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도쿄, 여우비, 김사랑
드라마는 거의 접할 기회가 없지만 가끔 우연치 않게 TV 앞에 앉아서 접하는 드라마들이 있다. 그때 짧은 시간이나마 눈으로부터 마음까지 들어오는 드라마들이 있다. 그럴 경우 그 드라마를 찾아서 시청하곤 한다. 최근 몇년간 드라마의 시청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근래에 그런 드라마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살아가는 동안 후회할줄 알면서도 저지르는 일들'이라는 4편의 단막 드라마로 구성된 작품이다. '최강칠우'라고 하는 드라마를 하기 전 방송시간을 메꾸기 위해서 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있고, 또 실제로 '최강칠우' 첫편 방송을 위해서 이미 제작해놓은 4편은 방영을 해주지도 않았다. 그런 이유로 최근 4편 방영 요구가 거세, 조만간 방송 편성을 하겠노라고 방송국 측에서 입장을 표명한 상태. '최강칠우'라는 작품이 얼마나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살아가는 동안...' 보다 나을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에릭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ㅋ. 일단, 결론. 4화로 구성된 드라마의 첫 편을 보고 끝. 더이상 볼 가치를 느끼지 못하니까. 작품을 만든 제작자와 이 드라마를 보고 감동을 느낀 많은 애청자들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나에겐 전혀 흥미롭지 못한, 오히려 몇몇 장면에서는 화가 나고,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캐릭터(결코 배우 자체가 아니다.)의 등장으로 맥이 빠졌다. 2-4편을 보면, 1편의 불쾌한 심사가 좀 가라앉을지도 모르겠지만, 겨우 드라마 하나 보면서 그러한 모험은 감행하지 않기로 했다. 왜 안나오나 했다. 굴러들어온 여자라서 그런지 선입견을 가지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하는 중. 그렇게 붸알도 없는 수진이 좀 자극을 받으려면 그 정도는 되야지. 역시나 수진은 현수에게 싸대기를 선사하고 정처없는 길을 떠난다. 올때는 문제가 없지만 언제나 갈때는 문제가 생기는 법. 불량한 친구들이 아무 이유없이 극중 중간에 등장했을리가 없지. 드라마를 가장한 만화. 지금까지도 만화였지만, 진정한 만화는 이제부터다. 다음 스토리는 모두가 다 예상할 수 있는 그런 시나리오 더불어 2-4편의 내용도 손에 거의 잡힐 것만 같다.
'살아가는 동안...'이라는 드라마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찾아보기 위해서 인터넷을 헤메던 중, 4편이라는 짧은 시리즈물 드라마가 다른 방송국에서도 했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한 블로그였던 것 같은데, 그 블로그의 주인장께서는 두 작품에 모두 감명을 받은 듯, 나란히 감상평이 씌여 있었다. 감상평을 따로 읽지는 않았다. 대신 주인장께서 거론한 또다른 작품, '도쿄, 여우비'라는 작품을 한번 보고 싶었다. '살아가는 동안...'과 비슷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라고 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으니까.
스포일링 주의바람
미스코리아로서 충분히 자격이 있는 김사랑님이 주연으로 활약했다. 아름다움에 결코 현혹되어서는 안된다고 다짐을 하지만서도, 어떤 캐릭터도 어울릴 수밖에 없는 외모를 가진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극중 남녀 주인공은 현수와 수진의 첫 만남 장면. 요때까지만 해도 단 1편만 보고도 죽창 씹고자 하는 남자주인공 현수의 이미지가 나쁘지 않았다. 일본거주 한국유학생으로 초밥집에서 아르바이트(거의 정규직 수준)를 하는 성실하고, 굳센 의지의 사나이다. 하지만 이후 줄곧 싸이코같은 기질을 발휘하면서 급기야 아무것도 아닌 일로 성질을 내고, 무술 사부같은 가르침을 하려고 든다.
난 독하단 소리 좋아해. 그니까 자주해라.
독하단 소리가 왜 좋을까요?
그래야 살아남으니까.
정말 공감이 안되는 대화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의 수진. 당연하지. 자신은 곧 정상이 아니란 이야기지.
아니면 아닌거야. 니 눈만 믿어. 꼼꼼하게 따져보고 확인한 뒤엔 니 눈을 믿으라고. 파는 사람들 말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너부터 믿어야돼.
적응안돼. 갑자기 이런 대사는 왜 튀어나오는거지--;
약방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불량한 친구들. 또 항상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어디선가 구원의 목소리가 들리며 구하러 온다.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김사랑 등장. 비오지 마세요. 빨래 예쁘게 마르게 울지 마세요. 근데 저건 남녀로 두개를 만들어 놓은걸까.
여기서 폭발. 극중 현수 미친놈 기질이 또 등장ㅋ. 말도 안되는 멍멍이 소리를 지껄인다. 한번 들어보자.
너 나한테 관심있냐, 그럼 좋아해? 아니면 쓸데없는 소리좀 그만해, 아주 시끄러 귀따가 죽겠어.
김사랑이 살짝 때리는 시늉을 하니까 '나 뒤에도 눈달렸다'라는 농담도 아닌, 뭣도 아닌 말을 하고 다시 자전거를 몰아간다. 그러다 김사랑이 정말 등을 때리니까 다시 멈춰선다.
수진 : 어머 뒤에도 눈달렸다면서 왜 못 피했으까. 오 눈이 어디로 갔나.. 아파요? 아프겠다..
현수 : 내려, 내려!! 가 너! 가 빨랑!
수진 :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안까불께요.
현수 : 야, 넌 붸알도 없냐. 없냐고!
수진 : 없어요, 저 없을께요...
현수 : 키워, 사람이 한번 질렀으면 깡으로라도 벼텨야지. 아 그리고 내몸에 손댄놈 가만안둔다. 앞으로 절대 그러지마 알았지?
여기서 현수의 사이코적 기질에 속이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드라마 중간중간에 극중 현수가 의도적으로 '강한 수진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게끔, 안뒤 안가리고 뜬금없는 씬들이 몇개 들어가 있는데 답답하다. 극중 수진 캐릭터 다 좋은데, 역시나 너무 붸알이 없다.
오랜만에 드라마를 보고 화(?)가 나서 긴 시간 할애하여 마구 갈겼다. 드라마를 안타까운 건지, 아니면 드라마를 보고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내가 안타까운건지. 여하튼 백번 양보해서 현실에 현수와 같은 캐릭터가 있다면 몹시 불쾌한 마음이 들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