만, 부상으로 지난해 뛰지 못했고, 올시즌에도 트리플A에서 뛰고 있지만,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반벤쇼첸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이름은 올리고 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엔 '마이너리그'에 있으며, 폴마홀롬은 지난시즌 좋았지만, 올해는 평범한 선발에 그치고 있다. 2004년 올러버 페레즈, 2005년 자크 듀크의 사례에서 보듯이 섣불리 좋아할 일은 아니지만, 이안 스넬과 톰 고젤라니의 인상적인 활약이 올시즌 파이어리츠 투수진의 유일한 위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2005년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희생량이 필요했던 리틀필드는 단장에게 있어 더없이 좋은 희생량인 감독을 경질했다. 맥클렌던이 경질을 당한 2005년 그해, 파이어리츠는 67승 95패를 기록했고, 그 후임으로 리틀필드가 선택한,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짐 트레이시는 부임 첫해인 지난해, 그 전년도와 똑같이 67승 95패를 기록했다. 올해의 지금 페이스는 69승 93패의 페이스다. 젊은 선수들이 계속 성장해주고 있다는 가정을 한다면, 팀 성적이 '답보'라는 것은 사실상의 '하락'을 의미한다. '누가 감독을 해도' 라는 이야기다. 더구나 트레이시는 클럽하우스 장악 면에서도 어려운 시즌이 아닌가 싶다.
올시즌 파이어리츠가 5할 시즌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남은 68경기에서 41승 27패를 기록해야 한다. 즉 .602의 승률을 기록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아담 라로쉬와 제이슨 베이가 이대로 시즌을 끝마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지난시즌과 같은 후반기 상승세를 기대해볼 수 있지만, 누가 보더라도 올시즌 파이어리츠의 '위닝 시즌의 꿈'은 끝이 났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이래저래 시즌 초반의 '혹시나'했던 분위기는 '역시나'가 될 위기에 처해 있다. 남은 기간동안 지난해처럼 '후반기 상승세'만으로 내년시즌의 '위닝 시즌'을 기대할 수 있다는 달콤한 속삭임이 아닌, 어떤 분명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주지 않는다면, 올시즌이 끝나고 CEO-단장-감독이 나란히 자리에서 물러나는 '줄초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BONUS) 잠시, 베이스를 뽑아들고 유유히 그라운드를 떠나는 벅스의 전 감독 로이스 맥클렌던의 추억의 사진 감상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