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대학생들의 정치성향(?)
사실 현실의 많은 부분들을 외면하면서 살고자 할때가 많다. 어떤 때는 나의 바램대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어떤 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떤 식으로든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다면, 그 답답함을 풀어낼 길이 실로 아득하기만 한 경우가 많다. 사람의 생각은 서로 다를 수도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선은 과연 어디까지인지... 가끔 나도 그 의문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물어보지만, 역시 결론은 없다.
우연히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대학생들의 관점과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글을 발견했다. 여러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그 중 몇가지 항목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정치의식성향 : 중도 37.6%, 진보 32.6%, 보수 21.3%
진보와 보수의 논쟁은 그 해묵은 시간만큼이나 알맹이가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나 역시 여전히 내 자신이 진보인지 보수인지 판단할 길이 없다. 기존의 가치체계나 사회제도를 고수하는 입장과 타파하는 입장,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알기 쉽게 양분되는 것이 두 사상이라고 한다면, 성향을 나누는 것이 의미가 없어진다. 그 대상에 따라 사람들의 입장과 생각은 각양각색으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간단히 규정지을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사회의 부조리와 사회 제도의 부당성에 그 어느 집단보다도 분노하고 개탄할 줄 하는 열정이 바로 젊음의 매력이라던가. 대학생들은 언제나 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고, 때론 제도를 부정하며, 밝은 세상에 대한 꿈을 가진다. 그래서 그들은 그것을 '변화와 개혁'으로 이름짓고, 그것이 곧 '진보'라고 자부하게 된다. 그런 때문인지, 언제나 '진보'라는 말 속에는 '보수'보다는 더 인간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갖게 된다. 나의 경우엔 그랬다.
지금의 대학생은 30% 남짓만이 스스로를 '진보'의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하나 보다. 상아탑 속에서 외쳐지는 '진보'가 비록 그들의 꿈과 이상의 울타리 속의 힘없는 외침이라고 할지라도, 난 보다 많은 수를 기대하고 있었나 보다. 설문조사의 결과에 다소 힘이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도자의 조건
설문조사 항목 중에 다른 하나는 나에게 더 큰 실망감을 주었다. 바로 대통령 선거를 임하는데 있어서 후보를 평가하는 기준에 관한 설문이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은 어떤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할까.
후보선택기준 : 업적과 능력 32.2%, 이념과 비전 32.1%, 정책 20.6%, 도덕성 6.2%, 지지정당 4.1%
나 자신이 다소 오바일지도 모르겠다. 지도자는 당연히 능력이 있어야 하고, 비전을 가져야 한다. 정책 역시 그 이념과 비전을 뒷받침하기에 무리가 없어야 한다. 오히려 합리적이면서 현실적인 대학생들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오히려 대학생들은 능력과 비전이 있다고 해서 꼭 도덕성이 없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도덕성을 기준으로 보는 학생들이 겨우 '6.2%'라는 사실이 못내 아쉽게 느껴진다. 나는 지도자의 가장 첫번째 조건은 '도덕성'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릇 지도자라 하면, 집단 구성원 전체를 아끼고 보살피는게 당연하지만, 어렵고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그러한 모든 사람들의 마음과 생활을 보듬기 위해서는, 단지 머리로 이해하는데 그치는게 아니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높은 도덕성 그 이상의 것이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누구하나 희생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요즘의 세태지만, 그럴수록 지도자를 선택하는데 있어서는 능력과 비전에 앞서 '도덕성'과 '인품'을 고려해야 하는 게 아닌지.
흔히들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피하라고들 한다. 타협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운 주제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논쟁을 해봐도 아쉬운 마음 밖에 남지 않았다. 결국은 이기는(다수) 편에 서느냐, 아니면 희망의 씨앗을 품고, 끊임없이 인내하느냐.